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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왜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했나

제3시대 집담회, 차별금지법·인권·혐오 논란 짚다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7.05.31  1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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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80%를 웃돌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9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적폐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 염원은 문재인 정부를 낳았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80%를 넘어간다. 문 대통령은 누군가에게 '명왕', '달님', '우리 이니'로 통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성소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4월 25일 19대 대선 TV 토론회에서 당시 홍준표 후보(자유한국당)는 문재인 후보(민주당)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거듭 물었다. 문 대통령은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토론회를 지켜보던 성소수자들은 예수를 3번 부인한 '베드로'를 떠올렸다고 한다. 보수 정권이 물러가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이들은 여전히 '합법적 존재'로 규정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 개신교의 절대적 관심은 '동성애'였다. 대선 후보자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동성애 찬반을 묻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촉구했다. 압박은 먹혀 들었고,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대선 TV 토론회에서 최초로 '동성애'가 언급됐고,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전광훈 목사는 홍 후보가 동성애를 질문한 것이 보수 개신교계의 조언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19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동성애, 차별금지법, 인권 문제 등을 주제로 5월 29일 서울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집담회를 열었다. '정치가 말하지 않는 정치—'인권'과 '노동의 권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집담회에는 권김현영(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엄기호(문화학자) 씨가 패널로 나섰다.

집담회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정용택 상임연구원 사회로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집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요약·정리했다.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가 19대 대선 이슈를 짚는 집담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문 대통령 성소수자 입장 '후퇴' 
"성소수자 '합리적 정부' 안에서
승인될 수 없는 존재로 규정" 
'독재 가부장' → '민주적 가부장'

- 지난 대선 TV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이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했다가, 자신의 동성애 반대 발언은 '군대 내 동성애 합법화'를 반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 발언을 토대로, 성소수자에 대한 '합법화된' 국가 폭력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으면 한다. 아울러 퀴어 운동가들이 왜 문 대통령 정책 발표회장에서 항의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해 보자.

나영 /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성소수자들과 크게 두 번 부딪쳤다. 2월 13일 한기총·한교연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으나,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 행위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3일 뒤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7차 포럼'에서 "제가 어떤 생각을 하든 사회적 합의가 모아져야 하는데, 우린 아직 거기(동성 결혼 합법화)까지 가고 있지 못하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려면 인권에 대한 전반적 의식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그 자리였다.

그런데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입장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문재인 캠프는 "각종 차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 "동성 결혼/파트너십은 우리 사회에 새로이 나타나고 있는 가족의 형태"라고 밝혔다. 이후 민주통합당이 2013년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지만, 보수 개신교계 반대로 법안을 철회했다.

'이명박근혜' 정권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 적폐 청산, 상식,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문 대통령 발언 자체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다만 "동성애는 처벌의 문제가 아니지만, 제도적 변화는 어렵다"는 입장인 만큼 성소수자는 기존과 다른 구도에 놓이게 된다. (성소수자는) '적폐 정부'도 아닌 '합리적 정부'하에서 승인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는 '독재 가부장'에서 '민주적 가부장', '잘생긴 가부장'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노무현의 트라우마를 겪지 않기 위해 문 대통령을 아이돌처럼 응원해 주는 시대가 왔다. 여기에 반대하면 민주주의를 흔드는 걸로 규정한다. 이 민주주의 내용에 아무도 질문을 던지지 못하게 될 것이고, 성소수자 목소리마저 삭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나영 씨는 "성소수자가 '적폐 정부'도 아닌 '합리적 정부'하에서 승인될 수 없는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엄기호 /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고, 극우나 이성애 중심주의자들이 전략적으로 후퇴할 때 쓰는 말이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권장하지 않는다"이다. 전 지구적으로 나타났던 현상 중 하나다.

