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지난해 성주에서 사드 반대 투쟁을 하던 기독교인을 인터뷰할 때였다. 우리는 성주군청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는 저물고 있었고 하늘은 검푸르렀다. 약속 시간에 도착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카메라 든 남성을 대동했다. 남성은 인터뷰 내내 우리를 촬영했다.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박문칠 감독은 지난해 8월부터 사드 반대 투쟁을 해 온 성주군민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큐멘터리영화 제목은 '파란 나비 효과'. 6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파란 나비는 성주군민들에게 사드 반대 투쟁을 의미한다.

영화 '파란 나비 효과' 포스터. 사진 제공 인디플러그

'파란 나비 효과'는 5월 6일 폐막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 경쟁 부분'에 초청받아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전주국제영화제)는 "'파란 나비 효과'는 정치 투쟁을 벌이는 평범한 주부들 모습을 따라간다. 정치의식이 전무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개인적 영역에서 다수의 선을 위한 공동체 영역으로 관심을 옮기게 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정치는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 일상을 관통하는 테마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해 준다"고 평했다.

박문칠 감독은 영화를 만든 뒤에도 계속해서 성주를 찾았다. 5월 13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 감독을 우연히 만났다.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얘기가 나왔다. 그가 영화를 만든 이유, 영화에 담은 주제, 개봉됐을 때 관객에게 바라는 점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 지키려고
투쟁 뛰어든 엄마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 평처럼, 영화는 93분 러닝타임 내내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비춘다. 영화에는 성주군민 배미영 집사, 배정하 씨 등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박 감독에게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성주군민이 역동적으로 사드 반대 투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마'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성주군 분위기가 궁금해 몇 번 가 보았다. 열과 성을 다하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다른 투쟁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절실함을 느꼈다. 그 뒤에는 젊은 여성들이 있었다. 사드 장비가 내뿜는 전자파가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의혹이 알려지면서, 반대 운동에 나선 엄마들이었다. 인쇄소에 맡기면 될 현수막을 직접 제작하고,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파란 나비 리본을 도란도란 모여 앉아 종일 만들고 있더라. 이들의 헌신이 사드 반대 투쟁에 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을 영화로 조명하고 싶었다."

젊은 여성들이 사드 반대 투쟁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했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두 아이 엄마이기도 한 배미영 집사는 육아와 양육밖에 모르던 주부였다. 사드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지금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 기획팀에서 활동하며 매주 성주읍에서 소성리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힘을 싣고 있다. 배정하 씨는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 반대 1인 시위를 처음으로 시작했던 인물이다. 국방부가 성주를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지난해 7월 13일, 배 씨는 뉴스에서 소식을 접하자마자 피켓을 들고 군청을 찾아갔다. 박 감독은 말했다.

"사드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은 머리에 띠만 둘렀을 뿐이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성주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다. 반평생 1번만 찍던 주민들이 왜 이제 와서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비판하고 있는 걸까. 이들에게 어떤 일이 생긴 걸까. 정치는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둘의 관계는 가깝다. 성주 주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육아와 가사밖에 모르던 젊은 엄마들이 사드 배치 투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사진 제공 인디플러그
5월 13일 소성리에서 열린 집회에서 김천시 아이들로 구성된 팀이 공연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문칠 감독은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성주군민들의 사드 반대 투쟁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 감독은 지난해 8월부터 촬영에 나섰다. 10개월 동안 집이 있는 대구와 성주를 거의 매일 오갔다. 그는 "지난 여름부터 군민들과 함께 느낀 희노애락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장에 와 보지 못한 국민들에게 성주가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제대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에게 지난 10개월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그는 성주군민과 함께 사드 배치 반대해 온 김항곤 성주군수가 지난해 8월 22일 기자회견에서 돌연 입장을 바꿔 정부에 제3부지를 요구했을 때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관과 힘을 합쳐 반대 투쟁을 한 군민들은 당혹스러웠다. 배신감을 느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사람들은 매일 밤 촛불 문화제에 나오는 인원도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날 밤에는 평소보다 많은 주민이 집회에 참석했다.

"그날 밤 참석자들은 여는 노래로 '고향의 봄'을 불렀다. 군민들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노랫소리가 서글프면서도 무언가 비장했다. 그때 받은 느낌이 강렬해 지금도 생생하다. 영화에도 이때 모습이 등장한다."

사드 배치는 현재진행 중
영화로 국민 관심 커졌으면

사드 배치는 현재진행형이다. 미군은 4월 26일 새벽, 사드 일부 장비를 성주 롯데 골프장에 기습 배치했다. 박 감독이 '파란 나비 효과' 최종 완성본을 전주국제영화제 주최 측에 전달한 직후였다. 일을 끝냈다는 기쁨도 뒤로 미룬 채, 밤새 인터넷 방송으로 현장 상황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고 박 감독은 말했다.

"사드 배치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미군이 기습적으로 장비를 배치할 수 있었던 건 국내에 찬성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이 사드 문제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성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반대 여론이 확산돼 원점 재검토 등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란 나비 효과'가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것은 사드 기습 배치로 낙담하던 성주군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군민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5월 2일 감독과의 대화에 참석한 이들은 박 감독과 함께 무대로 나와 관객들에게 성주군 상황을 소개했다.

이날 배정하 씨 언니 배은하 씨는 영화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사드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주군이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 부지로 결정됐다. 제3부지로 소성리가 결정된 것도 같은 이유다. 처음에 사드를 반대한 건 딸 셋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공부를 하면서 사드는 한반도 어디에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도 보행기를 끌고 사드 반대를 외치는 할머니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이 영화를 계기로 사드를 몰랐던 사람들이 이 문제를 더 알았으면 좋겠다."

'파란 나비 효과'는 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에 참석한 성주군민들은 관객들에게 성주 상황을 전했다. 사진 제공 인디플러그
성주군민들에게 사드 배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성주군청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 인디플러그

박문칠 감독은 지금도 매주 소성리를 찾는다. 카메라를 들고 소성리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을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다. 후속편을 제작할지는 미지수지만, 언젠가 다양한 채널로 소성리 주민 투쟁 현장을 세상에 전할 계획이다.

'파란 나비 효과'는 6월 2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극장 개봉관 확보 및 홍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스토리 펀딩을 하고 있다. 5,000만 원을 목표로 5월 24일까지 진행한다. 펀딩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액수에 따라 예매권을 지급하고,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기재하는 특전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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