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문재인.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후보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41.1%(1,342만 3,800표)로 1위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4%(785만 2,849표)로 2위를 차지했다. 문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된 9일 밤 11시 45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해 준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승리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계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뉴스앤조이>는 교계 원로와 교단 지도자, 오피니언 리더 등에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전화로 물었다.

"정권 교체, 민주주의 교과서"
통합-개혁 한목소리로 요구
"국정 농단, 반복돼선 안 돼"

손봉호 교수(기윤실 자문위원장·고신대 석좌) / 우선 정권 교체는 민주주의의 교과서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정권 교체는 잘됐다고 평가한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부패가 계속됐을 것이다. 한 정당이 너무 오래 정권을 유지하면 반드시 부패한다.

대통령 본인도 인식하고 있지만, 국민 통합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다. 통합이 가장 기본이다. 적폐 청산도 중요하지만, 자칫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통합을 (먼저) 한 다음 국민 신임을 얻어야 한다. 처음부터 개혁을 시도했다가 반대 세력에 부딪혀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 화합을 통해 반대하는 사람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 다음에 북한과 소통도 하고, 여러 문제들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는 이념이 아닌 도덕적 기준과 국민 권익 문제 등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비판 또는 지지해야 한다. 이념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기독교는 대통령과 정당이 얼마나 도덕적이고, 정의로운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념을 앞장세워서는 안 된다.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 / 문재인 대통령은 "이게 나라냐"는 자조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공약대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기회가 고르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울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실천했으면 한다.

당선인은 큰 과제로 개혁과 통합을 떠안았다. 어떻게 보면 상반된 과제다. 두 과제 모두 중요하지만, 통합과 화해 때문에 개혁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또 바깥으로 남북문제, 사드 배치 문제 등도 있다. 지혜롭게 잘 풀어 갔으면 한다.

세부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역사교육과 관련해 국정교과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신조다. 검인정 체제에서 국정으로 가겠다는 건 퇴행을 뜻한다. 역사를 통해서 얻어야 할 창조성·개별성이 망가질 우려가 있다. 지난번에 나온 국정교과서를 들여다보니 내용도 부실했다. 이밖에도 한일 양국이 2년 전 합의한 12·28 위안부 문제도 폐기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 앞으로 정부가 다뤄야 할 문제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출처 포커스뉴스

방인성 목사(개혁연대 공동대표·함께여는교회) / 이번 19대 대통령만큼은 여야, 국민이 힘을 합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마지막이 아름다운 대통령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한다. 그래야 양극화나, 청년의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움과 증오뿐인 남북 대립에서 벗어나 평화의 한반도를 실제적으로 만들기 바란다.

교계는 이번 대통령을 탄생시킨 촛불 민심을 읽어야 한다. 교회가 역사 속에서 신음하고, 아파하는 국민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19대 정부도 성공할 수 있다. 예전과 같이 국가권력에 편승하거나, 국민의 신음·고통·아픔을 외면하고, 교권이나 지키려 하면 안 된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국가 미래도 암담해진다. 한국교회는 이번 대선에서 촛불 민심과 국민의 마음이 어떻게 표출했는지 보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물론 수고한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촛불 민심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 국민의 아픔을 넘지 못했다. 세월호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민은 승리했다. 촛불 민심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한국교회가 이것을 받들어 예수님의 마음으로 아픔·고통의 현장, 신음하는 젊은이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게 기도하고, 돕고, 견제하고,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면 분명히 평화로운 한반도, 상상할 수 없는 멋진 한반도를 일궈 낼 수 있으리라 본다.

김영주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 당선인이 후보 시절 교회협을 찾았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맡은 자는 최선을 다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새 대통령이 이와 같은 심정으로 나라를 이끌었으면 한다. 또 국민의 선택을 받았으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특히 가난한 자와 어려운 자, 약자를 돌보는 국가를 만들었으면 한다. 통일 문제도 잘 챙기고, 세월호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해결해 줬으면 한다.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 / 이번 대선이 촛불 대선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탄핵 국면과 함께 진행돼 왔다. 그렇다 보니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나라 운영 시스템을 바로잡는 문제랄지, 검찰·사법 개혁, 사드 배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경제·복지에 대한 고민은 어느 때보다 크다. 당선자가 1차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잘 다룰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계 입장에서 보면, 사회가 다루는 주요 문제와 차이가 있다. 정권에 친화적인 행태를 보였던 교계 관계자들의 아젠다(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 반대)를 돌아봐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 시민의 고민과 적절한 균형을 보이지 못한 것 같다. 한국 사회가 전체적으로 고민하는 지점에 교계가 딱히 내놓은 입장이 없다. 오히려 아젠다를 이유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밀어주기만 했다.

개신교가 인구의 20%를 차지하는데, 정작 주요 담론 영역에서 밀려난 상태다. 개신교 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 잘 경험한 것 같다. 그걸 고쳐 나가는 게 새로운 대통령과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선규 총회장(예장합동) / 권세는 하나님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특정 후보가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한국교회는) 권세를 따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남북문제도 그렇고, 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국민이 하나가 돼 새로운 지도자 중심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잘 통치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비선 실세를 통한 국정 농단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바라기는 대통령이 후보일 때 이슬람, 동성애 문제, 차별금지법 등을 기독교 입장에서 이야기했다. 그 약속들을 지켜 주기 바란다.

이성희 총회장(예장통합) / 치유, 화해 없이는 앞으로 정책 국정이 어려울 것이다. 치유와 화해가 우선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교회와 성도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교회와 전 성도는 선출된 대통령과 협력해 임기 동안 국가를 안정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한마음으로 기도할 것이다. 특별히 교단장으로서 신임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한국교회가 요청하는 동성애, 차별금지법, 이슬람, 성직자 납세 문제 등을 기독교와 잘 협의해 해결해 주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기독자유당 후원회장·사랑제일교회) / 누구의 지지를 받아서 됐든 간에 눈치 보지 말고, 조국과 대한민국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대선 기간 중 강조했던 한미동맹 강화를 실현해야 한다. 특별히 동성애, 이슬람, 차별 금지는 한국교회 요구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이것만 공유하면 된다. 만약 한국교회에 맞서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

한교연·한장총 "차별금지법 제정, 동성애 반대"

교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합과 개혁을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계 연합 기구들도 일제히 논평을 발표했다. 한국교회연합(정서영 대표회장)은 5월 10일 △갈라진 국론·사회 통합 △당파·지역 초월한 탕평 인사, 통합 내각 구성 △분명한 안보관 등을 제시했다. 또 동성애와 동성혼 반대, 차별금지법 폐기를 주문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채영남 대표회장)는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피력한 것을 환영한다. 북핵 문제, 힘의 국제 관계에서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소망한다. 또 차별금지법 제정에 신중을 기해 달라. 성급한 관련법 제정으로 역차별을 받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곽종훈 직무대행)는 △국내외 경제적 위기 상황 극복 △북핵 문제 등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 △청년 일자리 창출 △인구 노령화 대비 △국민 대통합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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