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안진섭)이 4월 24일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에서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개최했다.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담임목사가 되었는데 20년간 부교역자 생활하며 배운 걸 하나도 써먹을 수 없었어요." 

대형 교회 부교역자로 일하다 지난해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명신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최현열 목사의 고백이다. 어떻게 목회할지 고민이 많던 최 목사는 4월 24일 마을을 섬기는 목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역 주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교회를 일구겠습니다."

최 목사가 이렇게 결심한 곳은 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안진섭)이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개최한 부산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다. 공동체지도력훈련원(원장 최철호)과 호산나교회,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부산중앙교회(최현범 목사)가 워크숍을 여는 데 힘을 모았다.

교회의 사역 방향을 고민하는 목회자와 교인 230명이 참가했다. 공동체지도력훈련원(원장 최철호)과 호산나교회,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부산중앙교회(최현범 목사)가 워크숍을 여는 데 힘을 모았다.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워크숍을 공동 주최한 호산나교회 유진소 목사는 마을을 섬기는 교회 워크숍이 "한국 사회 현실과 목회 상황 앞에서 바른 목회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부산·경남 참가자가 많았고, 전남, 경북, 충북, 서울 등에서 먼 길을 달려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교회 개척을 준비 중이거나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목회자 후보생들도 있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큰 교회에서 온 목회자와 평신도 사역자들도 있었다.

영남신학대학원 3학년인 K 전도사는 미래 목회를 준비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에는 전혀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워크숍에 참석했다. 제천에서 개척 준비 중인 박병록 목사는 부교역자 시절부터 마을 섬김과 농촌 목회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광양 신황중앙교회 조형민 목사는 목회에 새로 접목할 만한 사역이 있는지 찾고자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두 개의 주제 강의를 듣고, 짧게는 7년 길게는 30여 년간 마을과 이웃을 섬겨 온 목회자들 이야기를 접했다. 주제 강의에 나선 강사들은 마을을 섬기는 사역이 교회의 본질임을 연이어 강조했다.

밝은누리 최철호 목사는 하나님나라 백성의 구별된 삶과 증언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 하나님의 선교 전략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마을 섬기고 살리는 교회
= 하나님의 선교 전략

서울과 홍천에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대안적·생태적 생활양식을 구현하고 있는 밝은누리 최철호 목사는, 하나님나라 백성의 구별된 삶과 증언을 통해 세상을 구원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 하나님의 선교 전략이라고 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마 16:16)이라고 고백하는 신앙 공동체라면 먹고 자고 입고 노는 일상생활 현장에서 세상의 권세와 우상을 따르지 않고 성령의 도우심과 하나님의 은혜를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목사는 그러한 신앙을 토대로 지역 주민과 더불어 깨어진 마을 공동체를 일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인들에게 마을을 섬기는 데 필요한 은사를 강조하며 대구 지산동 지역을 섬기고 있는 하늘담은교회 남정우 목사. 선교사 출신에 선교학자이기도 한 그는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교회를 "구원의 방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이자 "하나님께서 세상에 파송한 공동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파송된 목적은 교회를 더 많이 세우거나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하나님나라를 구현하고 샬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남 목사는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마을에 대한 사랑을" 지니라고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위하거나 베풀려고 하지 말고 함께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대구 하늘담은교회 남정우 목사는 교회를 "하나님께서 세상에 파송한 공동체"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교회가 파송된 목적은 교회를 더 많이 세우거나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하나님나라를 구현하고 샬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주제 강의가 끝난 후에는 10개 그룹으로 분반해 흩어졌다. 참가자들은 원하는 강의를 두 가지씩 골라서 들을 수 있었다.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마을과 이웃 섬김을 교회 본연의 사역으로 여겨 온 10명의 목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최철호 목사와 남정우 목사를 비롯해 △교인들과 귀농해 찻집과 무인 가게, 생태 도서관 등을 이루며 시골 마을에 도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 △어린이 도서관과 목공소, 나눔 가게, 음악회 등으로 이웃과 호흡하는 고기교회 안홍택 목사 △의료 활동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섬기고, 교회 공간에 카페를 열어 취업 준비생과 사회적 기업 활동가들에게 아지트로 내준 위드교회 정민철 목사 △알코올 중독자들과 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농사짓고 기도하며 치유를 돕는 라파공동체 윤성모 목사가 각자 펼쳐 온 사역을 소개했다.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마을과 이웃 섬김을 교회 본연의 사역으로 여겨 온 8명의 목회자도 각자 사역을 주제로 참가자들을 만났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백영기 목사(쌍샘자연교회), 안홍택 목사(고기교회), 정민철 목사(위드교회), 윤성모 목사(라파공동체).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쪽방에 사는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사회적 기업을 통해 취업 약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온 새날교회 안하원 목사 △교회에 찾아온 노숙인들과 예배하고 농사짓고 공부하며 자활·자립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함께 내딛는 산마루교회의 이동선 부목사 △농촌 학교를 살리고 지역 축제와 마을 장터, 수목원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 △카페와 도서관에서 시작해 책방으로 변신하며 마을 활동의 근거지가 된 숨쉼교회 안석 목사도 각자 사역을 주제로 참가자들을 만났다.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마을과 이웃 섬김을 교회 본연의 사역으로 여겨 온 8명의 목회자도 각자 사역을 주제로 참가자들을 만났다.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안하원 목사(새날교회), 이동선 목사(산마루교회), 김영진 목사(시온교회), 안석 목사(숨쉼교회).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기쁘게 섬길 은사 찾아야"
"힘들어도 10년은 지속하길"

