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수원 세한성결교회 2대 담임목사 취임식을 일주일 앞두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노세영 총장) 신학생 7명이 5월 7일 교회 앞에서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서울신대 사회 선교 동아리 '약동하는서신인'은 세한교회가 주남석 목사 둘째 아들 주진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것을 반대하며, 지난 5월 2일 교내에서도 피켓을 들었다. 이번 시위에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교인 셋도 참여했다. 명성교회 세습 반대 시위에도 참여한 이들은 "한국교회에서 세습 문제가 심각하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며 시위에 온 이유를 밝혔다.

서울신대 약동하는서신인이 세한교회 세습 반대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한성결교회 세습 취소하라.'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세습될 수 없습니다.'
'세(습)한 성결교회, '성결'합니까?'

신학생들은 저마다 세습을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교인 및 지역 주민에게 세습의 문제점을 알렸다. 박김성록 씨는 "이 세습 문제가 결코 세한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세습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국교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목사의 것도 아니고 총회의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교인들이 찬성한다고 한들, 사회에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우리는 이 사실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외치고 있습니다. 세습하면 성결교회 죽습니다. 세한교회는 세습을 중단하십시오"라고 외쳤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허기영 집사는 "재산이나 권력이나 신분을 물려주는 것을 세습이라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 되시는 교회가 어떻게 대를 이어 물려주고 물려받는 세습이 될 수 있겠습니까. 교인 여러분, 더 이상 불의한 세습 앞에서 침묵하지 마십시오. 교회 세습이 지금 여러분 교회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한교회는 담임목사 세습을 즉각 중단하십시오. 더 이상 침묵하지 마십시오"라고 촉구했다.

대부분 교인은 피켓 문구를 보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간혹 신학생들에게 항의하는 교인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지나가는 사람들은 피켓 시위에 관심을 보였다. 신학생들에게 다가와 무엇 때문에 나왔느냐고 물어보는 시민도 있었고, 세습이 무엇인지 묻는 청소년도 있었다. 가는 길을 멈추고 신학생들의 구호를 듣기도 하고, 운전 중 창문을 내리고 피켓 문구를 보기도 했다. 

시위를 반대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시위하는 신학생들에게 교인 서너 명이 와서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 "이미 우리 교회가 정한 건데 당신들이 왜 그러냐"고 따져 물었다. 물리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한 교인은 이들에게 욕설하며 그만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교인 대부분은 피켓 시위를 멀리서 보기만 하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에서 신학생들의 시위를 지켜본 세한교회 관계자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신학생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목사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는 세습은 반대한다. 교회를 이끌어 나갈 능력이나 영성이 전혀 없는데 데려오면 문제다. 그러나 주진 목사는 인성, 덕성, 영성이 모두 갖춰져 있다. 1년에 한 번씩 와서 설교할 때마다 교인들이 큰 은혜를 받았다. 그가 어떻게 자랐는지 교인들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한교회 상황이라는 게 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나갈 시점에 있다. 만약 주진 목사가 다른 교회에서 사역 중이고, 더 큰 교회가 가지고 싶어 세한교회에 온다면 삯꾼이다. 주진 목사는 그런 케이스가 아니다. 정직하게 목회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번 청빙 건은 이미 결정돼 다시 번복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신학생들을 만나 왜 세습이 문제인지, 교회 상황과 무관하게 '세습'이면 무조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약동하는서신인은 5월 14일, 세한교회 2대 목사로 청빙된 주진 목사 취임식 때 교회 앞에서 다시 한 번 피켓 시위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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