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대선이 코앞이다. 대선 후보들이 토론회, 유세 장소에서 하는 말 하나하나가 모두 기사화된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 발언, 공약을 토대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한다. 인간 삶과 밀접하지만, 후순위로 밀리는 환경문제를 주제로 대선 후보를 평가해 보면 어떨까.

<뉴스앤조이>는 주요 환경 이슈 △탈핵 △미세 먼지 △4대강 △유전자변형식품(GMO) △동물권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입장을 살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참고했다. 10대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언론 인터뷰, 소셜미디어에서 밝힌 내용도 확인했다.

장미 대선을 앞두고 다섯 후보의 환경 정책을 살펴보았다. 사진 출처 포커스뉴스

공통된 공약은 '미세 먼지'
문·안·유·심, 석탄화력발전소 언급

다섯 후보 모두가 해결 의지를 보인 환경문제는 '미세 먼지'다.

문재인 후보는 임기 내 국내 미세 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멈추고 미착공 발전소 신설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세 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인 경유차를 감축하고, 임기 내 노선버스를 CNG(Compressed Natural Gas·압축천연가스)버스로 전면 교체하겠다고 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조기 구축하고, 미세 먼지 측정기를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 교육 시설 주변에 우선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2022년까지, 판매되는 신차 중 35%(연간 56만 대)를 친환경차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병원·학교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미세 먼지 해결을 위해 중국과 다양한 협력 채널 가동하고, '동북아 대기질 국제 협력 기구'를 설립해 미세 먼지에 공동 대응할 예정이다. 환경 단체가 미세 먼지 원인으로 꼽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안철수 후보는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미착공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고, 미세 먼지가 농도가 높을 경우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을 100%에서 70%로 낮출 계획이다. 안 후보는 '미세 먼지 환경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미세 먼지를 국가 재난으로 포함시키고, 안 후보 공약과 마찬가지로 미세 먼지 대기오염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생각이다. '주의보' 이상 사전 예보가 발령되면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을 낮추겠다고 했다. 중국에서 미세 먼지가 유입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한·중·일 환경정상회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심상정 후보는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 관리 대책을 강화할 예정이다. 미세 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한·중·일 협정을 체결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 80%를 '미세 먼지 및 기후 정의세'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다섯 후보 모두가 내세운 환경 공약은 '미세 먼지'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홍준표 후보 빼고
탈핵 의지 밝혀

홍준표 후보만 제외한 4명의 후보는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탈핵 의지를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40년 후인 2060년에는 '핵발전소 제로 국가'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설계 수명이 남은 핵발전소는 내진 보강하고, 수명이 만료되는 발전소는 해체할 계획이다.

안철수 후보는 핵발전소 건설을 금지하고 설계 수명이 끝난 노후 핵발전소는 가동 중단 및 폐로 처분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핵발전소 비중은 줄이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확대할 방침이다.

유승민 후보는 핵발전소 여러 개가 분포한 곳은 원전 밀집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할 생각이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의 단층 조사와 함께 모든 핵발전소 내진 설계를 0.6g(내진 설계값 단위, 최대지반가속도) 수준으로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실현 가능한 비상 대피 계획도 수립하려 한다.

심상정 후보는 204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노후 핵발전소인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지진 위험에 놓인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겠다고 했다. 사용이 끝난 핵연료 재처리도 금지한다.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나오는 모든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하고, 방사능안전공공급식법을 제정해 방사능 기준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는 OECD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가 탈핵 정책을 내세웠다.

4대강·GMO·동물권
비슷한 듯 다른 생각

10대 공약에서 4대강을 언급한 후보는 안철수·심상정 후보뿐이다. 안철수 후보는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하고, 모니터링과 정밀 조사 후 자연성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환경 오염을 예방·경보하고 정확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심상정 후보 역시 4대강 보를 전면 개방하고 순차적으로 보를 철거할 생각이다. 4대강 재자연화특별법을 제정하고,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4대강피해조사및복원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조사 및 청문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10대 공약에는 없지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수문을 상시 개방하고, 보 철거는 전문가들의 평가 과정을 거쳐 원점 검토한다. 4대강은 엄정하게 재조사한다"고 밝혔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4대강이 생겨서 재해가 없어졌다. 4대강 보 때문에 녹조가 늘었다는 주장은 무지의 소치"라고 말한 바 있다.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안철수·심상정 후보다. 안 후보는 국민의 먹거리를 보장하겠다며 "GMO 및 수입하는 위해 식품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GMO의 상업적 개발 금지 및 GMO 원료 사용 표시 의무화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소셜미디어에서 "GMO 식품은 어린이집, 학교 급식에서 제외하겠다", "농축산물 이력을 알 수 있도록 '이력 추적 관리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 "수입 식품 경우 인력과 예산, 장비를 투입해 안전 검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승민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GMO 표시제와 수입 농축산물의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GMO와 관련해 어떤 정책도 내놓지 않았다.

