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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목사가 한국에서 자비량 목회하는 이유

[인터뷰] 경주 중화이레교회 김명철 목사

유영 기자   기사승인 2017.06.06  17: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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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유영 기자] 빨간 벽면과 유리창에 맞닿은 장식장에 찻잔이 가득하다. 중국 전통음악이 흐르고, 하얀 중국식 셔츠를 입은 남성은 정성스럽게 차를 우린다. 남성은 중국식 티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정중하게 차를 따른다.

"중국 윈난성에서 직접 가져온 보이차입니다. 한국에서 중국 이미지가 너무 좋지 않아서 가장 품질이 좋은 차를 골랐습니다. 이미지 개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남성은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중국 동포 김명철 목사다. 김 목사의 한국어 능력은 여러 교회에서 인정받았다. 김 목사는 과거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고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등 중국인 사역에 깊은 관심을 보인 여러 목회자의 설교를 동시통역하는 일을 했다.

김 목사는 중국인 목회도 충실히 감당했다. 그동안 김명철 목사가 사역했던 교회에서는 중국인 부서가 부흥했다. 김 목사는 한국 목회자들에게 인정받는 목회자였다. 개인 사정으로 2013년 경주에 내려오게 됐을 때도 서울에 있는 목회자들이 "지방에 언제까지 있을 거냐", "서둘러 올라오라"고 계속 부추겼다.

중국식 티 테이블과 김명철 목사. 뉴스앤조이 경소영

"고민이 안 된 것은 아닙니다. 동대문·신림 등 중국인이 많이 지내는 서울 시내가 익숙한 터라 좁은 경주시가 답답했어요. 그렇다고 쉽게 올라갈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아들이 육상(400m 달리기)으로 인정받아 귀화를 신청했어요. 경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받아 주어 내려왔던 터였지요.

경주시에 내려와서 막노동부터 시작했습니다. 조선소와 공사판에서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공사판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 욕도 많이 먹었지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선교지를 발견했습니다. 경주에 중국인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중국인 위해 자비량 사역
"한 달 1,000만 원보다
하나님나라가 중요했다"

경주시는 다문화 가정 841가구와 유학생 241명, 이주 노동자 3,176명 등 외국인 총 4,258명이 시내에 거주한다고 공식 집계했다. 하지만 경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주 경실련)은 총 13개국 1만 2,000여 명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관광이나 방문 비자 등으로 단기 체류하며 노동하는 인구와 미등록자들까지 합산한 결과라고 한다. 그동안 경주시 외동읍에 있는 공단을 중심으로 많아졌지만, 최근에는 시내에도 외국인 거주자가 늘었다.

김 목사는 경주시에 거주하는 1만 2,000명 외국인 중 7,000명 정도가 화교(중국인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거주하는 중국인)일 것으로 예측한다. 그중 유학생은 대다수가 화교다. 그런데 중국인을 위해 사역하는 교회는 없었다. 오히려 여호와의증인, 하나님의교회 등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서 외국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했다.

"사명감을 느끼니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2013년 말, 중화이레교회를 개척해 화교 노동자와 유학생을 만나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어요. 아침 큐티 모임도 만들었지요. 오전 7시 반 정도에 자동차를 타고 학교 기숙사에 있는 유학생들을 데리고 옵니다. 함께 큐티하고, 아침 사서 먹이고, 학교로 데려다줍니다.

그렇게 두 달을 지내니 감당이 안 되더군요. 교회 지원 없이 자비량으로 사역하다 보니 재정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렇다고 서울에서 알게 된 교회들에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인 교회가 한국교회 재정에 종속되면 중국인을 위해 해야 할 사역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필요하고 실속 있는 사역보다, 선교 보고를 위해 사진 찍을 수 있는 행사 등에 더 신경 쓰게 되니까요.

이제 중국인 교회도 자립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중화이레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자비량 사역을 지속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중국 음식을 만들어 파는 분식집을 시작했어요. 중국에 가서 요리 비법도 배워 왔습니다. 처음에는 맛이 없을 테니, 주변 사람들을 불러서 무료로 시식하게 했어요. 두세 번 정도 하니, 사람들이 맛있다고 칭찬하기 시작했어요."

중국 전통 찻집 벽면을 채운 다채로운 중국식 찻잔. 뉴스앤조이 경소영

2015년 겨울에 시작한 분식집은 대박이 났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손님이 넘쳤다. 사역하고도 남을 돈을 벌 수 있었다. 문제는 시간과 힘을 많이 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벽 4시 반부터 일하기 시작해 저녁 8시에 마쳤다. 중국식 만두와 꽈배기 등 반죽이 필요한 요리가 많아 시간이 더 들었다.

