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0대 후반 안서희 씨(가명)는 모태신앙이다. 시골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며, 15년 넘게 교회에서 반주, 찬양팀 등 다양한 봉사를 했다. 성인이 되고 다른 지역에서 직장을 다녀도, 교회에는 꾸준히 출석했다. 왕복 6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갔다. 체중이 10kg 빠졌다. 봉사를 당연히 여기는 '교회'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결국 안 씨는 몇 년 전 교회를 옮겼다. 현재 새로 다니는 교회에서 청소년부 교사를 맡고 있다. 5월 3일, 안서희 씨가 겪은 교회 내 '청년 봉사'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안서희 씨는 앞서 <뉴스앤조이>가 인터뷰한 교회 청년 배채희 씨(가명) 기사를 읽으며 동의되는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사 댓글에 달린 '신앙 페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안 씨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교회 청년 배채희 씨에 이어 안서희 씨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유영

- 교회는 언제부터 다녔고, 주로 어떤 봉사를 했나.

모태신앙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몇 년 전까지 한 교회만 다녔다. 모교회는 시골에 있는데, 성인 120명에 청소년 포함 200명 정도 다닌다. 가족 모두 이 교회를 다녔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봉사했다. 12살에 주일학교 예배 반주를 시작했다. 중학생이 된 후 대예배 반주도 했다. 그즈음 주일학교 보조 교사도 했다. 이외에도 찬양팀, 성가대 등 여러 활동을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교회 사역은 내 생활의 일부였다. 그래서 어릴 때는 전도도 잘 못했다. 친구를 데리고 와도 너무 바쁘니까 도무지 챙겨 줄 수 없었다.

주일이 되면 '나'라는 사람이 없어진 것 같았다. 고등학교 가서도 그랬다. 공부해야 하는데 수요 예배, 금요 예배에 참석해 반주했다. 아버지가 이른 나이에 장로가 됐는데, 사람들이 "서희는 장로 딸이니까"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아버지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열심히 봉사했다.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에 간 후에도 그런 삶이 반복됐다.

- 학생 시절뿐 아니라 직장 다니면서 교회 봉사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일성수가 가장 걸렸다. 대학에 간 후 얼마 안 돼서 휴학하고 일을 시작했다. 주중, 주말 모두 일하는 서비스직이었다. 일 특성상 한 사람이 주말 내내 쉬는 건 불가능했다. 계속 로테이션해야 한다. 주말에 쉬게 되면, 다른 주말에는 꼭 일해야 했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주말에 쉴 수 있으니까. 직원들 눈치가 보였지만, 주일성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말에 쉬게 해 달라고 계속 요구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해해 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불만이 표출됐다. 미움받기도 하고. 스케줄 조정이 안 되면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풀로 근무하고 주일에만 쉬는 식으로 했다. 아니면 대예배가 아침에 있으니 아침에만 예배하고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주일성수와 교회 사역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물론 당시에는 주일성수와 교회 봉사를 내 목숨처럼 여겼다. 그렇게 배웠다. 내가 일을 구한다고 하니까 목사님도 "주일 사역에 지장이 있지 않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당시 중·고등부 교사, 예배 찬양팀 인도, 성가대 반주를 했다. 나는 지장 없게 (일을) 하겠다고 답했다.

목사님을 포함 교회 사람들도 "너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네가 사역을 놓아 버리는 순간 삶이 무너진다", "기도하면서 버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교회는 서희 없으면 안 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유독 나한테만 그랬던 것 같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거룩한 부담감'을 느꼈다.

- 열심히 봉사하고 섬겼던 모교회를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너무 힘들었다. 말이 왕복 6시간이지, 정말 지친다. 청소년부 전도사를 못 구할 때가 있었는데 내가 대신 설교를 하고, 청년부 사역도 맡았다. 신학생이 아닌데도 그렇게 했다. 한번은 몸이 너무 힘들어서 목사님한테 교회에 못 갈 거 같다고 말했다가 혼났다. 20대 중반 때였다.

다음 주에 교회에 갔는데, 목사님이 주먹으로 내 머리를 '콩'하고 쥐어박더라. 화가 났다. 내가 돈 받고 일하는 사역자도 아니고, 몸이 안 좋아서 못 나갔는데, 마치 나를 중·고등학생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누구이고, 누구를 위해 여기에 있나', '나는 이 교회에서 도대체 무슨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모든 게 싫어졌다. 몸이 지치니까 다 하기 싫어졌다. 찬양 인도, 설교 등 모두 사람 앞에 나서서 하는 건데 정작 나에게 은혜가 하나도 되지 않았다. 무대 앞에 껍데기가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찬양 인도하면서 그게 싫어서 펑펑 울기만 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은혜받아서 우나 보다' 했겠지만.

안서희 씨는 교회가 청년의 노동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 앞서 <뉴스앤조이>가 인터뷰한 '일하는 교회 청년' 배채희 씨 인터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확실히 교회 안에서 청년의 노동을 쉽게 생각한다. 다른 연령층보다 청년들이 교회 생활을 좀 더 할 수 있다고 본다. 교회는 청년들 헌신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새로운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여기 교회 청년들도 많이 봉사한다. 수년간 봉사를 해 본 경험자로서 청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귀하고 감사하고 소중한 존재인데, 교회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

-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시 주일성수를 목숨처럼 지키는 게 내 신앙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시기를 지나고 보니, 버거움을 견디는 게 진짜 신앙은 아닌 거 같다. '거룩한 부담감'은 좋지만, 내가 사라지는 건 좋은 게 아니더라. 내 마음이 평안해야 누군가와도 마음을 함께 나누고 은혜가 될 수 있더라.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잠깐 쉬어 가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주일성수나 교회 봉사를 안 하는 걸 큰 죄를 짓는 것으로, 혹은 신앙을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고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각자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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