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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이제 '환경 선교사' 만들어야죠"

[인터뷰] 환경 운동 19년 최병성 목사

최유리   기사승인 2017.05.14  12: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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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성 목사는 길 위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환경문제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영월군수랑 정말 온몸으로 싸웠다. 한 2년 정도 싸웠는데, 얼마나 열심히 했냐면 군수가 꿈에 나올 정도였다. 꿈에서 내가 군수에게 '강에 사는 물고기도 맑은 물을 마실 권리는 있잖아요!'라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기억이 있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목사 신분으로 19년간 환경 운동에 매진한 사람이 있다. 1999년 강원도 영월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시작으로, 쓰레기 시멘트, 4대강, 청계천 문제 등 한국 사회 곳곳에서 신음하는 환경을 보듬고 있는 최병성 목사 이야기다. 그는 따로 교회에서 목회하지 않는다. 대신 길 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최병성 목사와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최 목사는 이 바닥에서 유명하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발로 현장을 누빈다. '쓰레기 시멘트' 유해성을 폭로할 때는 시멘트 회사, 공장 등을 전전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만나는 자리에도 참석해 쓰레기 시멘트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목사는 쓰레기 시멘트 회사들의 고발로 숱한 시간 법정에 섰다.

4대강 사업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 목사는 끈질기게 4대강을 누비며 사업의 오류를 짚었다. 책도 두 권 썼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최병성 목사라고 하면 자연스레 4대강을 먼저 떠올린다. 현재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 들어설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설립을 저지하는 운동을 2년 반 동안 하고 있다.

꾸준히 현장에서 환경 운동을 해 온 최병성 목사. 새 정권이 들어선 날, 최 목사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하나 올렸다. 

"앞으로 마을 일이 아무리 바빠도 4대강과 새만금 현장을 누비며 새롭게 변화해야 할 생명의 길을 제시하려 한다. 혹시 저를 하나님의 창조를 지키는 '환경 선교사'로 도와줄 교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5월 12일, 그가 거주하고 있는 용인시에서 만나 '환경 선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 목사는 환경 이야기뿐 아니라 길 위에서 사람들을 치유한 예수, 성경과 다른 길을 가는 한국교회 모습을 언급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가던 최 목사는 예수의 삶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최병성 목사는 4대강 건설에 관심이 깊다. 강의를 하고 시민들과 현장에 방문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 제공 최병성

- 환경 일을 19년째 하고 있다. 처음 이 분야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1994년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수도적인 영성 훈련을 하기 위해 강원도 영월로 내려갔다. 그때만 하더라도 환경 일을 할지는 생각도 못했다. 4년쯤 지났을 때, 영월군수가 서강에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강에 매립지를 세우는 것은 상식에서 어긋난 일이다. 서강을 지키기 위해 2년간 싸웠다. 그게 환경 운동을 하게 된 계기였다.

가까스로 지켜 낸 서강은 보존 습지로 선정되고 유명 관광지도 됐다. 강을 지키니 여러 유익이 생긴다는 걸 그때 몸으로 느꼈다. 이후 청소년들에게 생태 교육도 하고, 쓰레기 시멘트에도 관심 갖게 됐다. 서강 근처에 시멘트 회사 3개가 있는데, 그때 시멘트에 눈뜨게 됐다.

- 10년 넘게 '쓰레기 시멘트' 유해성을 폭로하는 활동을 했다. 쓰레기 시멘트란 정확하게 무엇인가.

