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단 한 번도 크고 훌륭한 교회를 만들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교회는 하늘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이지 사회가 교회를 위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늘나라를 염원하는 공간은 사회와 국가일 수 있어도 인간이 주도하는 교회가 전부는 아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98세 철학자 김형석 명예교수(연세대학교)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교회주의'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예배보다 행사에, 말씀보다 사교에, 공부보다 조직과 감투에 더 관심을 쏟는 한국교회 교인들 모습에 김 교수는 일찍부터 실망했다. 교회를 떠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매주 일요일 빈 건물에서 성경 공부를 시작했다. 60여 년 전 얘기다.

김형석 교수는 최근 자신의 신앙을 책으로 정리했다. 표제는 <교회와 그리스도 -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홍림). 우리가 믿고 있는 신은 어떤 존재인지,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독교인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김형석 지음 / 홍림 펴냄 / 303쪽 / 1만 5,000원

김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사명을 이어 가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예수가 남긴 진리의 말씀을 교회를 위한 교리로 바꿨고, 교회에서 시작해 교회로 끝나는 '교회주의'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교회가 생명력을 상실한 설교와 교리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다고 말한다.

예수가 교회에 원하는 건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이다. 불행과 고통에 빠져 있는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김 교수는 교회가 큰 예배당을 짓고 계절마다 행사를 치르는 일보다 예배당 밖으로 나와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악으로 비참과 고뇌의 생애를 보내는 사람들, 역사적 과오와 범죄로 희생의 제물이 된 많은 이웃이 있는데, 그들을 돕거나 위해 주는 일은 기피하면서 교회주의에 빠져 설교를 하고 행사를 반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그런 일은 뒤로 미루든가, 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버림받은 이웃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다." (255쪽)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한국 개신교가 올해처럼 '개혁'을 부르짖은 때가 또 있었을까. 하지만 사회가 교회를 보는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교회 개혁과 쇄신을 바라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이들의 방향을 잡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줄 것 같다.

김형석 교수는 고령에도 강연·저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독교 관련 저술을 남겼다. 집필한 책으로 <예수>(이와우)·<어떻게 믿을 것인가>(이와우)·<나의 인생 나의 신앙>(기독교문서선교회)·<희망의 약속>(예영커뮤니케이션)·<종교의 철학적 이해>(철학과현실사) 등이 있다. 오랫동안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는 수필집 <고독이라는 병>(철학과현실사)·<영원과 사랑의 대화>(청아출판사)가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