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5월 11일 진행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김혜숙·김신아·이난희) 37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탈성별과 개혁'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원고입니다. 허락을 받아 전문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교회를 다닌 지 근 50년이 된 교인이자, 한국교회 대표적인 교단에서 안수를 받은 여교역자로서 교회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을 중심으로 교회 개혁을 이야기하려 한다. 만인사제직을 말했던 루터가 실제적으로는 여성의 동등성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만인사제직이라는 관점과 성경 가르침(갈 3:28)에 근거하여 모든 인간을 하나님 앞에 동등한 존재로 보고, 교회 개혁이 성을 따지지 않는 탈성별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고 한다.

남성 중심적인 교회

교회의 여러 부정적인 모습들(물질 중심, 남성 중심, 성직자 중심 등)에 염증을 느끼는 많은 이가 교회를 이탈해 가나안 성도(약 100만 명)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남성 중심적인 교회 모습에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젊은 여성이 교회를 많이 떠났다.

예장통합이 2016년 9월 교단 총회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남성도에 비해 여성도 수가 3배 이상 줄어들었다. 즉 남성도들은 그 전해에 비해 4,800여 명 줄었는데, 여성도들은 1만 6,600여 명이 줄었다. 왜 여성들은 남성보다 3배 이상 교회를 떠났을까. 과거에는 교인의 70~80%가 여성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여성 비율이 6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다음에 기술하는 교회 내 성차별 사례들을 보면 그 답이 보일 듯하다.

올해 3월 17~24일 <뉴스앤조이>에서는 '교회 내 여성 혐오'에 관한 설문 조사1)를 했고, 353명이 응답했는데 그중 20대가 245명(69.4%), 30대가 82명(23.2%)이었다. 즉 응답자의 92.6%가 20~30대였다. 응답한 내용을 보면, 그들은 교회에서 외모·복장·나이를 지적받는 등 성차별을 겪었다. 성 역할을 고정시키는 일이나 여성 차별적 설교도 경험했다.

그중 교회 내에서 외모·복장·나이를 언급하는 경우, "교회에서 직분자가 처신을 이야기하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죄도 중하지만 여성들이 복장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여자가 걸음걸이가 그게 뭐냐부터 시작해 여자는 크리스마스(여자 나이 25세를 일컫는 말- 기자 주)가 지나기 전에 결혼해야 한다고 했어요. 여자가 35세를 넘기면 재혼 상대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등의 사례가 있다. 그 외에도 교회에서 행사할 때 여성들은 음식 준비하느라 예배나 행사에 참여를 못 하고, 음식 분배하느라 정작 음식을 못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교역자들도 마찬가지로 교회에서 성차별적인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예장통합 교단의 경우, 여성 목사 안수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여성 안수 이후 20년 동안 여성 목회자의 목회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좋아졌는가?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2013년 전국여교역자연합회에서 실시한 여교역자 실태 조사에 의하면, 여교역자들은 여전히 성차별적인 목회 현장을 겪고 있다고 대답하고 있다.2) 성차별 유형으로 주로 사례비와 처우 문제, 업무 배정에서의 성차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대원을 졸업하고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는 경우 동일한 교육을 받았는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보다 적은 사례비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택 제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기혼자이기 때문에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사례비를 낮게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 배정에서도 남성에 비해 사역 기회가 적다. 설교의 기회도 잘 갖지 못하며, 교구를 담당하기보다 교육 부서나 새가족부, 상담, 문화 등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돌봄 사역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신학교 내 여학생 비율이나 여성 목회자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성들이 교회나 총회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활동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예장통합 교단의 경우, 2016년 9월 총회에 참석한 총회대표 1,500명 중 여성은 25명으로 1.7%에 불과했다.

성차별 문화가 지속되는 이유3)

이렇게 성별에 따른 차별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여성 안수라는 제도가 생겼다 하더라도 사람들 의식이 그만큼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회 부목사나 교육목사로서 여성을 환영하지만 담임목사로서는 꺼리는 경향이 있다. 주일 대예배 찬양대 지휘자도 남성이어야 좋겠다는 의식이 만연하다.