차별금지법만큼이나 성교육 표준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특히 문제되는 게 교육이다. 사람들은 동성애에 별로 관심 없다. 그러나 교육은 다르다. 자기 자식들 대학 가는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극우 개신교가 머리를 영리하게 쓰는 부분 중 하나가 교육이다. 성교육을 언급하며 "네 아들 타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부모들은 자식들이 공부를 못할까 걱정한다. 고리를 걸어 놨다. 성교육 표준안 폐지하고, 인권을 권장하는 방식으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개신교 반동성애 세력 소수화
"극우 개신교, 우익 정치 집단
정치적 목적으로 동성애 문제시"

-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가 이번 정권에서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보수 개신교와 인권 운동 진영은 차별금지법을 놓고 전쟁 중이다. 보수 개신교는 왜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 걸까.

김진호 / 반동성애는 개신교 안에서도 극우 프레임이다. 미국 극우 개신교 세력의 영향을 받았다. 낙태 이슈와 달리 반동성애는 한국 개신교에 먹혀 들었다. 그런데 반동성애 어젠다는 개신교 안에서도 점점 소수가 돼 가고 있다. 교회는 담임목사가 말을 독점하는 구조지만, 이제 신도들이 목사 말에 동의하지 않고 침묵한다. 이번 태극기 집회에서 이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이전처럼 신자 동원이 되지 않았다. 나올 법한 목사들도 신자 눈치 보느라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개신교 안에서 (목사들의) 목소리가 크니까, 아직 반동성애 어젠다가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나쁜 징후는 아니라고 본다.

권김현영 / 내용만큼이나 형식도 중요하다. 그 예로 인터넷 환경 변화를 주목했으면 한다. 인터넷미디어협회라는 게 있다. 정부가 인터넷 언론에 지원금을 주고, 서버를 사용하게 하고, 장비도 대여해 줬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때 인터넷신문기금이 없어졌다. 인터넷 언론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어뷰징 기사나 실시간 검색어 장사를 했다. 낚시성 기사, 여성과 남성을 갈라 치는 기사, 김치녀 등과 같은 프레임을 내걸었고, 이게 굉장히 잘 먹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엇이 진짜인지 누가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상태에서 혐오 세력이 하나둘 생겨나고, 서로 싸웠다. 극우주의를 기반으로 한 보수 개신교, 보수 우익 정치집단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게끔 동성애를 논쟁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영 / 제일 만만한 게 동성애가 아닐까. 현재 보수 기반이 내분으로 약해진 상태지만,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궁금하다. 이제 더 이상 태극기 집회처럼 못 하겠지만, 보수 개신교는 기반이 있다. 예를 들어 지자체들이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교회를 많이 활용한다. 교회는 다양한 복지 영역 사업도 맡고 있고, 최근에는 성교육 센터까지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을 토대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성주의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는, 사회가 '차별 금지'를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보수 개신교 논리는 결국 차별이 필요하다는 거다. (성소수자는) 차별받아야 하는데, 차별을 못 하게 막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반기독교적인 차별주의와 반인권성을 폭로하며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사회를 인권과 반차별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사회적 차원에서 전개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나 전략을 갖고 있는가.

나영 / 계속 논의 중에 있다. 차별금지법을 처음 반대한 건 전경련, 즉 재계였다. 범죄 경력을 문제 삼으며 법안을 반대했다. 이후 보수 개신교가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반대했고, 차별금지법은 한동안 멈춰 있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촛불 집회를 계기로 재출범했다. 종교 단체 포함 많은 단체가 합류했다. 고민 중 하나는,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으로 인식돼 버린 것이다. 보수, 혐오 선동가뿐만 아니라 진보 학자나 연구자도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이라는 용어를 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더라.

차별금지법 이름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별금지법은 굉장히 소극적이다. 처벌당하면 구제하는 법인데, 실제 내용 자체적으로 큰 효과가 있는 법이 아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차별금지법안을 다시 구상하는 게 어떨까 싶다. 외국은 '평등법', '인권법'으로 부른다. 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반차별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차별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상상력 부재,
차별 있어야 특권 얻어"

- 최근 젊은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혐오를 정당화한다. 차별·혐오 논쟁을 정리해 줬으면 한다.

