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이 주최한 '새로운 사회와 국민 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었다.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 탄핵' 앞에서 한국교회는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여 줬다. 참사를 아파하고 거리에서 탄핵을 외친 교회가 있는가 하면, 유가족에게 막말을 하고 태극기 집회에 교인을 동원하는 교회도 있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배종석·정병오·정현구)이 주최한 '새로운 사회와 국민 통합을 위한 한국교회 역할' 토론회에 모인 이들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하는 교회 현실을 고민했다. 20일 평화다방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30여 명이 참석했다. 대다수가 20~30대 청년이었다. 이들은 '태극기'로 대변되는 교회 내 목사·장로와의 소통을 걱정했다.

토론회는 먼저 손봉호 교수(기윤실 자문위원장, 고신대 석좌), 양희송 대표(청어람 ARMC) 발제로 시작했다.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손봉호 교수는 사회에 만연한 '이념 갈등'을 기독교 윤리 관점에서 보자고 했다. 손 교수는 "기사를 보니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모인 집단도 5만 명이 넘었다고 하더라. 어떤 생각이라도 동조자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확산하면서 '정론'이라는 게 없어졌다"고 했다.

손 교수는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은 공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그리스도인은 이념을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 성경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우상이다. 보수도 진보도 상대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진보나 보수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성경 말씀에 있는 기본적 윤리만이 절대적이다"고 했다.

양희송 대표는 '갈등을 넘어서기 위한 기독 시민과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사건에서 한국교회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와 공감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고, 지금도 '세월호'가 금기어인 교회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 80~90%가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지만, 개신교는 탄핵 반대 진영의 주축이었다고 했다. 장로 대통령을 만들려 하고, 반공주의 선봉에 서는 등, 현대사 주요 사건마다 개신교가 정치적 동원 대상이 되어 왔다고 했다.

양희송 대표는 이대로 간다면 교회에서 신앙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최우선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양 대표는, 한국교회가 이런 모습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 구성원들의 정치적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공동체 내에서 논쟁하고 행동에 나서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로님과 토론, 상담으로 끝나"
"내가 손해 본다" 마음 있어야
개신교, 이익 추구할 때 갈등 시작

손봉호 교수와 양희송 대표 발제 후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질문을 던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발언 시간이 주어졌다.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교회에서 진보든 보수든 특정 진영을 지원하는 것이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념적으로 교회가 같이 갈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의 갈등, 세대 간 갈등이 한국교회 안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고령화되고 있다. 제가 다니는 교회도 담임목사는 촛불 집회를 옹호하는 입장이고, 반대로 원로목사는 매주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강경파다. 이 안에서 갈등을 매주 본다. 원로목사는 담임목사 얘기를 듣지도 않고, 식사 자리에서 맨날 혼낸다. 근데 우리는 그걸 이해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교회는 늘 보수 쪽에 서서 얘기하는 경향이 짙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다. 어르신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그 시스템에서 사니까 점점 그렇게 된다. (중략) 여기서 혹시 장로님과 토론해 본 사람 있는가. 사실상 한국교회에서는 그런 문화가 자리 잡지도 못했고 유교 문화가 너무 뿌리 깊어서, 토론으로 시작해도 상담으로 끝난다."

"교회 내에서 정치색 나타나는 게 술이나 담배 얘기보다 어렵다. 왜 신앙 공동체에서 정치를 말하는 게 어려워진 걸까. 목사님 권위 때문에 우리끼리 얘기할 수 없게 된 건지 모르겠다."

"찬송가를 크게 틀고 교회 가운을 입고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교인들이 있다. 이들과 나는 기독교라는 범주로 묶여질까? 그들을 대화의 파트너로 여기기 쉽지 않다."

토론회에는 양희송 대표, 손봉호 교수, 정병오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기독 운동 단체를 이끈 경험을 기반으로 교회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를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정병오 대표는 갈등을 해결하려면 서로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알고, 통합의 방향을 제시하고 이해관계 충돌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교사운동 사례를 들었다. 같은 크리스천이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충돌하고, 중등 교사와 초등 교사가 부딪친다고 했다.

"우리는 '무조건 교사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논의해 보자'는 원칙을 세웠다. 예를 들어, 중등 교원은 남고, 초등 교원은 모자랄 때가 있었다. 중등 교원을 초등 교원으로 보는 방안이 논의됐는데, 그럴 때 같은 기독교인끼리도 갈등했다. 우리는 '교육계 약자가 누구냐. 약자 관점을 대변해 보자'고 했다. 그러면 아이들을 위한 입장이 나오고, 답을 찾을 수 있다. 좋은교사운동 내에도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이 나눠져 있지만, 95%가 동의했다. 교육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라서 그렇다."

정 대표는 과거 크리스챤아카데미가 대립하는 양 진영을 불러 계속 서로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크리스천 그룹이 이런 방향을 이끌어 가야 한다.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이 있다. 신앙을 넘어선, 이를테면 북한 위협 같은 문제다. 이분들의 불안을 들어 주고, 이야기 듣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들은 기독교 집단이 이익을 추구하려 하는 데서 갈등이 시작한다고 봤다. 손봉호 교수는 "좋은교사운동이 자기들에게 손해나는 걸 했다는 게 핵심이다. 손해 보는 게 핵심이다. 기독교가 이익을 보기 위한 세력 집단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교회는 항상 손해 보는 집단이라는 인식만 줘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솔직히 이번 대통령은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특혜를 누리는 집단이 되면 복음은 죽어 버린다. 기독교는 핍박받고 손해 봐야 순수해지고 성장한다. '성공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부디 한국에서는 기독교인이 정치권력을 잡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희송 대표는 "기독교가 자기희생보다 이해관계 당사자로 등장할 때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다. 예를 들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기독당은, 교회 건축 시 저리로 융자해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는다. 이것은 사회 공익과는 크게 상관없는 목표다"라고 했다.

양 대표는 "그간 기독교 정당은 정강·정책이 없었다. 표 계산만 했을 뿐 의미 있는 건 없었다. 굳이 기독교 정당이 없더라도 기독교인 의원이 많다. 국회 내 30~40% 비율이지만 모이면 국가조찬기도회, 신우회 모임에 그친다. 사실 (국회의원) 40%가 기독교인이면 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40분 발표와 1시간여 질의응답으로 1차 순서를 마쳤다. 기윤실은 같은 주제로 5월 8일 2차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2차 토론회에서는 백소영 교수(이화여대)와 전상진 교수(서강대)가 발제자로 나서 고민을 나눈다.

토론회는 기윤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속하면 토론회 전체를 다시 볼 수 있다.

토론회에는 30여 명이 참석했다. 20~30대 청년 비중이 높았다. 교회 내 이념 갈등, 교회의 보수화를 주제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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