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대 학생들이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과 이사회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들이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뿐 아니라 이사회 전원이 사퇴하고, 새 총장 선출에 학생들도 참여시키라고 요구했다.

감신대 기독교교육전공학생회·종교철학전공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학생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5월 23일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감신 정상화를 위한 300인 서명도 전달하고 4주째 기도회도 열었으나, 학교 정상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사태 원인을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에게로 돌렸다.

비대위는 2년 전 이규학 직무대행이 학생과 교수 30여 명을 형사 고소한 일을 거론했다. "학생 대표를 고소로 겁박하고 학교 정관을 제멋대로 바꾼 2015년부터, 학교를 망치고 학생들을 밀쳐 내면서까지 권력의 자리를 고수하는 오늘까지, 이는 분명한 월권이요 권력 남용이다."

단식에 나서는 학생 이종화 씨는 이규학 직무대행을 '적폐'로 규정했다. 그는 "2년 전 학생의 손으로 퇴출시킨 이규학 이사가 이사장직무대행으로 돌아왔다. 이사회는 양분됐고 파행하고 있다. 그 피해는 학생들이 받는다. 왜 등록금 내는 학생들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등록금도 우리가 내고 감리교의 미래도 우리가 지고 있다. 이규학을 필두로 한 적폐 세력은 지난 상처들을 봉합하는 상징으로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 노승혁 씨는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을 옹호하는 입장을 발표한 이환진 총장직무대행을 비판했다. 그는 "이환진 총장직무대행 말대로 우리의 행동(피켓 시위)이 신앙 공동체에서 수용되기 어렵다면, (총장직무대행은) 대체 무슨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비대위는 무기한 단식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화 학생이 단식을 이어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1일씩 릴레이로 동참할 계획이다.

학교, 학생들 시위에 불편한 심기
이규학 반대 이사 측
"총장 선거 결정된 것 없어"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왜 극단적으로 나서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환진 총장직무대행은 5월 23일 오전 성명을 발표하며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이 학교를 정상화하고 있고 곧 총장 선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학생이 과격한 행동을 이어 가면 학교가 다시 혼란에 빠진다"며 자중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교 관계자도 "5월 16일 이사회에서 학교 현안을 처리했고 6월 2일 이사회에서는 후보 3명 중 한 명을 총장으로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 배후에 총장 후보자에서 탈락한 아무개 교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지금 이러는 것은 총장 후보자 선출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교수가 선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을 반대하는 '9인 이사회' 중 한 명은 "곧 총장을 뽑을 수 있다는 건 일방적인 주장이다. 6월 2일 총장 선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학교 행정은 원활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5월 16일 이사회에 출석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러나 총장 선출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아무개 교수가 총장 후보자 선정이 부적법하다는 가처분 신청에서 패소했다. 이 때문에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이 힘을 받았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마음대로 규정을 정해 특정인을 떨어뜨린 것 아니냐. 그런 편향된 선출 절차에 무슨 효력이 있느냐.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먼저다. 총장 선출을 강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감신대는 고공 농성, 교수 단식, 수업 거부 등 학내 사태를 겪은 지 2년 만에 비슷한 상황에 봉착했다. 양분된 이사회가 합의하지 않는 한 대치는 이사들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은 비대위 기자회견문 전문.

감신 정상화를 위한 300인 서명이 전달된 지 3주가 더 지났고, 매주 진행되는 학생들의 기도회는 벌써 4주차에 접어들었다. 2015년에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을 되새기며 이번만큼은 조속한 조치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했던 학생들의 마음은 처참히 찢겨지고 말았다. 이규학 이사장직무대행과 이사회는 학생들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교회를 찾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우리 학생들을 밀쳐내고 겁박하기까지 하였다. 이것이 목회자며 신학교의 이사장이란 말인가? 학생 대표를 고소로 겁박하고 학교 정관을 제멋대로 바꾼 2015년부터, 학교를 망치고 학생들을 밀쳐내면서까지 권력의 자리를 고수하는 오늘까지 이는 분명한 월권이요 권력남용이다.

도대체 학생들이 무엇을 더 해야 한단 말인가? 학교를 점거하고 노숙을 하고 지붕마저 없는 하늘에 오르고 300명의 뜻을 모아 간곡히 부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폐단의 장본인들이 학교를 종횡무진하며 학생들을 무시하는 상황을 우리들은 결코 좌시할 수없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곡기를 끊고 차가운 바닥에 눕고자 한다. 학생들이 차가운 바닥에 눕지 않아도 되는 학교를 위해, 학생 대표들이 권력자에게 고소당하지 않는 학교를 위해, 학생이 종탑에 오르고 학교를 점거하고 곡기를 끊을 일이 없는 학교를 위해, 이같은 처절한 몸부림이 없어도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하나님나라의 원칙인 '평등'이 여기 냉천골 선지 동산에 바로 세워지기까지 우리 학생들의 저항은 결코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학생들을 겁박하는 이규학은 즉각 퇴진하라!
학내 사태 책임지고 이사회는 총사퇴하라!
총장 선출 원천 무효 학생 참여 보장하라!

2017년 5월 23일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비상대책위원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