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딸은 엄마 아빠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했다. 직접 만든 꽃을 가슴에 달아 주고 손 편지를 건네며 말했다. "엄마 아빠,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딸은 3년 전 제주도로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아직까지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부모는 지금도 딸을 기다리고 있다.

다윤 엄마 박은미 씨는 5월 8일 목포신항에서 딸과의 추억을 들려줬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어버이날이잖아요. 다윤이가 살아 있으면 편지를 쓰고 꽃을 만들어서 엄마 아빠 가슴에 달아 주고 안아 줬을 텐데…. 다윤이가 아직 세월호 속에서 '엄마 저 빨리 찾아 주세요'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작업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미수습자 수색 난항
해수부·선조위·코리아쌀베지 
어디 하나 적극 나서지 않아

해양수산부(해수부·김영석 장관)가 세월호 내부 수색을 시작한 지 21일이 지났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침몰 해역에서 '사람 뼈'로 보이는 뼛조각만 발견됐을 뿐이다. 미수습자가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4층 선미 객실 수색은 시작도 못했다. 진흙과 지장물이 많아 진입이 어렵다. 해수부는 5월 8일 진입로 확보를 위해 4층 선미 객실 천장 일부를 절단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미수습자 가족은 답답한 심경이다. 다윤 아빠 허흥환 씨는 작업에 어려움이 생기면 일찍부터 다른 대안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작업자가 더 투입되려면 일단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잖아요. 한쪽에서 수색하는 것보다 양쪽에서 하는 게 더 빠르고요. 이걸 보름 동안 얘기했는데, 이제서야 하겠다고 계획을 짜고 있어요. 이런 게 갑갑한 거죠."

현재 선체 수색 관련 기관은 해수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용역 업체 코리아쌀베지다. 미수습자 가족은 세 기관이 수색 작업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허 씨는 "해수부는 선조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코리아쌀베지는 용역 업체니까 해수부가 시키는 것만 해야 한다고 답한다. 누가 책임지고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해야 하는데, 세 곳이 서로 미루고만 있다"고 했다.

해수부는 5월 5일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사람 뼈'로 보이는 뼛조각을 발견했다. 뼛조각이 발견된 구역은 SSZ-2 구역으로, 세월호 4층 선미 객실이 누워 있던 곳이다. 4층 선미 객실은 미수습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해수부는 4층 선미 객실이 있던 SSZ-1, SSZ-2를 집중 수색 구역으로 지정해, 다른 구역과 달리 잠수사들이 일일이 해수면을 집게로 파면서 수색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최근에는 가장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해수부가 5월 5일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사람 뼈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발견한 것이다. 그동안 해수부에 유실 방치를 요청해 온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원치 않은 발견이었다. 뼛조각이 배 안이 아니라 바닷속에 있다는 것은 유실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미수습자 가족은 지금 자신들에게 가장 무섭고 두려운 일은 미수습자 9명 중 또 다시 남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날씨는 더워지고 작업자들 피로도도 누적되고 있다. 세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미는 상황이지만, 현장 실무자들은 세월호 인양이 시작한 3월부터 지금까지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달려왔다. 이들은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5월 9일 작업을 하루만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수습자 가족 쉼터 앞에서 만난 양승진 선생님 부인 유백형 씨는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일은 작업이 없대요. 해수부, 용역 업체 관계자들 중에는 50일 넘게 집에 못 들어간 사람도 있어요. 피로가 많이 쌓였으니 가서 좀 쉬어야겠죠. 오랫동안 못 본 가족들도 좀 만나고요. 더딘 수색에 다들 힘든 상황이에요. 세월호 가족은 가족대로, 수색하는 분들은 작업자대로 답답하고 괴롭죠…. 그래도 희망을 갖고 기다려야겠죠."