"8개월 정도 지나니 예배를 준비할 힘도 없었어요. 성경도 잘 연구하지 못했어요. 어떤 날은 설교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기도 했습니다.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수익이 났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하나님나라를 위해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아내와 상의했어요. 결국 2016년 8월 분식집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화교 만나 섬기는
전통찻집 시작

자비량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예배 장소도 문제를 겪었다. 김 목사 가정이 처음 경주에 내려왔을 때는 예배 장소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김 목사 가족이 거주하는 원룸에서 가족 3명이 예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두 명씩 인원이 늘더니 어느덧 예배에 30여 명이 모여들었다. 원룸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재정이 없던 터라 장소를 임대하기도 어려웠다. 고민 끝에 무작정 경주 YMCA를 찾았다. 중국인들이 예배할 수 있도록 장소를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경주 YMCA 이사회는 김 목사 요청을 받아들였고, 상담소 사무실을 주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밖에서 봤을 때 성공적 목회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원으로 목회 성공이 평가되는 상황인데, 중화이레교회는 교인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게 중요한 일은 따로 있습니다. 내면에서 하나님과의 깊이 관계하고, 외면으로는 화교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관계하는 일입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중국 전통찻집도 화교들과 만나고 섬길 수 있어 기대감이 큽니다."

김 목사는 2017년 5월 중국 전통찻집을 열었다. 분식 가게를 정리하고 자비량 목회를 이어 갈 새로운 아이템이었다. 김 목사와 만난 6월 2일에도 전기 배선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화교들이 좋아하는 대만 버블티를 만들어 팔 외부 부스 설치를 위한 작업이었다. 오후부터 저녁까지 버블티를 마시려고 화교들이 많이 찾았다. 버블티 매장을 40개 이상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화교가 직접 전수한 비법으로 만들고 있다.

전통찻집도 예상보다 사업이 잘되는 편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예약제로 운영해야 할 정도다. 중국에서 직접 공수한 좋은 찻잎으로 정성스럽게 대접하다 보니, 중국인이 많이 찾는다. 중국 복장과 예절까지 갖춰 직접 차를 우려 대접하는 방식이라 중국인들에게 더 사랑받는다. 물론 좋은 차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덕도 보고 있다.

한국교회 재정에
휘둘리지 않는
목회자 양성하는 꿈

전통찻집은 경주 시의원들과 경실련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주시가 관광으로 성장하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과 이주민들을 위한 좋은 서비스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경주시 도움으로 김명철 목사는 지금 장소 외에도 보문 관광단지에 중국 전통찻집을 차릴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김 목사는 이 기회를 중국인 목회자 양성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 한다.

"중국인 신학생들이 일하면서 공부하도록 돕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일자리를 만들어 신학생들이 와서 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그리고 교회 개혁에 힘써 오신 방인성 목사, 박득훈 목사 등 선배 목회자를 강사로 초청해 중국인 신학생들이 배울 수 있게 하려고요. 중국 지하교회의 경우, 성경 지식보다 신비주의가 강한 면이 있거든요. 균형을 맞추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 목사는 중국인 후배 목회자들이 좋은 신학만 배우는 데 그치지 않도록 자립하는 방법도 전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는 중국인 목회자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교회 파송을 받아 중국으로 돌아가는 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김 목사는 전통 찻집이 확장되면, 한국교회의 재정 지원에서 독립한 중국인 목회자를 양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한국에서 공부한 중국인 신학생들이 모두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한국에도 중국인이 많거든요. 이들을 위해 목회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이런 사역에는 잘 투자하지 않아요. 선교 헌금으로 한국에 있는 선교사보다 중국으로 떠나는 선교사를 후원하는 것이 번듯하니 보기 좋잖아요.

중국인 목회자들도 후원받아 중국으로 돌아가면 더 좋겠지요. 돈도 받고, 사역 보고할 사진 몇 장 보내면 되니까요.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중국인 선교하는 게 더 효과가 좋아요. 다른 건 몰라도 공안 눈치 보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리고 교회가 중국인들이 모일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중국인 목회자들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인들을 한국교회 교인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중국에서도 기독교인으로 지낼 수 있는 교인이 되게 해야 합니다. 중국인 목회자들이 중국 문화를 잘 아니까 중국 교인들을 잘 양육할 수 있습니다. 한국 목사들이 믿고 맡겨 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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