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대학원대학교 김구원 교수의 책 <가장 아름다운 노래 - 아가서 이야기>(기독교문서선교회), <사무엘상>(홍성사),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복있는사람)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뉴스앤조이>는 5월 21일, 김구원 교수와 출판사의 입장을 담아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페이스북 그룹 '신학 서적 표절 반대'의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가 김구원 교수 입장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아래 전문을 싣습니다. - 편집자 주

구글 번역기로 돌려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데, 굳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김구원 교수와 문장 하나하나를 놓고 표절이니 아니니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김 교수 주장에 답변하고,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합니다.

1. 김구원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 문제를 변호한다는 차원이라기보다, 일반 교인을 위한 참고서 장르에 학술적 논문 방식의 출처 표기를 요구하는 문화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문제가 된 자신의 책이 참고서 장르에 속하는 책이고, 제가 학술적 논문 방식의 출처 표기를 요구했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번에 홍성사에서 나온 책 <사무엘상>과 복있는사람에서 나온 책 <성경,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학술적 논문 방식의 출처 표기를 요구한 바가 없습니다. 김구원 교수가 포괄적으로, 혹은 거의 그대로 베낀 부분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그동안 여러 교수가 비슷한 반론을 제기했지만, 하나같이 어림없는 주장들이었습니다. 거의 베끼다시피 해 놓고, 그 처참한 베끼기를 무마하기 위해서, 제가 학술 논문 수준의 출처 표기를 요구했다고 덮어씌웠던 것입니다.

그럼 김구원 교수가 기독교문서선교회(CLC)에서 출판한 <가장 아름다운 노래 - 아가서 이야기>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 학술 도서로 선정되었는데, 김 교수는 이 책에서 학술 서적 수준으로 출처를 표기했을까요? 제가 페이스북 '신학 서적 표절 반대' 그룹에 올린 표절 의심 자료만 70개가 넘습니다. 올리지 않은 자료도 더 있습니다. 자료들을 보면 알겠지만, 그게 어디 정당한 인용입니까. 베끼고 또 베낀 것뿐입니다.

2. 김구원 교수는 본인의 글쓰기가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김구원 교수 책처럼 저술된 해외의 사례를 한 건이라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미 지난번에 송병현 교수와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송 교수는 자신의 책이 "일종의 전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해외 여러 사례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그중 유명 신약학자 피터 오브라이언의 <히브리서 주석>(PNTC)이 있었습니다. 다른 자료들은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오브라이언의 <히브리서 주석>은 소송 당사자인 우리가 보기에도 심각했습니다. 우리는 그 책을 출판한 미국 본사에 문의했고, 그 결과 오브라이언의 주석이 표절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오브라이언의 책 한 권이 표절로 밝혀지자 출판사들이 자발적으로 오브라이언의 다른 책들에 대해 표절 조사에 들어갔고, 그 결과 오브라이언의 여러 책이 절판되고, 소비자에게 사과와 보상 조치가 연달아 일어난 것입니다.

이번에도 한번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김구원 교수가 그렇게 자신의 글쓰기에 당당하다면, 자신의 사례와 동일한 해외 사례를 단 한 건이라도 제시해 주기 바랍니다.

3. 김구원 교수는 "학자의 양심"을 이야기했습니다. 만일 김구원 교수가 자신의 글쓰기와 동일하게 저술된 해외 사례를 단 한 건이라도 제시한다면, 학자의 양심을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학자의 양심은 거짓된 양심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어디에 가서 학자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만일 해외 사례를 제시하시고 제가 틀렸다는 걸 입증하신다면, 저도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담임목사직이라도 내려놓겠습니다.

4. 김구원 교수는 "시장에 맡기라"고도 했습니다. 출판 시장의 3대 요소는 저자, 출판사, 소비자입니다. 지금 그 시장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소비자가 출판물에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가 문제 있는 상품에 대해 입 다물고 비판·지적하지 말고, 내버려 두는 것이 시장에 맡기는 것입니까. 그러면 소비자 운동과 언론의 비판 기능은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5. 김구원 교수는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책을 저술하겠다고 했습니다. 독자를 무시하겠다는 오만한 말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책을 표절 조사해 왔지만, 구글 번역기가 제 조사를 뒷받침해 주는 경우는 처음입니다. 그런데도 김구원 교수는 앞으로도 그 저술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이게 다 얌전한 독자, 조용한 소비자를 시장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 바보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다시 한 번 제안합니다. 김구원 교수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고, 단 한 건이라도 자신의 저술과 동일한 방식으로 저술된 해외의 사례를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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