신학생 30여 명이 어버이날을 맞아 목포신항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침몰 해역에서
'사람 뼈' 추정 뼛조각 발견 
유실 걱정 커져

어버이날을 맞은 목포신항은 고요했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사람들과 대화가 끊기면 정적이 더 크게 느껴졌다. 방문객 차량과 중계차가 즐비했던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허흥환 씨는 "평일에는 찾아오는 분들이 별로 없어요. 다들 일 나가고 하니까요. 가끔 어르신 한 무리가 관광버스를 타고 잠깐 왔다 가고는 해요. 언론도 뭐 요새는 대선 정국이니까 다들 그쪽에 몰려 있죠."

신학생시국연석회의는 이날 목포신항에서 신학생 연합 기도회를 열었다. 미수습자 가족들 요청이 있었다. 이종건 전도사(감신대)는 "미수습자 가족에게 기도회를 열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국민들에게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상황을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신학생 30명은 아침 일찍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가족들 곁을 찾았다. 설교는 없었다. 노래와 기도, 성경 봉독만 있었다. 신학생들은 염원을 담아 기도했다. 미수습자 9명을 품고 있는 주님이 미수습자들을 가족들 곁으로 보내 달라고.

마지막에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다 같이 외쳤다. "조은화 님 어서 오십시오. 허다윤 님… 남현철 님… 박영인 님… 고창석 님… 양승진 님… 이영숙 님… 권재근 님… 권혁규 님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다윤 아빠 허흥환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허흥환 씨는 일부러 목포신항에 와 준 신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쉬운 걸음이 아닌데 찾아와 줘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늘 마지막에 했던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인양은 세월호가 온전히 뭍으로 올라와 9명의 가족, 사람을 찾는 것이라고요. 지금 수색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어려움 속에 많은 분들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요한 구역은 진입조차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엊그제 뉴스에서 나온 것처럼 해역에서 유실된 뼈가 발견됐습니다. 우리가 원치 않았던 일이에요. 가족들은 참 힘든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수색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저희는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요청하고 있거든요. 작업자들 안전도 중요합니다. 수색을 하면서 다치는 상황이 없어야 하니깐요.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하루빨리 9명 가족을 모두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여러분이 돌아가셔서 정말 많은 기도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윤 엄마 박은미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은미 씨도 발언 내내 눈물을 쏟으며 끝까지 함께해 줄 것을 부탁했다.

"3년 전 2014년 4월 16일 이 참사가 일어났을 때부터 많은 엄마, 아빠, 국민들이 함께 아파하고 울어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세월호가 기적적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는 사람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수색 작업을 한 지 반 달 가까이 됐어요. 사람 9명이 저 세월호 속에 있는데, 단 한 명도 아직까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어요. 세월호가 올라오기 전에는 세월호가 안 올라오면 어떡하지 하는 무서움과 공포, 두려움 속에 있었는데, 지금은 배가 뭍에 있는데도 수색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으니 9명 중 또 남겨지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속에 있어요.

배 안에 들어가면 온갖 뻘이랑 집기류가 가득해서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어요. 저런 곳에 사람 9명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빨리, 하루라도 빨리 이들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시면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옆에 있어 줘서 감사하다고 많이 얘기하고 많이 안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박은미 씨와 허흥환 씨는 한참 동안 항구 주변을 서성이며 신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허흥환 씨는 자꾸만 부탁하는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지만 미수습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 끝없이 와 달라고 말했다. 박은미 씨는 하루빨리 가족들 찾아서 목포가 아닌 안산에서 다 같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신학생들은 엄마 아빠 손을 붙잡으며 계속 기도하겠다고 다시 보자고 다짐했다.

기도하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 (사진 왼쪽부터) 다윤 아빠 허흥환 씨, 다윤 엄마 박은미 씨, 양승진 선생님 부인 유백형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한 신학생은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 9송이를 가져왔다. 다윤 어머니에게 달아 주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박요셉
목포신항에는 세월호 미수습자 귀환을 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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