권김현영 / 사회적으로 차별을 금지하자는 '동의'를 이끌어 낼 수는 없다고 본다. 단적인 예로 비정규직 차별 금지하자 하면서 '기간제와 정규직 교사' 문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문제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한다.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상상력이 거의 없다. 사람들은 차별하고 싶은 거다. 희생양을 찾는 방식이 오랫동안 유지돼 오다 보니, 차별의 시대, 혐오의 시대가 됐다.

또 다른 예로, 한국 사회는 아무도 중산층이 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했다. 먹고살 수 있도록 보장받는 시대는 끝났다. 차별이 있어야 특권을 얻을 수 있다. 차별을 맨 처음 겪은 건 여성이지만, 문제가 악화돼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이 존재하게 됐다.

혐오를 통해 얻어 낼 수 있는 건 없다. 오직 쾌락만 생성될 뿐이다. 차별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대. 이런 시대는 노예제가 끝난 다음 등장했다. 백인들은 여전히 흑인과 밥 먹기 싫어했고, 분리 정책을 만들었다. 분리 정책을 통해 다시 혐오가 등장했다.

엄기호 / 개인적으로 경제적 하층 차별 문제에 관심이 크다. 특히 경제적 하층 청소년들은 무시, 혐오, 모욕의 대상이 된다. 노골적·폭력적으로 차별받는다. 이들을 바라보는 중산층은 '세련된' 차별을 하며 정당화한다. 복잡한 문제다.

혐오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서 동물 학대나 돌고래 사냥 관련 댓글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이전까지 치고 박던 좌파·우파가 똑같이 인간 자체를 미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래서 인간은 안 된다"는 댓글을 단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 바탕에는 '인간 혐오'가 깔려 있다.

나영 / '나는 왜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고 있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른 똑같은 사람을 혐오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로봇·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도대체 인간이 뭔가' 하는 좌절감이 팽배한 걸 느끼지 않나 싶다.

권김현영 / 인간 전반의 문제로 이야기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이야기가 중요하게 된 계기는 어디에 있는가. 이성애를 가지고도 행복·낭만적이지 않는데, '금지'를 받고 있는 동성애자는 행복하다고 하고 사랑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니) 재수가 없는 거다. 기존 규범이나 존재가 망가진 사회지만, 여전히 사람에 대한 행복과 질투심이 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보수 개신교 내 반동성애 진영이 소수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진호 / 종교와 상관없이 증오의 담론, 극우주의 프레임이 한국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권조례안을 먼저 이야기해 놓고 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 평균보다 낮을 가능성이 없는데, 인권에 있어서는 더 낮은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신념의 표현으로 볼 수 없다. 어떻게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산경제정책연구원이 2014년 12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조사한 적 있다. '성소수자는 인권 문제다'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 조사 결과는 거대한 '보수 대연합'이 붕괴됐다는 결과를 말해 준다. 진보뿐 아니라 보수조차도 성소수자를 인권 문제로 보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문재인 정부에도 좋다고 본다.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될 것이다.

19대 대선 당시 동성애 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 문재인 정부와 여성 정책, 젠더를 더 들여다봤으면 한다. 내각에 있어서 유리 천장을 깨뜨렸다는 호평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권김현영 / 유리 천장이 깨졌다기에는 아직 여성 인사는 2명뿐이다.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개혁 정부가 될지, 노무현 대통령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갈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문재인 캠프 내부에서 페미니즘 대통령 선거를 하자고 했는데, 그 판이 깨졌다. 유의미한 여성 정책을 보여 주며 표를 끌어오기보다, 여성 유세단을 꾸려 경로당에 보냈다. 이름이 '7080여성유세단'이다. 페미니스트 의제나 진일보한 의제는 없었다. 이 와중에 여성들은 한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너무 갈라져 있었다.

