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침수 사실이 알려진 솔라엠버호. 마린트래픽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 폴라리스쉬핑이 운항하는 화물선에서 연달아 균열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이 노후에 따른 선체 균열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3월 31일, 오른쪽 포트에 물이 샌다는 다급한 통신을 남기고 침몰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지금까지 알려진 폴라리스쉬핑 소속 화물선 균열은 모두 3건이다. 4월 2일, 남대서양을 항해하던 스텔라유니콘호는 선체 균열이 일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긴급 대피해 1달 이상 수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라유니콘호는 스텔라데이지호와 쌍둥이 배로 불린다.

5월 3일에는 브라질로 향하던 스텔라퀸호에서 상갑판 평형수 탱크 윗부분에 균열이 발생했다. 항해 중 평형수가 솟아올라 선원들이 용접 등으로 임시 조치해 무사히 입항했다. 스텔라퀸호는 아직 출항하지 못하고 선체 수리를 받고 있다.

솔라엠버호도 외벽에 균열이 생겨 철판을 덧대고 운항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솔라엠버호 외벽 균열은 5월 5일 발견됐다. 임시 조치 후 현재 인도양을 지나고 있다. 솔라엠버호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수색에 10일 이상 참여했다. 6월 6일 중국 칭다오에 도착할 예정이다.

본부장, 선원들에 통신 차단 조치
"일반적이고 사소한 일이
큰일처럼 오도돼"

이 와중에 폴라리스쉬핑은 5월 20일, 선원들의 데이터 통신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이어지는 선박 침수와 균열 관련 내부 제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알려졌다. 폴라리스쉬핑 김 아무개 해사본부장은 모든 선박에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모든 해상 직원의 무선통신 데이터 사용을 일정 기간 자제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 내용은 '자제 요청'이지만, 사실상 선원들의 데이터 통신을 차단하는 조치다.

<뉴스앤조이>에 통신 두절 관련 사실을 제보한 선원 가족들은 "화물선에 탑승한 가족에게 통신이 단절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무래도 최근 언론에 보도된 선박 관리 문제 때문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폴라리스쉬핑 소속 화물선의 균열, 침수 소식은 주로 선원들이 가족 등에게 보낸 사진이나 문자를 통해 알려졌다.

폴라리스쉬핑이 전 선박에 보낸 공문.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폴라리스쉬핑은 데이터 사용 중단을 알리는 공문 발송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사 차원에서 결정한 내용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임원은 "해사본부 내에서 선장들과 상의해 결정한 사안이다. 일반적이고 사소한 문제가 마치 큰 상황인 것처럼 오도되었다. 선사 입장을 생각한 본부장이 진행한 것으로 안다. 선원들이 소셜미디어를 과하게 해서 선박 정비가 잘 안 되어 안전에도 영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조 노후 화물선 29척 중
19척 폴라리스쉬핑 소유
"바다 위 시한폭탄"

별일 아니라는 폴라리스쉬핑 측 태도와 달리, 해양수산부는 한 선사의 선박 4척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수부는 5월 19일, 해사안전국장 주재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선 솔라엠버호 항해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조선에서 화물선으로 개조된 국내 선박 29척에 대해서도 일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라리스쉬핑이 보유한 화물선 32척 중 스텔라데이지호를 포함한 19척은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한 노후 선박이다. 관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노후 선박은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문원준 씨(삼등기관사)는 이번 운항 기간 중 "기관실 냉각장치 고장을 수리하느라 이틀가량 잠도 자지 못하고 일했다"고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실제 해수부가 실시하는 항만국 통제 검사에서도 오래된 배일수록 출항 정지율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출항 정지율은 점검 선박 대비 출항 정지 판단을 받은 선박 비율이다. 지난해 출항 정지율을 보면, 5년 미만 선박은 0%, 5~10년 선박은 1.3%, 10~20년 선박은 2.8%, 20~30년 선박은 4.1% 30년 이상 선박은 8.3%가 출항 정지 처분을 받았다.

스텔라퀸호 상갑판으로 평형수가 새는 모습.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해상 산업 노동자들은 노후 선박을 과하게 보유한 폴라리스쉬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은 "폴라리스쉬핑 소유 화물선의 최근 사항을 보면 선박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든다. 안전을 위한 확실한 조치 없이 선박을 운항하는 것은 선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다"라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실종선원가족협의회는 정부에, 노후 선박 운항 관련 법률 개정과 노후 선박 운항 중단을 요구했다.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 사건 모두 다른 국가에서 사용 기한을 넘긴 노후 선박을 수입, 개조해 일어났다. 제3의 세월호, 제2의 스텔라데이지호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노후 선박 운항을 중지해야 한다.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처럼 언제 침몰할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은 노후 선박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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