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탈핵에 대한 기사를 쓰다 보면, 반대로 핵발전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댓글이 심심찮게 달린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주장하는 것들과 유사한 내용이다. 핵발전이 다른 에너지 발전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전체 에너지의 40%를 원전에 의지하는 한국에서 탈핵을 한다면 여름에 블랙아웃(대정전)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말이 모두 틀린 건 아니다. 관점에 따라 맞는 것도 아닌 것도 있다. <뉴스앤조이>는 한수원과 핵발전소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주장을 살펴봤다. 한수원이 후쿠시마 6주기를 맞아 지난 3월 공식 블로그에 올린 '우리나라 원전 안전성을 되돌아보다'에 나온 자료를 토대로 검토했다. 

환경 운동을 하는 전문가들에게 한수원 주장이 타당한가 물었다. 시민사회에서 탈핵 활동 중인 양이원영 사무처장(환경운동연합), 이헌석 대표(에너지정의행동), 30년간 원자로를 설계했고 한빛원전검증단 팀장을 역임한 이정윤 대표(원자력안전과미래)에게 물어보았다. 탈핵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주장 중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렸는지 자세하게 알아보자.

한국에는 핵발전기 25기가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1. 한국 원전은 '미국연방법'을 토대로 약 5,000~1만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강진에 견딜 수 있게 했다.

-> 미국연방법에 근거를 두었다고 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미국에 맞다고 모든 나라에서 다 통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역시 미국 기준으로 핵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사고가 발생했다. 지진과 무관했던 한국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이런 고려 없이 단지 미국이 만들어 놓은 몇 가지 시스템으로만 평가한다. 나라마다 지질 상태가 다 다른데 미국이 만든 시스템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논리 비약이다.

2. 한국에 있는 핵발전소는 규모 6.5 강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최근 만들어진 신고리 3·4호기, 신한울 1·2호기는 규모 7.0에 맞춰 설계했기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도 무너지지 않는다.

-> 한수원은 아직까지 '최대 지진 평가'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최대 지진 평가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핵발전소가 실제 어느 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는 테스트다. 규모 5.8 강도가 일어난 경주의 경우, 핵발전소가 위치한 지반이 활성단층이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지만, 활성단층을 고려한 재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반을 정확하게 조사하지 않은 상태로 내진 설계한 것이다.

3. 후쿠시마 사고 원인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로 발생한 발전소 침수다. 한국은 쓰나미에 대비해 수면보다 10m 높은 위치에 발전소를 건설했다. 또 원자로는 계속 가열되기 때문에 냉각해 줘야 하는데, 원전에 이상이 생겨 가동을 멈춰도 비상디젤발전기가 있어서 원자로 냉각 시스템은 계속 가동할 수 있다.

-> 사고 예방에 대한 조치로 비상 디젤 발전기를 쓰거나 해안 방벽을 높이는 것은 좋은 방책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핵발전소 사고를 다 막을 수는 없다. 다음 사고는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핵발전소 사고를 살펴보면 매번 원인이 달랐다. 인적 실수도 있었고 설비 결함도 있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 원인을 쓰나미로 보았는데, 결국 쓰나미는 지진 때문에 생긴 결과다. 일본도 체르노빌 사건이 발생한 후, 체르노빌은 일본과 조건이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결국 후쿠시마 역시 다른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했다. 지진으로 지반이 흔들리는 것뿐 아니라 쓰나미가 올 수도, 산사태가 오거나, 내부 균열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

4. 핵발전소 폐쇄하면 블랙아웃 생긴다.

-> 한국 전력 예비율은 20% 정도 된다. 전력 예비율은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에 수요를 채우고 남는 전력을 말한다. 이게 20%라는 건, 한국에 이미 많은 전기가 남고 있다는 말이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사고 후 핵발전소 56개 가동을 모두 중단했지만 블랙아웃 현상은 없었다.

월성 1호기가 있는 경주. 주민들은 지진으로 인해 핵발전소 사고가 날까 두렵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5. 방사능은 300년만 지나도 거의 다 사라진다.

-> 방사능 반감기는 물질마다 다르다. 방사능 수치에 따라 고준위·중준위·저준위 폐기물로 나눈다. 고준위 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능 반감기가 긴 물질을 말한다. 이 고준위 폐기물이 총 핵폐기물의 95%를 차지하며, 독성도 중·저준위보다 1,000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준위 폐기물은 방사능에 오염된 부품이나 교체품이다. 저준위 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입은 작업복·장갑·덧신을 뜻한다.

반감기가 짧은 저준위 폐기물의 경우 8일 만에 방사능이 반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세슘이 30년 정도고 우라늄은 7억 년, 플루토늄은 최소 88년에서 최대 808만 년이 걸린다. 보통 최소 10만 년 보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안에도 여러 물질이 있으니 10만 년은 평균 수치일 뿐이다.

6. 콘크리트로 밀봉하면 방사능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 밀봉이 잘 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설계상·이론상으로는 콘크리트 수명이 100년이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외부 충격이나 지진에 의한 물리적 충격, 풍화 작용이 발생한 콘크리트는 100년간 유지되기 어렵다. 게다가 고준위 폐기물은 최소 10만 년 보관해야 한다.

한국은 핵폐기물을 핵발전소 안에 있는 임시 저장소에 보관한다. 미국·프랑스는 컨테이너 박스에 핵폐기물을 넣어 사막에 묻는 방식을 택한다. 딱히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핀란드만이 고준위 핵폐기물을 컨테이너 박스에 넣고 지하 50m 이하 천연 암반 속에 묻겠다고 결정했다. 밀봉해서 방사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나 외부 충격이 없는 안전한 지질을 찾을 이유가 없다.

7. 우라늄 1kg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전기를 석탄으로 만들려면 3만 톤을 태워 한다. 그만큼 핵발전이 효율적이다.

-> 우라늄이 적은 양으로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맞다. 우라늄 1g이면 석탄 3,000톤이 만들 수 있는 전기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핵발전소가 효율적인 에너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효율성은 여러 측면에서 따져봐야 한다. 전기 양뿐 아니라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을 때 드는 비용도 함께 따져야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수습하는 비용으로 약 220조 원이 든다고 지난해 밝혔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한다면 핵발전소가 효율성과 경제성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8. 핵발전소에서 버려지는 온수보다 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연기가 환경에 더 안 좋다.

-> 핵발전소는 바다에 온배수를 배출해 바닷물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는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기도 한다.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중 무엇이 더 친환경적인지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두 에너지 발전 방식 외에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새로운 발전 방식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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