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정치에 대한 냉소와 회의가 만연한 한국에서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 있다.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이음)다. 책 제목으로 사용한 이 말은 한탄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구원할 수 있다'라는 답을 전제한 질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정치발전소 박상훈 학교장이 썼다.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에는 박상훈 학교장이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뉴스앤조이>에 연재한 글이 담겼다. 그때 당시 연재 글 제목 '기독인을 위한 정치학'처럼, 기독교와 정치학 사이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믿음의 사람들에게도 정치에 대한 소명은 있다"는 말을 발판 삼아 '민주정치' 이해의 기초를 닦는다.

"'신학자의 민주정치론'도 필요하고, '정치학자의 기독교론'도 필요하겠지만, 그 어느 쪽도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신학과 민주주의론 사이에 중첩될 수 있는 영역이랄까, 아니면 기독교적인 믿음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민주정치론을 최대한 개척해 본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 될까를 모색하는 자세로 임해 보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논쟁적인 내용이기보다는 어떤 공통적인 것 혹은 기초적인 것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14쪽)

<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시민을 위한 정치 이야기> / 박상훈 지음 / 이음 펴냄 / 152쪽 / 1만 원.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 얇은 책이 기독교인에게 '민주정치'에 대한 효과적인 입문서가 될 수 있다면 두 가지 특징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기독교와 정치학의 교집합에서 정치 담화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저자는 기독교에서 오랫동안 갑론을박 중인 '구원'과 '자유의지' 문제를 첫 장 화두로 끌어들인다.

또한 저자는 다양한 인물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가 끌어오는 인물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막스 베버, 존 스튜어트 밀, 위르겐 하버마스, 링컨, 아브라함 카이퍼, 린든 존슨, 앙겔라 메르켈, 오바마 등이다. 이들 이야기는 정치 이해를 환기하는 데 효과적이다.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 발판으로도 작용한다.

'차악(次惡)의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말이 대세가 되어 버린 게 오늘날 현실이다. 며칠 안 남은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 고민하는 기독교인이 있다면, '민주정치'가 무엇인지 정리해 주는 이 책을 읽어 보자.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될 수 없더라도, 대선 후보 검증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하나의 단초는 될 수 있으리라.

"돌아보면 우리 모두 오류와 잘못을 숙명처럼 이고 산다. 그렇기에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이 '좋은 정치'일 수는 있어도 '옳은 삶', '옳은 정치'일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것은 다원주의적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옳은 것은 하나의 절대적 선택 내지 결단을 불러올 때가 많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옳음을 앞세우는 사람은 주변을 온통 분열로 물들게 할 때가 많다. 자신의 옳음만 생각할 뿐, 다양한 차이와 이견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61쪽)

"우리가 기대하는 정치가는 누구인가? 인간의 삶은 불확실하고 알 수 없는 결과 앞에서 늘 흔들린다. 확실한 해결책 내지 강한 주장을 앞세우며 삶을 기만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믿을 수 있는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시민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인생이란 모든 것이 막혀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늘 새로운 가능성을 예비해 놓고 있다!'고 믿는 점진적이고 실천적인 기능주의자(possibilist)만이 민주주의에서 시민을 이끌 수 있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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