한국 시멘트 회사들은 쓰레기 처리비를 받고 일본 산업폐기물을 가져온다. 1톤당 5만 원을 받는데, 뱃삯 제외하면 차액이 3만 원 정도다. 가장 많이 가져오는 시멘트 회사가 연간 50만 톤을 들여온다. 차액만 150억 남는다. 건설 산업이 불경기니까 시멘트 공장들이 경쟁하며 산업폐기물을 수입한다.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폐타이어, 폐고무, 폐비닐, 폐유, 슬러지 등 국내 산업 쓰레기를 비롯해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 등으로 시멘트를 만든다. 서강에 시멘트 회사가 있으니 오가면서 여러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직접 공장에 잠입해 폐타이어, 석탄재, 철 슬래그 사진을 찍으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활동하다 보니 제보도 들어왔다. 일본에서 출발한 악성 쓰레기가 부산항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일본 산업폐기물을 처리해 주기로 한 한국 회사에 연락했다. 내 이름을 말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사장이 폐기물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폐기물 회사 세계에서는 꽤 유명하더라.

일본에서 온 산업폐기물을 확인해 보니, 그 안에 온갖 쓰레기가 있었다. 일본 환경청에 메일을 보내 다시 가져가라고 요구했다. 일본에서 보낸 쓰레기가 한국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니 회수하라고 말한 것이다. 일본 환경청은 "이 산업폐기물은 한국 시멘트 회사로 가는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지만, 다시는 이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기사화하니 사회에서 공론화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가 생겼고 거기서 활동했다. 한국 환경부, 일본 환경청이 모인 자리에도 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그간 공장에 잠입해 모은 사진 자료를 모두 보여 줬다. 우호 관계를 고려한다면 폐기물을 수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날부로 철 스래그나 염소가 높은 폐기물은 수입이 중단됐다. 당시 일본 석탄재 수입이 중단됐는데, 이게 큰 돈이 되다 보니, 환경부의 요청으로 한 달만에 수입이 재개됐다. 

이 활동을 하면서 쓰레기 시멘트를 규제하는 절차가 몇 가지 생겼다. 일단 수출입 신고제가 만들어졌다. 그간 한국은 어디에서 어떤 쓰레기가 수입되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정부에서 수출입 신고제를 만든 것이다. 쓰레기 사용 기준도 강화됐다. 환경부가 발암물질, 유해성 있는 쓰레기 몇 가지는 아예 시멘트에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매달 시멘트의 유해성도 검사하고 있다.

최병성 목사는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4대강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금강 요정' 김종술 기자가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 전후의 금강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 주는 장면. 뉴스앤조이 구권효

- 4대강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4대강을 주제로 강의도 많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수문 상시 개방, 보 철거 전면 검토, 사업 엄정 재조사를 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이미 공사가 진행됐는데, 다시 허무는 게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말도 한다.

사람들이 현재 질문하는 게 세 가지 정도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아닌가 △보를 허문다고 과연 강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보는 지금 허물어도 늦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하나님이 만든 강은 수만 년 동안 흘렀다. 또 수만 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흐르게 될 거다. 이명박이 강을 막은 지 고작 8년밖에 안 됐다. 강이 흘러온 세월에 있어 8년은 점에 불과한 시간이다. 지금이라도 살려야 한다. 강물은 스스로 흐르게 하면 자기가 물길을 만들고 다시 살아난다.

4대강을 살리면 새만금도 살아야 한다. 새만금도 심각한 상태다. 방조제를 만들면서 옆에 있는 부안 바다와 서천 바다가 모두 죽었다. 4대강처럼 홍수가 발생하고 수질 악화가 생길 일은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방조제까지 다 만들었는데 아깝지 않느냐고 한다. 아니다. 새만금 사업에 지금까지 총 3조가 들었다. 여기에 더 들어가야 할 본공사비가 22조 원이다. 3조 원 아깝다고 22조 원을 쓰고, 환경 파괴하는 건 옳지 않다. 멈추는 게 가장 지혜롭다. 차라리 그 돈으로 주변 지역을 균형 개발하는 게 낫다.

- 단체에 소속된 것도 아닌데, 목사라는 정체성으로 19년간 환경 운동을 했다. 홀로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나는 환경 운동가가 아니라 목사다. 지금 이 일은 너무나 시급하고 포기할 수 없으니 하고 있지만, 늘 예수가 말한 복음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신학을 하게 된 이유도 병든 교회를 살리고 싶어서였다.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목사가 설교하는 복음조차 왜곡돼 있다. 사람들은 신앙에 대해 잘못 배운 것이 많다. 예수께 다시 바로 이끄는 작업이 필요하다. 편히 살고 싶어 예수를 믿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제자로 살아갈 기독교인을 기르는 게 시급하다.

