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격랑의 역사를 건너며 주목받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가짜 뉴스'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고영태 배후설', 'JTBC 태블릿 PC 조작설' 등으로 시작된 가짜 뉴스는, 선거 기간 유력 후보들의 네거티브로 활용됐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팩트 체크' 코너를 만들었고, 시민들의 힘으로 가짜 뉴스를 걸러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었다.

개신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개신교 극우 세력들이 있는 스마트폰 채팅방에는, 여러 블로그 글을 공유하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내용은 물론 출처도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제쳤다든지, 지지율이 2%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든지 하는 글이 대표적이다.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가 남침 땅굴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선거 막판이 되자 개신교 극우 세력의 홍준표 지지는 점점 노골적이 되었다. 기독자유당이 공식적으로 홍 후보를 지지했고, 채팅방에는 팩트를 확인할 길 없는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왔다. 평소 반동성애·반이슬람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던 인사들도 우회적으로 홍 후보를 지지했다. 직접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동성애와 이슬람, 차별금지법을 저지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다. <뉴스앤조이>는 투표 하루 전, 이런 현상을 기사화했다.

이용희 대표가 카카오톡 채팅방에 올린 문자메시지.

기사를 쓴 취재기자는 선거 날 에스더기도운동 유 아무개 간사에게 항의 전화를 받았다. 기사 내용 중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 간사는 "메시지에 '이용희 드림'이라는 말도 없는데 어떻게 이 대표가 쓴 거라고 할 수 있느냐. 내가 확인한 바로는 이 대표가 그렇게 카카오톡에서 글 쓰고 다니지 않는다"며 기자에게 기사를 내리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를 지적하는 기사를 썼는데, 오히려 가짜 뉴스로 몰린 것이다.

문제가 된 문자메시지는 '내일 우리는 하나님께 투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뉴스앤조이>는 제보는 물론, 이용희 대표 카카오톡 계정으로 메시지가 올라온 것을 직접 확인했다. 게다가 이 메시지는 포털 사이트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나온다. 여러 극우 개신교 커뮤니티에 이용희 대표 계정으로 올라온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이 그대로 올라가 있다. 이 대표는 대선 전날에 그치지 않고 선거 당일에도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 투표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계정이 연동된 전화번호도 이용희 대표 것이 맞았다. 이 대표는 5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계정으로 올린다고 해서 다 내가 직접 타이핑한 것은 아니다. 그 메시지는 에스더기도운동 기획팀에서 작성한 것이다. 사안에 따라 내가 직접 쓰기도 하고, 기획팀에 언급 정도만 하기도 한다. 내가 요즘 바빠서 모든 메시지를 검토하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작년 11월 26일 '국가기도연합'이 연 미스바 구국 기도회. '하야 반대' 메시지와 태극기를 흔드는 참석자들(사진 위). 기도회를 인도하는 이용희 대표(사진 아래). 뉴스앤조이 이용필

에스더기도운동은 그동안 이 기사 외에도 <뉴스앤조이>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여러 번 전화해 이의를 제기했다.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론이 일던 작년 11월, 에스더기도운동이 소속한 국가기도연합이 서울역 앞에서 '미스바 구국 기도회'를 열었을 때였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탄핵 반대'가 적힌 종이를 흔들었고, 강단에 선 사람도 탄핵 반대를 외쳤다.

<뉴스앤조이>는 현장을 취재하고 가감 없이 기사를 썼다. 기사가 나간 후, 에스더기도운동 유 간사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이 집회가 탄핵 반대 집회가 아니라 나라를 위한 순수한 기도회였다고 항의하며 기사를 고치라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현장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왜 CTS나 <국민일보> 같은 메이저 언론사와 다르게 기사를 쓰느냐"고도 했다.

이후로도 미스바 구국 기도회는 계속됐다. 강단에서 직접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에스더기도운동은 박 전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 결정을 한 주 앞둔 2월 28일, 서석구 변호사를 집회 강사로 초청했다. 국가를 위한 특별 금식 기도회에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중 한 명을 강사로 세운 것이다. 집회를 홍보하는 글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 국가가 무너지는 것처럼 썼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지금 깨어 기도하지 않으면 조국은 되돌릴 수 없는 시국을 맞을 수 있습니다. 내가 형편이 될 때 기도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위험할 때 모든 것을 뒤로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국가가 무너지면 신앙생활도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정치색을 극구 부인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기자는 이용희 대표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해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서석구 변호사에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 나라의 상황만을 들었다. 우리도 집회를 할 때 강사들에게 정치적인 발언은 삼가라고 언급한다. 그런데 가끔 그런 요청에도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석구 변호사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무효를 외치는 사람들은, 고영태 배후설이나 태블릿 PC 조작설 등 일반적인 시민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용희 대표는 "우리도 가짜 뉴스들을 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러 주장에 대해서는 주요 언론사들이 언급하는 정도까지만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 건강에 대한 소문과 사진도 돌았는데, 변호인에게 물어보니까 사실이 아니라고 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해 기도하고 있고 계속해서 기도하려고 한다. 공의롭게 재판이 진행되기를, 박 전 대통령이 예수님 믿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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