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 / 이덕주 지음 / 신앙과지성사 펴냄 / 319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일평생 남의 이야기를 써 온 교회사학자가 자신의 첫 신앙 에세이를 펴냈다. 감리교신학대학교(감신대)에서 교회사를 가르치는 이덕주 교수(교회사) 이야기다.

이 교수는 <초기 한국 기독교사 연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개종 이야기>(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한국교회 처음 여성들>(기독교문사), <한국교회 이야기>(신앙과지성사), <한국 영성 새로 보기>(신앙과지성사) 등을 집필했다.

그런 그가 정년 1년을 앞두고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신앙과지성사)를 펴냈다. 이덕주 교수는 "내 이야기와 내 신학을 들려 달라는 제자들의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고 설명했다.

교회사학자가 쓴 에세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책은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이 교수의 신앙을 일깨워 준 어머니 고 윤태신 권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찍이 남편을 떠나보낸 윤 권사는 현주·정희·덕주 삼남매를 홀로 키웠다. 다소 도발적인 책 제목은 어머니가 삼남매에게 한 말에서 따왔다.

"내 힘으로 너희 삼남매를 키울 수가 없구나. 그래서 어제저녁 예배당에서 기도하던 중 너희를 하나님께 바치기로 작정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는 내 자식이 아니라 하나님 자식이다. 그런 줄 알아라." (19쪽)

이덕주 교수는 1952년생으로, 한국전쟁 세대다. 유년시절을 가난과 고독으로 보냈다. 중학교 1학년 때 골수염을 앓던 이 교수는 병상에서 "하나님, 나 다리만 자르지 않게 해 주시면 하나님의 종이 되겠습니다"(61쪽)라고 서원했다. 모교 감신대를 나와 목사가 되고, 일평생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책 2~4부에서는 교수로 재직하며 깨달은 성서 말씀과 영적 경험을 그린다.

"우리는 지금까지 십자가를 만들고, 걸고, 바라보면서 줄기차게 골고다 현장에 있었던 '예수 십자가'만 생각했다. 내 죄와 허물을 전가시킬 수 있는 그런 십자가 말이다. 우리의 편견 속에서 십자가는 늘 예수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냥 그 십자가를 바라볼 뿐이었다. '당신이 지셨으니 우리는 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내가 바로 그랬다. 오랫동안 내가 져야 할 나의 십자가를 잊고 살았다. 주님은 제자에게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하셨는데도 말이다." (95쪽)

"그런데 그 소금이고 등불이어야 할 오늘의 기독교인들이 그 맛과 빛을 잃고 있다.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은 두말할 것도 없고 교인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남 탓할 것 없다. '우리 마음을 저울질 하시는'(잠 24:12) 하나님의 판단을 가볍게 여기고 세상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기준과 원칙으로 적당하게 세상과 타협하며 살았던 내 잘못이 크다. 성소 저울을 팽개치고 세상 저울을 사용했던 나 자신부터 회개할 일이다. 세상 저울이 아니라 '하나님의 저울'(단 5:27)을 두렵게 여기는 신앙의 본 자리로 돌아가야 하겠다." (115쪽)

5~6부에서는 이덕주 교수의 최대 관심사인 '회개와 종교개혁'을 주제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을 향해 성찰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교수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도 가감 없이 고백했다.

"지난 학기 이덕주 교수의 '한국교회사 개론' 수업을 들은 학생들에게. 지난 학기 수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잦은 수업 변경, 휴강, 교수의 불성실한 수업 준비로 인해 수강생들에게 폐를 끼친 점을 통절하게 자책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여러분의 애정 어린 강의 평가를 가슴속에 담아 두고 보다 성실한 교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8년 8월. 이덕주." (230쪽)

일평생 역사 속 인물의 삶과 정신을 밝혀 온 교회사학자는 그리스도인이 회복해야 할 첫 가치로 '사랑'을 꼽았다.

"'끝까지 사랑하라' 그것이 30년 만에 '신학 동기생' 무덤을 찾아온 내게 정민종 목사가 던져 준 메시지였다. 어머니가 내게 남겨 주신 사랑이 그러했고,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주님의 사랑이 그러했으며, 교회사를 공부하면서 만난 신앙 선배들이 보여 주신 사랑이 그러했듯, 나 또한 남은 날 동안 내게 주어진 사람과 일들을 사랑하는 것으로 '내 할 본분' 삼으리라 기도할 뿐이다." (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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