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흰 법복을 입은 원불교 교무가 개신교 교인과 손을 잡았다. 개신교 교인은 회색 수도복을 입은 천주교 수녀와 손을 잡았다. 수녀는 소성리 할머니와 손을 잡았고, 소성리 할머니는 다른 지역에서 온 젊은 여성과 손을 잡았다. 종교와 지역과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시민 800여 명이 손과 손을 잡으며 기다란 띠를 이루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평화의 인간 띠 잇기'라고 불렀다.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준비한 행사였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원회·사드배치반대부울경대책위원회(가칭)·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6개 단체는 5월 14일 소성리에서 3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평화행동) 집회를 열었다. 성주군·김천시를 포함해 전국에서 시민 800여 명이 모였다.

시민들이 진밭교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대구·경북기동대에서 경찰 700여 명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시민들이 진밭교 앞에서 평화의 인간 띠 잇기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소성리는 적막했던 전날과 달리 아침부터 들떠 보였다. 주민과 활동가들은 손님 맞이로 바빴다. 상황실 간부들은 무대 현수막을 새로 교체하고, 스피커·마이크 등 음향 장비를 설치했다. 소성리 할머니들은 마을회관 앞에 시민들이 먹을 초코파이, 사과즙, 컵라면 등을 한가득 쌓아 놓았다.

박철주 상황실장은 이날 전국에서 많은 시민이 올 예정이라고 했다. "주말이 되면 서울, 광주, 대구 등 전국에서 '평화 버스'를 타고 소성리를 방문한다. 오늘은 집회도 잡혀 있으니, 수백 명이 올 거라고 예상한다."

3차 평화행동 집회는 오후 2시 30분 시작했다. 풍물패가 꽹과리와 징, 장구, 북으로 흥을 돋궜다. 시민들은 마을회관 앞에 모여 대오를 갖추더니, 진밭교를 향해 출발했다. 진밭교는 사드 배치 부지인 롯데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다. 원불교 교무들은 3월 11일부터 진밭교 앞에서 무기한 철야 농성을 벌이고 있다. 행진 선두에는 원불교 교무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섰다.

선두 대열이 진밭교에 도착하자, 행진대는 평화의 인간 띠 잇기를 시작했다. 진밭교 삼거리에서 행진대는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한 무리는 출발 지점인 소성리 마을회관을 향해, 다른 무리는 평화계곡을 향해 긴 줄을 만들었다.

이어, '평화의 돌탑 쌓기'를 진행했다. 양쪽 끝에서 시민들이 가운데 지점인 진밭교로 돌을 날랐다. 한 할머니가 옆 사람에게 돌을 건네며 "사드 가고" 라고 말하자, 그 돌을 받은 다른 할머니가 "평화 오라"라고 외쳤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시민들은 이를 구령 삼아 돌을 건네고 건넸다. 돌은 하나씩 진밭교 옆에 차곡차곡 쌓여 탑을 이루었다. 탑 쌓기는 4시가 돼서야 종료됐다.

평화의 돌탑을 쌓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오후 5시 본집회가 시작했다. 시민들은 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무대 앞으로 모였다. 주민 대표, 국회의원, 종교인 등이 앞으로 나와 사드를 대한민국에서 몰아내자고 결의를 다졌다. 박태정 노곡리 이장은 각종 소음으로 고통을 입고 있는 주민들 마음을 대변했다.

"매일 헬기가 물자를 나르고 있다. 헬기 소리가 날 때마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는다. 농사 일이 손에 들어오지 않고, 소음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이다. 우리는 농사를 천직으로 삼는 농사꾼이다. 평생 투쟁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 농사나 지으며 평화롭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농사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

이석주 소성리 이장는 4월 26일 사드 장비가 들어올 때 주민들이 경찰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그날 새벽, 주민들이 장비가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이를 막기 위해 나오려 했는데, 경찰이 이를 막아섰다. 각 집마다 경찰 4명씩 달라붙어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국민을 보호하는 경찰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초전면은 1919년 3·1 운동 당시 지역 유림이 모여 만세 운동을 펼친 곳이다. 제2의 독립운동 정신으로 사드를 몰아내겠다."

박태정 노곡리 이장은 평화롭게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제2독립운동 정신으로 사드를 몰아내겠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제3차 평화행동 집회에는 전국에서 시민 8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국회의원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주민들에게 힘을 실었다. 윤소하 의원(정의당)과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국민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국민들은 대통령이 결단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신교·불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 5대 종단은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종교인 평화 연대'(종교인평화연대)를 구성해 성명을 발표했다. 황동환 신부(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가 성명을 낭독했다.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한반도를 세계 화약고로 몰아넣는 전쟁 무기 사드를 소성리에 배치하겠다는 결정은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종교인들 가슴에 비수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의 대표 적폐인 사드 불법 배치를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종교인평화연대는 앞으로 사드가 한반도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소성리 주민들과 함께하겠다."

이날 주최 측은 3차 평화행동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드가 적폐 청산 과제 중 하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를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를 놓고 한미 간 합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관련자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결의문 전문이다.

제3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 결의문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적폐 청산 과제인 사드 배치 철회에 나서라!
우리는 사드를 기필코 저지하여 주권과 평화, 주민의 생존권을 지켜 낼 것이다!

사드 철회를 위해 싸워 온 우리는 기대와 불안감 속에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배치는 주민 동의, 국회 동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집권하면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의 열망을 안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최악의 적폐인 백해무익하고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미국이 자신들의 무기인 사드 비용까지 요구하면서 사드 철회는 더 절박한 문제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시키고 점령군처럼 들어와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찰력을 소성리에서 철수시켜야 한다.

이어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합의의 실체와 비용 부담 논란, 불법 행위 등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관련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위반되는 사드 부지 공여 철회, 환경영향평가법을 무시한 환경영향평가 전 사드 공사 강행에 대한 중지 명령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드 배치를 중지시켜야 한다.

평화롭던 마을을 지키려는 소성리 어르신들과 생업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성주와 김천 주민들, 사무여한 자세로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 가는 원불교, 주권과 평화를 위해 지킴이로 나선 우리 모두는 기필코 사드를 막아 내어 주권과 평화를 지키고 주민의 생존권을 수호할 것이다.

하나, 불법적인 사드 배치 사업에 대한 중지를 명령하라!
하나, 주한 미군 사드 배치 과정의 불법성을 철저히 파헤쳐 국민 앞에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하나, 소성리를 점령하고 있는 경찰 병력을 당장 철수시켜라!
하나, 사드 장비 추가 반입을 막고 반입된 장비는 철거하라!

2017.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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