사람들이 회개라는 말을 한다. 회개는 가치를 변화시키고 예수의 삶을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교회에서 사람들이 하는 회개를 보면 다른 사람 미워한 것, 성경 읽지 않은 것, 거짓말한 것 등을 말하더라. 엄밀히 따지면 이건 회개가 아니다. 반성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반성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왜 한국교회는 가치를 변혁하고 사람들을 새 길로 이끈 예수를 복 주는 사람으로 축소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예수가 살았던 길과 오늘날 한국교회는 너무나 다르다.

예수는 종교개혁가였다. 참예수는 길 위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목사라고 하면 '교회'라는 틀에 가둔다. 예수가 교회를 만들었나. 아니다. 그는 늘 길 위에 있었다. 나를 예배하라고 말씀하신 적 없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다. 한국교회는 예수 대신 맘몬을 숭배한다. 참예수는 현 한국교회가 만든 가짜 예수와는 다르다. 그는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치유하고 바로잡았다. 그런 예수를 전하고 싶다.

최 목사는 창조에 무관심한 한국교회에 '환경 선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하나님이 이 세계를 창조하셨다고 믿는 기독교인에게 환경은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실제로 교회들은 관심이 없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창조주 하나님"이라고 말하지만,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창조와는 거리가 멀다. 창조주 신을 믿는다면, 노아의홍수 후 피조물과 새 언약을 맺는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님은 "너희와 너희 후손과 모든 생명과 새 언약을 맺는다"고 말한다. 이 말이 뜻하는 게 무엇인가. 환경을 우리만 누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미래 세대와 온 피조물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이 말씀을 믿는 기독교인에게는 지구에 있는 것들을 지킬 의무가 있다. 모든 생명과 공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교회는 이 일에 무관심하다. 그게 현실이다. 원불교, 불교, 천주교에서 강의하며 예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타 종교인들은 예수의 삶을 들으면 감동을 받는다. 반면 기독교인들은 타 종교인들보다 감동받지 못한다. 그런 걸 보면 정말 안타깝다. 신학교에서조차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학 자체가 없는 게 아니다. 내 책꽂이만 봐도 환경신학 책이 여러 권 있다.

한국교회에서 왜 환경신학이 유통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돈이 되지 않아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큰 교회는 설교에서 교인들이 좋아하는 말만 던져 준다. 예수는 절대 상대가 좋아하는 말만 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교회에서는 그런 예수를 발견하기 어렵다. 단지 인간의 욕망만 부추기는 말을 한다. 그렇게 교회 성장을 이룬다.

- 최근 소셜미디어에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그 글에 '환경 선교사'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환경을 돌보는 일은 너무 당연하다. 사람들은 복음을 전하는 일만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구약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고 "보기 좋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지구를 만드신 후 좋다고 하신 점만 보더라도 인간이 하나님이 주신 선물 '환경'을 돌보는 일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교회에서 교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 뿐이다. 나는 교회마다 환경 선교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구를 지키는 일에 교회가 동참해야 한다.

후원 이야기를 꺼내는 게 나에게도 낯선 일이라, 처음에는 아는 몇 분에게만 도움을 요청할까 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한국교회가 환경문제에 관심 가져야겠더라. 10교회 정도가 한 달에 5~10만 원 정도만 후원해 줘도 경제적 부담 없이 4대강과 새만금 활동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거 같다. 왜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보를 제거할 수 있을지 설명할 예정이다. 만약 교회가 매달 선교비를 지출해야 한다면, 환경 선교사를 후원하면 좋겠다. 아직 목표한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몇 교회가 함께해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고마운 일이다.

최병성 목사는 쓰레기 시멘트와 4대강에 관한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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