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교(基督敎) 안에 속해 있는 교파는 다양하다. 장로교·감리교·순복음 말고도 가톨릭·그리스정교회·대한성공회·루터회·구세군 등 수많은 교파가 있다. 최근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서로 다른 두 교단이 하나가 되거나 조건 없이 교류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2012년 프랑스개혁교회는 프랑스루터교회와 합쳐 새로운 교단을 만들었다.

한국교회는 장로회 영향을 크게 받아 장로교 전통이 익숙하다. 익숙한 전통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다른 교파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도 많은 기독교인이 나와 조금 다르고 낯설다는 이유로 '이단' 딱지를 붙인다. '기독교'로 하나 되기는 요원한 게 한국교회 현실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여러 교파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교회복음주의교회연합(이문식 대표)은 5월 25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한 몸, 다른 모습. 형제자매 된 교회 함께 만나기' 첫 번째 포럼을 열었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이문식 대표)가 주최한 포럼이 열리기 전, 참석자들이 성세례자요한성당에서 감사 성찬례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날은 가톨릭·정교회·성공회 이야기를 들었다. 포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은 주교좌성당 내 성세례자요한성당에서 성공회 전통에 따른 감사 성찬례에 참여했다. 밴드 찬양, 기도, 설교로 이루어진 여느 교회 예배와는 조금 달랐다. 감사 성찬례는 성공회 절기를 따른다. 이날 성찬례는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이 땅에서 40일 사역을 마치신 뒤 승천하신 날을 기억하는 '예수 승천일' 절기에 따라 진행했다.

타 교파 목회자 50여 명도 성찬례에 참여하기 위해 여느 성공회 교인처럼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주님의 몸, 주님의 피"라는 말과 함께 성체를 받아들었다. 성가 스타일의 찬양을 불렀고, 구약과 신약 성경 본문을 하나씩 뽑아 읽었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외우는 것은 같았다.

참석자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성체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감사 성찬례를 마치고 열린 포럼에서는, 가톨릭·정교회·성공회가 서로 어떤 점에서 닮았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들을 수 있었다. 세 교파는 모두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로부터 계승된 교회'를 고백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일본가톨릭교회, 러시아정교회, 영국성공회처럼 가톨릭·정교회·성공회 앞에 각 나라 명칭을 붙여 조금씩 다른 신앙의 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교회 절기에 따라 전례를 실행하고, 성찬례를 가장 중요한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것도 같았다.

박노양 형제가 한국교회에 가장 낯선 정교회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정교회 신앙은 "전통을 그대로 지키는 신앙"이라고 했다. 서방 교회와 갈라져 지역 밀착 교회로 역사를 지켜 온 동방정교. 박 형제는 죽음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실제적이고도 완전한 연합인 성찬 예배는 정교 신앙의 정수라고 설명했다.

박노양 형제(정교회)는 "성찬 예배야말로 정교회 신앙의 정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찬 예배는 매일매일의 삶, 일주일간의 삶, 한 해의 삶, 그리고 인생 전체의 중심을 이룹니다. 모든 기도 예식과 성사와 일상적 신앙의 실천은, 결국 이 성찬 예배를 향하고 성찬 예배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중략) 성찬 예배는 정교회 신앙의 최종적인 표현이고 구현이며 정교 신자들의 삶에 있어서 근본적인 원천입니다."

정교회는 다른 교파 신자들에게 성찬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성공회와 다르다. 성공회 발표를 맡은 주낙현 신부는 성공회가 다른 교파보다는 조금 더 개방적이라고 했다. 주 신부는 사람들이 성공회를 가톨릭이나, 가톨릭 전례가 있는 개신교로 오인하는 이유를 성공회 역사에서 찾았다.

주낙현 신부(성공회)는 성공회는 나라와 문화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니는 교파라고 표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공회는 길고 복잡한 역사를 통과하며 수많은 사람의 호흡과 생활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다양한 신앙 전통과 신앙 개성을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성공회는 나라와 문화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니며, 한 교회 안에서도 신앙과 신학의 흐름이 매우 다양합니다."

김용해 신부(예수회)는 가톨릭교회 역사를 설명했다. 김 신부는 가톨릭도 나름 내부에서 쇄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전했다. 15세기 초,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이후 가톨릭 내에서도 여러 차례 교회 개혁을 시도했으나 좌절되고 시행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신부는 1900년대 들어 '평신도 신학'을 인정하고 다른 그리스도교와의 일치를 위해 노력하는 등 중세와 비교할 때 달라진 가톨릭 모습을 설명했다. 가톨릭이 생각하는 교회 개혁 과제로 △성직주의 타파 △본래 복음 정신으로 돌아가기 △바티칸 교황청 개혁 △사회 이슈 대응을 꼽았다.

김용해 신부는 가톨릭의 역사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오랜 전통을 유지해 온 세 교파는 사회 이슈에 대해 조금씩 다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여성·동성애자 서품을 대하는 입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기본적으로 여성과 동성애자 성직 서품에 반대한다. 성공회는 점차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성공회 주낙현 신부는 "여성의 서품을 '허용한다'는 표현도 차별을 전제하고 있는 발언이기 때문에, 성공회에서는 성직 서품을 '실행한다'는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동성애 이슈와 관련해서는 미국성공회가 가장 앞장서서 허용하고 있다. 아직 세계 성공회 차원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듣는 '경청'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교파 이야기를 듣는 '한 몸, 다른 모습. 형제자매 된 교회 함께 만나기' 포럼. 두 번째 시간에는 루터회·감리회·재세례파를 살핀다. 7월 27일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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