동물권을 10대 공약에서 언급한 경우는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다. 심 후보는 헌법에 동물권을 명기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민법을 개정하고, '동물복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AI와 구제역 파동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장식 축산 방식을 동물 복지 농장으로 전환하고, 감금 틀 사육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동물원과 수족관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해양 포유류를 전시·사육을 금지시킬 계획이다. 동물 실험을 대체·감소·개선할 수 있는 최신 시험법을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10대 공약에는 없지만, 문재인 후보는 △동물 의료 협동조합 등 민간 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반려견 놀이터의 확대 △반려동물의 행동을 교육하는 전문 인력 육성 및 지원 센터 건립 △유기 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길 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 사업 확대를 정책으로 제시했다. 홍준표 후보는 동물 진료비 부가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지자체에서 직영하는 유기 동물 보호소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AI, 구제역 원인인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살처분에 적합한 매몰지를 사전에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며 사후 조치에 대한 공약만 밝혔다. 유승민 후보는 개 식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환경 정책 따져야 하는 이유
"심상정·문재인 정책 진일보"

다섯 후보의 환경 공약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비슷하다. 어떤 후보 정책이 더 기독교 가치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을까. <뉴스앤조이>는 4월 29일 이진형 사무총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과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부)에게 각 후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 기독교인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데 여러 기준이 있다. 그중 후순위로 밀리는 게 환경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기독교인들이 환경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윤재 /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두 책을 주셨다. 첫 번째는 성서다. 이는 '듣는 말씀'이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환경이다. 이는 '보이는 말씀'이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으로 시작하는 찬송가 가사처럼 우리는 아름다운 창조 세계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볼 수 있다.

누군가 성경책을 파손하면 신앙인으로서 가만히 보고 있기 어렵다. 그런데 왜 '보이는 말씀'인 환경이 파괴되어도 기독교인들은 무감각할까. 기독교인들이 후보들의 환경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환경이 곧 하나님이 누구인지 계시해 주는 '보이는 말씀'이기 때문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검토해야 한다.

- 다섯 후보 모두 10대 공약에서 미세 먼지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모두가 해결 의지를 보이는데,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사항이 있나.

장윤재 / 미세 먼지에 대해서는 나름 맞는 말들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모두 '외부적' 요인들만 이야기한 게 한계로 보인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려면 전력 수요를 줄여야 한다. 국민 각자가 가정에서 전기 절약을 실천하는 건 당연하지만, 한국 전력 대부분은 산업 전기다. 싼 전기로 물품을 싸게 만들어 팔기 위한 것이다. 성장 일변도 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나 더 높은 경제성장을 말하고 있으면서,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 먼지만 막으면 되는 것처럼 말하는 후보 공약은 어불성설이다.

- 미세 먼지 외 탈핵, 4대강, GMO, 동물권 등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진형 / 대선 후보들 공약은 언뜻 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탈핵 문제만 하더라도 탈핵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탈핵 완성 시점을 언제로 잡고 있는가에 따라 정책 차이가 크다. 대통령은 국가정책 방향, 국가 운영의 철학을 수립하는 직책이다. 정책 방향과 철학에 일관성이 없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공약은 시행 과정에서 언제든지 수정되거나 파기된다.

환경 정책에 있어서도 대통령 후보와 소속 정당이 어떠한 방향과 철학을 가졌는지, 지금까지 얼마나 일관되게 방향과 철학을 유지해 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개발로 파괴된 환경이 회복하는 데도 골든타임이 존재하기에, 누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제시했는지가 중요하다.

- 다섯 후보가 낸 공약 중 이것만큼은 정말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

이진형 / 환경 정책에 있어서 심상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이전 정부보다 진일보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 특히 심상정 후보는 농촌 문제와 연관해 생태 농업, GMO 완전 표시제 등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합적인 인식으로 접근한 환경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법적인 절차인 환경 영향 평가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배치된 사드를 찬성하고, 심지어 전술 핵무기 도입을 주장하는 안철수, 유승민, 홍준표 후보의 환경 정책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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