행정 권력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는, 문재인이 세 번 (동성애를) 반대한 것은 "말만 그럴 뿐이지 실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더 혐오하겠느냐고 되묻는다. 문재인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을 소위 '문빠'라고 부르는데, 문 대통령은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엄기호 / 문 대통령이 자제해 달라고 말해도 극렬 지지자들은 "그분은 대통령이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더 열심히 대통령과 정권을 보호하려 들 것이다. 나치즘·파시즘 안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총통, 최고 지도자는 더러운 일을 하면 안 되고, 그는 고통을 받고 있으며, 누군가가 대신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서사의 자가 발전'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극렬 지지자가)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영 / 정서상 문 대통령에게 뭘 기대하지는 않는다. 사실 대선 후보가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동성애에 대해) 발언한 건 처음이었다. 그걸 문 대통령이 한 거고, 대중에게 미치는 효과가 있다. 나는 당시 '이 발언으로 오늘 밤 또 누군가 죽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도 대표성을 어떻게 의미화할 것인지 고민했다. 여성 대표자 몇 명이 장관이 된다고 – 물론 그것도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 그것으로 여성의 정치적 시민성이나 권리가 대표되지 않는다. 여성 정치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 뉴스를 보며 행복해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선언은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사실 이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다. 일자리 전환을 보여 주는 것과 동시에, 노조 파괴로 유명한 갑을오토텍 대리인 출신 박형철 변호사를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했다. 모순적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일자리는 저임금 여성 노동이다. 결국 지금까지 논의해 왔던 젠더 및 퀴어 이슈와 노동의 문제가 연결되는 것이다.

나영 / 차별은 소수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노동운동 안에서도 고민돼야 한다. 성소수자와 장애인 인권을 배려·보호·방어해 주는 게 차별 금지의 전부가 아니다. 노동운동 의제 안에 소수자 목소리는 없었다. 단적인 예로 노동 시간 단축, 임금 협상의 기준은 늘 남성 임금노동자였다. 여성 노동자에게 한 번도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 없다. 노동운동하는 분들이 이 지점을 절실히 고민했으면 한다.

문화학자 엄기호 씨는 "차별을 일으키는 행위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엄기호 / 이번 현상을 보면서 고통을 통한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해와 고통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통은 절대적으로 개별적이다. 고통은 소통될 수 없고 교환될 수도 없다. 네가 내 고통을 아느냐? 아무리 이야기해도 모른다. 고통은 절대적이고, 고립되고, 외롭다. 고통의 절대성을 깨달아야 연대가 가능하다. 노동도 마찬가지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고통을 통한 연대가 아니다. 연대해야 하는 건 고통을 유발하는 폭력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개별적인 고통들을 유발하는 그 구조적인 폭력에 함께 대항하면서,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서로 연대해야 한다. 고통 그 자체를 위해 연대할 수는 없다. A 대위 사건(군형법 92조 6 추행죄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기자 주)을 보자. 그의 고통을 군미필자, 여성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 A 대위 고통을 유발한 폭력과 고통은 군대 '통치 권력' 문제다. 거기에 저항한다고 했을 때 내가 퀴어가 아니어도 상관없이 대항할 수 있다.

고통의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보면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 같다. 차별의 문제도 이런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단순히 성소수자나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존재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존재 안에 있으면 고립된다. 이 문제를 다르게 봐야 한다. 차별을 일으키는 행위를 '폭력'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나영 / 한편으로 그것을 이야기하는 제대로 된 장이 없다는 건 여전히 문제라고 생각한다. 폭력이 됐든 뭐가 됐든 공적인 문제로서 같이 해석하고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한다. 내 영역을 지키려는 투쟁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커밍아웃도 그런 의미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건 "네가 내 문제에 입 닫지 말고 모른 척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라. 바뀔 수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권김현영 / 퀴어들도 역시 '나 하나의 퀴어 운동'을 한다. '나 하나의 페미니즘'이라고도 한다. 퀴어도, 청소년 운동도 마찬가지다. 엄기호 선생의 말대로 타인의 고통은 알 수가 없다. 고통을 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너랑 나랑 같다는 게 아니라 다르다고 인정해야 한다. 나는 너를 알지 못한다, 결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동일성에 환원되지 않으면서 연대자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은 연대를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상상해 왔다. '나의 고통을 느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타인을 이질적 존재로 생각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집담회는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집담회 사회는 정용택 상임연구원이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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