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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의사 결정 구조의 한계

교회 내 껍데기 민주주의 탈피하려면

김홍석   기사승인 2017.05.14  1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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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5월 11일 진행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김혜숙·김신아·이난희) 37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교회 개혁, 건강한 의사 결정 구조로부터'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원고입니다. 허락을 받아 전문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한국 사회에서 개신교회는 얼마만큼 존경받고 있을까. 최근 조사에 의하면 가톨릭과 불교계보다 더 인색한 점수를 우리 국민으로부터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평판에 크게 기여한 것이 대형 교회의 세습 그리고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권력 지향성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석하는 교회들이 어쩌다 교회 세습, 그리고 우 편향적 정치적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됐을까. 이 시간, 교회의 세속화에 대한 비판에서 한 발짝 물러나 한국 개신교의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

현재 많은 교회와 비영리단체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은 흔히 "로버트의 법칙(Robert's rule of law)"이라고도 불리는 대의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이다. 약 150년 전 해군 제독이었던 로버트 경이 자신의 교회에서 진행되는 회의의 비효율성에 한계를 느껴 당시 미국 의회의 의사 결정 방식을 간단히 정리하여 발표한 것이 그 효시이다. 로버트 법칙은 많은 조직이 손쉽게 대의제 민주주의를 활용하여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도왔다. 지금도 규모가 큰 교단의 의사 결정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15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이 로버트 법칙이 여러 한계에 봉착해 있다. 첫 번째로 이 방식은 말 그대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가져다주었으나 그 내용상으로 소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때가 많이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참석한 국내외 많은 교회 의회에서 몇 초 내에 동의와 재청을 받아들여서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투표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많이 발생하였다. 진행자가 로버트 법칙의 방식이나 해당 안건의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대의제 의사 결정 방식은 교회 내 갈등 문제를 다루는 데 적합하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로버트 법칙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의민주제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들 입장을 듣고 숙려하고 제3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갈등 해결 과정에서는 오히려 피해야 할 의사 결정 방식이다. 한 예로 필자가 참석한 미국의 한 교단 노회에서 "동성애자의 교단 가입"이라는 첨예한 문제에 대한 사안을 투표로 결정하려다 몇 차례 다른 참석자에 의해 저지된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로버트 법칙은 한국교회에 있는 목회자에 대한 의존적 영성과 유교적 권위주의와 함께 만나면서 포장만 민주주의적인 것으로 변질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한 대형 교회가 형식적인 당회 표결로 원로목사 아들을 청빙하는 결정을 했다. 누군가는 이것을 꼼수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정당한 방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30년 가까이 "영적인 대부"로 섬기던 원로목사의 심중을 어느 장로가 헤아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투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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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의민주제가 아닌 어떠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물을 수 있겠다. 딱 부러지게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방향성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즉 "수직적 의사 결정"에서 "수평적 의사 결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나 장로가 공동체 의견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교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성의 변화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할 수 있겠다. 첫째, 다양한 의사 결정과 소통 방식을 교단과 신학교 차원에서 실험하고 이러한 실험을 개교회로 전파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개교회는 새로운 의사 결정이나 소통 방식을 실험할 여건이 못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각 교단 대학의 역할이다. 미국에서 본 한 교단에서는 지도 교수 감독하에 예배와 의사 결정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단순하게는 떼제 공동체의 예배 형식을 수요 예배에 도입하는 것부터 성찬식 빵에 건포도 넣기, 교회 비전 수립을 위한 참여형 수련회까지 실험 범위가 다양했다.

둘째,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들의 지도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훈련과 참여가 필요하다. 성공회 목회자요 예수원 설립자인 대천덕 신부는 공동체의 의사 결정 기구에서 설립자인 자신을 스스로 제외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독립된 결정권을 존중하였다. 대천덕 신부 사후, 그의 아들인 벤 토레이 신부와 가족은 의회의 결정권자가 아닌 설립자 가족이자 사명을 위해 초청받은 이들로서 조용히 예수원을 섬기고 있다. "우리의 제안이나 의견이 채택이 안 될 때,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오히려 공동체가 건강하다는 표시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도 있습니다. 토레이(대천덕 신부 가족 이름) 가족이 이곳을 떠나더라도 예수원은 하나님의 사명을 잘 감당하고 지속될 것입니다"라고 아들 벤과 며느리 리즈 토레이 부부는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의 형식적인 대의민주제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살펴보았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성이다. 교회가 작년보다 더 평등해지고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면 그 교회는 느리지만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한 번에 한 교회씩…. 교회가 조금 더 건강해지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식을 도입해 갈 때, 느리지만 천천히 평화롭게 하나님의 나라가 한 발짝 더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김홍석 / 소통 및 갈등 해결 전문가, 여울교회 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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