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동양시멘트 김경래, 세종호텔 고진수,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오수일, 아이텍알씨디코리아 김혜진, 현대자동차울산비정규직지회 장재영. 광화문네거리 한 빌딩 광고탑에서 27일간 고공 단식 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이 오늘 땅을 밟았다. 함께 광고탑에 올랐던 이인근 콜텍 지회장은 건강 악화로 먼저 농성을 마치고 5월 5일 병원에 입원했다. 

노동자 5명은 5월 10일 오후 1시경부터 한 명씩 119구급대원의 들것에 실려 내려왔다. 노동자들은 눈을 감은 채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지상으로 내려온 직후 이인근 지회장이 입원한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시민단체 관계자 50여 명은 한 명 한 명 내려올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이들을 반겼다. 

노동자·민중생존권쟁취를위한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는 고공 단식 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에 막연한 희망을 두지 않고 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그동안 해 왔던 투쟁을 이어 갈 예정이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더 큰 결의로, 더 많은 동지들과, 땅에서

노동악법 철폐! 노동삼권 쟁취!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해 나가겠습니다

-27일의 고공 단식 농성을 정리하며-

 

오늘 새벽 문재인 정권의 당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환호와 박수 속에 자신들이 권력을 잡았음을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그들에게는 선거의 승리자로, 권력의 새 주인으로 화려하게 등극하는 날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동지들이 40미터 고공 위에서 밥을 굶으며 목숨을 걸고 싸워 온 27일째의 날 일 뿐입니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쫓겨나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내쫓기고, 정리 해고로 길거리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또 다른 하루일 뿐입니다. 대통령이, 저 청와대의 주인이 바뀐 오늘도 우리의 삶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 곳에 올랐습니다. 1,700만의 국민이 촛불을 밝혔고 박근혜 정권을 파면시켰지만, 그 투쟁의 맨 앞에 섰던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는 없었습니다. 저마다 촛불의 성과가 자신들의 몫인 것처럼 떠들며 선거에 매몰될 때,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한 싸움이었습니다.

정리 해고 비정규직 노동 악법 철폐하자! 노동법을 전면 제·개정하자! 노동삼권을 쟁취하자!

너무나 정당한 노동자들의 생존 요구입니다. 헌법에도 보장된 권리지만 우리에게는 목숨을 걸고 외쳐야 하는 요구입니다. 이 요구를 쟁취하지 못하면 노동자들의 삶에 희망이 없다는 심정으로, 그 싸움을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앞서서 시작하겠다는 각오와 결의로 27일 전 저 높은 곳으로 올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요구를 이제 전체 노동자의 요구로 내걸고 정말 이번만큼은 제대로 싸워보자고, 함께 저 권력에 맞서 모든 것을 걸고 싸워 보자고 동지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오른 길이었습니다. 목숨을 갉아먹으면서라도 그 싸움의 앞길을 열겠다는 절박한 호소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절박했던 마음만큼, 간절했던 기대만큼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된 노동자들을 움직여 내지 못했습니다. 고공 단식 투쟁의 요구를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받아 안고 실질적인 조직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투쟁을 해야한다고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리 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삼권 쟁취! 노동자·민중생존권쟁취를위한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아래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는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5월 10일 고공단식투쟁을 정리합니다. 40미터 위에서 극한의 투쟁을 해 왔던, 절박한 마음대로, 그 결의를 이제 땅에서 동지들과 더 큰 싸움으로 함께 해 내겠다는 다짐으로 땅을 밟겠습니다. 고공에서 만들어 내지 못했던 투쟁을 제대로 평가하겠습니다. 그 싸움을 다시 해낼 수 있도록, 우리 삶의 요구를 쟁취해 낼 수 있도록 몸을 추스르고 다시 동지들과 함께 설 것입니다. 

고공 단식 투쟁을 중단하지만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선 시기 우리는 누구도 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의 요구를 온몸으로 외쳤습니다. 하지만 문재인을 비롯한 대선 주자들은 우리의 예상과 한치도 다르지 않게 노동자들의 요구를 짓밟고 외면했습니다. 우리만이 아니었습니다. 고공 단식 투쟁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전국에서 고통받고 삶을 빼앗기는 노동자 민중들의 절규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울산 고가다리 위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 노조 파괴로 동지를 잃어야 했던 갑을오토텍 동지들, 사드 철회를 위해 곡기를 끊고 경찰에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성주의 민중들, 세월호 진실 규명을 위한 싸움, 장애 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동지들과 함께 다시 싸움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 사회의 노동자, 민중들의 삶의 문제를 제기하고 함께 싸우겠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똑똑히 알려줄 것입니다. 선거 운동 마지막 날, 고공 위 동지들은을 코앞에 두고도 자신들만의 '헌법 수호',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상'을 외치고 사라진 문재인 정권에게 헛된 기대를 걸지 않고 우리의 요구를 쟁취해 내기 위해 정권에 맞서는 싸움을 해 나가겠습니다.

이번 싸움을 하며 뼈 아프게 우리 운동의 한계를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이 싸움에 동의하고 헌신적으로 함께해 준 양심적인 사람들이 많음을 확인했습니다. 우리 투쟁의 진정성을 믿고 이 투쟁의 방향이 옳다고 호응하며 달려와 준 동지들이 26일 동안 이 투쟁을 함께 만들어왔습니다. 밥 연대로, 문예 공연으로, 물품과 기금으로, 지지 단식으로, 농성을 같이 하며, 투쟁을 확산시키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수많은 동지들이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이 싸움을 함께 해 준 동지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동지들이 보여준 마음과 실천을 모아서 이후 더 큰 싸움을 함께 해나갑시다. 이후 문재인 정권을 향한 싸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싸움의 주체로서 같이 투쟁을 만들어나갑시다. 

27일 전 하늘 위로 올랐던 그 때와 지금 우리의 결의와 요구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큰 결의를 모으고, 더 많은 세력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다짐을 합니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는 우리의 요구를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싸움을 해 나가겠습니다. 정리 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위한 노동삼권 쟁취를 위해 함께 싸워 나갑시다. 노동자·민중의 생종권을 쟁취하기 위해 지금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싸움을 함께 결의하고 함께 실천합시다. 투쟁!

 

2017년 5월 10일

정리 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삼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종권 쟁취를 위한 투장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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