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콜트·콜텍은 1973년 전자 기타를 생산하는 '콜트악기'로 출발했다. 1988년 어쿠스틱기타와 전자 기타 부품을 생산하는 '콜텍악기'도 설립했다. 콜트·콜텍은 세계 악기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릴 정도로 잘나갔다.

콜트·콜텍은 2006년 8억 원 적자를 봤다. 회사가 설립된 후 딱 한 번 발생한 적자였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이유로 2007년 부평과 서울 공장 등을 폐쇄하고 노동자를 정리 해고했다. 중국·인도네시아 공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노조는 즉각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지만, 법원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정리 해고가 정당하고 판결했다.

분신 시도, 송전탑 30일 고공 농성, 해외 원정 집회, 45일 단식, 1인 시위, 길거리 농성…. 콜트·콜텍기타 노동자는 지난 10년간 정리 해고 이후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안 해 본 투쟁이 없다. 하지만 단 1명도 회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콜텍 이인근 지회장과 노동자 5명은 4월 14일 광화문에 있는 한 건물 광고탑에 올랐다. 그들은 "정리 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를 외쳤다.

여의도에서도 농성이 500일 넘게 진행 중이다. 으리으리한 건물들 틈에 남루한 천막 농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교대로 농성장을 지킨다. 콜트기타노조 방종운 지회장은 광화문 고공 농성장과 여의도를 오가며 투쟁에 동참한다. 평일 12시부터 오후 1시 등촌동 콜트악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도 한다. 올해 나이 59세. 사측과의 갈등이 끝난다 해도 그는 회사에 돌아갈 수 없다. 콜트악기 정년은 55세이기 때문이다.

10년간 투쟁 중인 방종운 지회장을 4월 29일 여의도 콜트·콜텍 농성장에서 만났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 콜트에서 일하는 동안 근무 환경은 어땠나.

부평1공장에서 근무했다. 공작반 14개 공정 중 2번째를 맡아 일했다. 기타 모양 깎는 일을 했다. 공장 창문이 작아서 환기도 잘 안 되어 먼지도 많이 날리고 그랬다. 장시간 일하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산재 환자들이 2005년도부터 2006년까지 20여 명이 있었다. 주말에도 출근한 적이 많고 야근도 잦았다. 회사는 최저생계비보다 약간 더 많은 월급을 줬다. 25년을 일했다. 25년 차 때 받은 연봉이 2,500만 원이었다.

사장은 우리가 일은 안 하고 파업만 했기 때문에 다친 것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하지 않았다면 다치고 아플 일도 없었을 것이다.

- 등촌동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

이제 정년도 지났고 공장에서 일할 수도 없다. 단지 박영호 사장에게 말해 주고 싶다. 돈 많이 벌라고. 하지만 명예는 줄 수 없다고 말이다. 사장은 좋은 이미지를 사회에 남기고 싶은지, 며칠 전 자기 모교 고등학교에 기타 50대를 기부했다. 정리 해고로 우리 삶을 다 파탄 내고 자신은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며 훌륭한 말년을 보내고 싶은가 보다. 그게 무슨 만행이란 말인가.

- 콜텍 이인근 지회장이 광화문 광고탑에 올랐다. 그의 상태는 어떤가.

2006년 콜텍도 노조를 만들었다. 이인근 지회장과 그 후로 지금까지 함께 싸웠다. 이인근 지회장의 고공 농성은 두 번째다. 지금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데 너무 걱정된다. 거기에 단식까지 한다니까 미칠 것 같다. 너무 걱정된다.

- 가톨릭 신자라고 들었다. 신앙인으로서 투쟁하면서 주로 어떤 생각이 들던가.

노동은 하늘의 뜻이고 명령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명령하신 노동은 정신을 맑고 아름답고 순수하게 한다. 그런데 지금의 노동은 변질됐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이윤 추구만 강조하니 인간이 기계화됐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궁금했다. 돈만을 위한 노동으로 전락한 이 상황에서 먼저 해방돼야 하지 않을까. 노동을 통해 생활을 이어 나가고, 가족 관계도 유지해야 하는데 다 끊어지고 있다. '소중한 게 정말 뭘까', '사람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 특별히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느 젊은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봤다. PD면 우리 같은 현장 노동자가 하는 일보다는 할 만한 일이지 않을까 했는데… 기사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이 되풀이되는 현실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10년을 투쟁했지만 이 나라는 변한 것이 없다. 힘들겠지만 그럴수록 연대하고 싸워야 한다. 자본을 견제하고 투쟁해야 한다. 포기하지 말라. 우리의 싸움은 인간을 위한 싸움이다.

돈은 필요한 것이지 소중한 것이 아니다. 혼자 독식하는 자는 결국 썩게 될 것이다. 돈은 사람을 해방할 수 없다. 사랑과 연대만이 서로를 해방할 수 있다. 노동은 필요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을 파괴하는 노동은 죄악이다. 정리 해고가 그렇다. 100명이 할 일이 있는데, 50명을 해고하고 나머지 50명이 100명분의 일을 한다면 이 얼마나 살인적인가. 그렇게 일한 나머지 50명분의 임금은 사장이 다 갖는 구조도 없어져야 한다. 인간이 사는 사회가 아니다. 이럴수록 함께 연대하고 싸워야 한다.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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