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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 잘못 받아들인 한국교회, 성차별 낳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 37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5.12  15: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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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신학은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교회에는 신학을 공부하고 여성 교역자로, 일반 신자로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이 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다. 교계 곳곳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다고 외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교회 구성원 절반이 넘는 여성의 위치를 재고하자거나 여성을 차별하는 시스템을 고쳐 나가자고 논의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김혜숙·김신아·이난희)는 여성에게 척박한 한국 교계에서 37년간 활동해 온 여성 신학자 모임이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꾸준하게 목소리를 냈다. 교회 개혁, 여성 안수 등 교회 내 남녀 차별 문화를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

여신협은 5월 11일 서울 NPO센터에서 창립 37주년 기념 예배와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토크 콘서트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건강한 의사 결정 구조, 탈성별, 칼빈 신학과 한국교회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5월 11일 서울 NPO센터에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소통 및 갈등 해결 전문가로 활동 중인 김홍석 씨(여울교회)는 한국교회 의사 결정 구조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교회는 대의민주제에 따라 공동의회에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린다. 김 씨는 공동의회가 150년 전 교회에 도입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방법은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한계를 지니고 있다.

"소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가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실제로 교회 공동의회에서 몇 초 내에 제청과 동의를 받아들여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투표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대의제 의사 결정 방식은 교회 내 갈등을 다루는 데는 적합하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홍석 씨는 좋은 의도를 갖고 도입한 이 제도가 한국교회에서 목회자 권위에 기대는 의존적 영성과 유교적 권위주의와 만나 포장만 민주주의로 변질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 메노나이트 예를 들며 '수평적 의사 결정 구조'를 지향하는 교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노나이트는 회중교회로, 구성원 개개인 의견을 듣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는 대다수 교회가 그동안 일부 구성원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취했다며, 이제라도 모두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소통 방식을 바꾸는 실험이 개교회 단위에서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신협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혜숙 목사는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는 한국교회 현실을 짚었다. 교회에 만연한 성차별은 평신도뿐 아니라 목사에게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교단의 시스템 자체도 문제지만, 목사 안수를 주는 교단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도 문제라고 말했다.

목회 현장에서도 차별은 두드러진다. 여성 목회자에게는 대개 교육 부서, 새가족부, 상담 등 돌봄 사역을 맡긴다.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 역할이 여성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 목사는 한국교회 구성원 절반 이상이 여성인데도 여전히 여성을 보조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에서 지정 성별에 대한 역할을 명확하게 나누는 낡은 문화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교회는 아직도 그 낡은 의식의 옷을 벗어 버리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교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교회에서 젊은이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교회는 하루빨리 성별 역할 분업의 고정관념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

김홍석 씨(왼쪽), 김혜숙 목사, 이난희 공동대표가 나와 발언을 이어 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가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 이난희 공동대표도 이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최근 "외로워도 교회는 가지 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국교회가 칼빈의 주요 가르침을 어떻게 잘못 받아들여 변질시켰는지 설명했다.

이난희 공동대표는 칼빈이 주장한 하나님의 절대주권성은 남성 담임목사 중심주의로 변질됐고, 자본주의사회에서 물질적 성공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에게 영광이 된다는 식으로 인식돼 왔다고 했다. 특히 교회로 본다면, 교인이 늘어나고 재정 규모가 커지는 물량적 성장과 성공이 곧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것처럼 이해해 목회자 사이에서도 경쟁하는 문화, 쉬지 않고 일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독 성범죄에 약한 한국교회 모습도 칼빈의 몸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서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칼빈은 몸을 부정하고 성욕을 억압했는데, 이는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이어졌다. 한국교회에서도 여성의 성을 억압하고 순결을 강조하는데, 억압된 욕망은 교회 내 성추행 및 성범죄의 증가로 표출된다. 개신교 목회자의 성추행 및 성범죄 비율이 전문직 직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의 오명은 철저한 회개 없이 값싼 사랑의 설교로 무마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이난희 공동대표는 "칼빈의 사상에는 하나님의 주권, 위엄과 사랑, 자비, 인간성, 인문주의와 종교개혁, 개인 재산 소유제와 평등한 공산주의 등 상이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는 그 사이에서 균형과 중심을 잡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칼빈은 후대가 자신을 추앙할 것을 우려해 무덤조차 알리지 않았는데, 한국교회는 그의 신학을 문자주의적으로 좇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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