분반 사례 발표를 마친 강사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 각자 사역을 하며 겪은 어려움을 나누고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시간도 보냈다. 정민철 목사는 교인들과 비전을 깊이 공유하지 못한 점, 사역을 하며 욕망과 죄성을 발견하고 부딪힐 때가 많았던 어려움을 고백했다. 남정우 목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을 섬김 사역의 비전을 교인들과 나누어 마을 섬김이 목회자 혼자 하는 일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진 목사는 현실이 어렵다는 걸 인정하되 자기 성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나누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안홍택 목사는 목회자와 교인들이 마을을 섬기기 위해 기쁘게 할 수 있는 은사를 찾아 발현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예배를 통해 내적 평화를 다지고 생명이 무너져 가는 현장을 찾아가 연대하기를 권했다. 안석 목사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 복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작은 실천을 강조했다.

분반 사례 발표를 마친 강사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 각자 사역을 하며 겪은 어려움을 나누고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보냈다.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백영기 목사와 윤성모 목사는 마을과 이웃을 섬기는 사역이 다른 목회자들로부터 '특수 목회'로 규정되곤 했던 경험을 나눴다. 안하원 목사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곁으로 간 예수를 따르려다 보면 목회가 특수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 중에 힘들고 안 되면 일반 목회 현장으로 돌아간 경우를 많이 봤다며, 힘들어도 계속하다 보면 기회가 오기 마련이니 10년 이상 사역을 지속하면 좋겠다고 했다.

"외롭게 분투 않도록
연대 모색"

공식적인 순서가 다 끝난 뒤에는 강사와 참가자 40여 명이 뒤풀이를 하며 소감을 나누었다. 매장이 없는 소상공업자들이 교회 공간에서 물건을 팔도록 돕고 있는 섬기는교회 김지성 목사는 "사역을 접으려던 중에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다. 마을과 가난한 섬기는 일을 100년 전 복음을 전하러 온 선교사들의 마음으로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산에서 온 한 목회자는 마을 섬김 사역을 더 내면화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강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다. 김천 작내교회 정수태 목사는 "잘한 것만 나눌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포함해 좀 더 실제적인 사역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일상사역연구소 지성근 목사는 워크숍에서 소개된 사역을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역을 상상하는 데 자극을 받고 각자 보냄받은 곳에서 고유의 사역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순서가 다 끝난 뒤에는 강사와 참가자 40여 명이 뒤풀이를 하며 소감을 나누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향후 부산 지역 목회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사역을 공유하며 교제할 수 있는 후속 모임을 마련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목회멘토링사역원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 대표는 참가자들에게 이날 워크숍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교회의 본질을 고민하며 마을을 섬기려는 목회자들이 외롭게 분투하지 않도록 연대할 방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은 워크숍을 공동 주최한 공동체지도력훈련원(원장 최철호)과 함께 향후 부산 지역 목회자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사역을 공유하며 교제할 수 있는 후속 모임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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