이는 항상 남성은 '정'의 위치에, 여성은 '부'의 위치에 두고 싶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다. 여성은 항상 남성의 보조적인 위치에서 보조적인 역할만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고정관념을 형성한 데는 여성을 창세기에 나오는 "돕는 배필"로 생각하고, 돕는 배필이라는 의미를 조력자, 보조자라는 개념으로 잘못 해석해 온 교회에도 책임이 있다.

일반 사회에서의 성차별 문제 근본 원인으로 성별 역할 분업을 지적한다. 이는 교회 문화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여성 역할을 한정 지어 놓는 것이 문제다. 여성 목사에게는 교구를 책임지게 하기보다 어린이나 노인층 교육이나 돌봄 사역, 문화 사역, 새가족 담당 사역, 심방 및 상담 사역 등의 역할만을 주면서 그것이 여성에게 적합하고 여성들이 잘하는 사역이라고 격려하는 것이다.

모든 개인은 천차만별이다. 모든 여성이 그런 사역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흡사 이스라엘 성전에 유대인과 비유대인, 여성과 남성의 통행 구역이 정해져 있는 것과 같다. 여성에게는 도전해서는 안 되는 목회 사역 영역이 있는 것이다. 성별에 따라 하는 일의 영역을 확정 짓는 것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남성들도 여성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성별 역할 분업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하는 우리들의 낡은 의식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 낡은 의식의 옷을 벗어 버리지 못하고 교회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교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교회에서 젊은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루빨리 성별 역할 분업의 고정관념에서 한국교회는 탈출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탈성별과 개혁

이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개혁해 나갈 것인가. 500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은 단지 남성 중심 종교개혁이었다. 여성은 남성의 조력자일 때 인정받았고 남성 중심의 질서에 저항하는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권력으로부터 배제당하고 역사에서 잊혀지고 은폐되었다. 그런 일은 과거의 역사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지금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성별에 따라서 다르게 위치 지어지고, 다르게 대접받는 질서를 거부한다.

이화여대 백소영 교수는 4월 11일 감신대에서 있었던 강연에서 창세기에 나오는 '돕는 배필'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의미를 말해 주었다. 백 교수는, 돕는 배필인 히브리어 '에제르 케네그도(ezer kenegdo)'가 내조자나 보조자라는 의미가 아니고 "사랑의 관계 안에서 곁에 서서 동등하게 마주보고 응시하며 도움을 주는 짝"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4) 그동안 잘못된 해석으로 하나님의 창조질서 운운하며 여성을 남성에 종속시키려 했던 교회의 무수한 잘못을 이제는 회개하고, 새롭게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어서 백 교수는 사회학자들의 말을 빌려 "이제 다가오는 사회는 '재능'이 통치하는 사회(meritocracy), 즉 각자의 전문성으로 서로를 돕고 건설하는 유동적, 유기적 사회"가 될 것이라며 "진정한 마주 봄의 혁명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만, 결혼한 아내와 남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면서 서로 다른 너와 내가 존재하는 공동체"로 발전시킬 것을 촉구했다.5)

우리는 언제 종교개혁의 목적지에 도달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데오도르 베자의 "개혁된 교회란 있을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늘 새롭게 개혁되어야만 하는 교회가 있을 뿐"이라는 말대로, 남성과 여성이, 너와 내가, 성을 떠나 자신이 가진 달란트대로 활동하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아름다운 생을 만들어 나가는 개혁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숙 / 목사,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회원활동위원장, 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

각주

1) "이것이 '교회 내 여성 혐오' 아무 말 대잔치다", '교회 내 여성 혐오' 설문 조사 결과, <뉴스앤조이> 2017년 3월 25일 자 기사.

2) 교회에서 성차별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전체의 56.5%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무응답 9.6%를 제외하고 33.9%만이 성차별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응답하였다. 차별의 유형에 관해서는 사례비와 처우에 있어서 차별을 느낀다는 응답이 34.5% 업무 배정에 있어서의 차별을 경험한다는 응답이 33.8%로 사례비와 업무에 있어서의 차별이 68.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교역자실태조사 보고서, 62~63쪽, 2013)

3) '낡은 의식으로부터 탈출하라!', 2015년 4월 28일 자 장신대학보 <신학 춘추>(2면)에 필자가 기고한 글의 일부.

4) '루터는 수녀와 결혼해서 잘 살았을까?', <당당뉴스> 2017년 4월 11일 자 기사에서 재인용.

5) 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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