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날이다. 1981년, UN은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했다. 회원 국가들은 기념 사업을 추진했고 한국도 동조했다. 1981년 4월 20일 한국에서 '제1회 장애인의날' 기념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는 매년 이날 장애인 인권·복지 향상을 위한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 종교계도 장애인의날을 맞아 관련 행사를 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총회 사회봉사부는 4월 19일 염광교회에서 '제2회 염광 장애인 복지 선교 심포지엄'을 열었다. 전문가와 장애인 사역자가 한자리 모여 오늘날 장애인 이슈와 한국교회 과제를 살펴보고, 장애인 사역 사례를 들었다.

예장통합 총회 사회봉사부는 장애인의날을 맞아 '장애인 사역 심포지엄'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강점 계발하라

'한국교회 복지 선교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만식 교수(장신대 사회복지학과)는 현재 한국교회 장애인 사역에 낮은 점수를 줬다. 장애인을 단순히 구제 대상으로 보는 건 아닌지, 당사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사역하는 건 아닌지, 장애인에 대한 교인들 인식이 개선되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일반인'과 '장애인'으로 구분해 장애인을 마치 비일반인, 비정상인으로 간주한다. 미국 사회복지학자 찰스 자스트로는 '장애의 확장'이라는 개념을 말한다. 사람들이 한 가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다른 장애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만식 교수는 교회도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을 구제 대상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몇 년 전 한 대형 교회 주문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비기독교인이 교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조사하는 연구였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장애인, 교회에 다니는 장애인의 인식도 같이 조사했는데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장애인은 교회에 긍정적이었던 반면, 교회를 다니는 장애인은 부정적이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장애인은 교회가 자신에게 편의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교회를 다니는 장애인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교회가 자신을 '2등 교인', '지원 대상자'로만 여긴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만식 교수는 한국교회 장애인 사역에 낮은 점수를 주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애인끼리 따로 예배하는 모습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통합을 강조하는 사회 추세와 달리, 교회는 장애인 부서를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한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 통합 예배를 하거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성경 공부를 하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중앙일보>는 김인규 장애인재활협회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김인규 회장은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에 처음 간 장애인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만식 교수는 김 회장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며, 장애인에게 먹여 주고 재워 주는 게 중요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동등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학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강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교회가 물질로 돕는 것을 넘어, 장애인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개개인에게 재능이 있음을 인지하고, 어떤 강점이 있는지 발굴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들 오랜 숙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김진우 교수(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는 '한국 사회 장애인 복지 이슈와 전망'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장애인 사역을 위해서는 오늘날 장애계에 중요한 이슈를 사역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인권 단체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박근혜 정부 공약이었다. 하지만 두 제도는 지금도 건재하다. 장애인 인권 단체는 5년 가까이 광화문 역사 안에서 공약을 이행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장애등급제는 장애 정도에 따라 1급부터 6급까지 등급을 나누는 제도다. 장애 급수에 따라 서비스 질과 양이 달라진다. 김진우 교수는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는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을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판정 주체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현재 장애 등급 판정은 국민연금공단이 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인 복지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서비스는 지자체에서 받는데, 서비스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건 국민연금공단이다. 따라서 실제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 주체가 모르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장애등급제 폐지는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도 당사자가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문제점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 교수는 종합적인 판정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등급에 따라 일방적으로 서비스 규모를 지정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 욕구와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연금도 노동부 주관으로 근로 능력을 판정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부양의무제는 많은 장애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제도로 비판을 받는다. 지난해 4월, 장애아를 둔 경찰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이 출동 때문에 집을 비운 사이 자녀를 돌봐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직업이 있어서 아이는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시설에 자녀를 맡길 수는 없었다. 그는 "내가 죽어야 내 자식이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 교수는 부양의무제가 곧 폐지될 것으로 봤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폐지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면 예산 7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주거 급여, 생계 급여, 의료 급여를 단계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무엇부터 지급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부처 간 연계가 미흡한 부분도 국내 장애인 지원 제도가 갖는 문제점이다. 정부는 권위 있는 사람들로 국가장애인위원회을 구성했는데, 이 위원회는 1년에 1번 모일까 말까 한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실무위원회를 조직해, 각 부처가 장애인 복지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은 연령 구분이 없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모든 부처가 달라붙어야 하는 일이다. 중앙에서 컨트롤하면서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없는 장애인 사역을 해서는 안 된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염광교회(황성은 목사)와 둥지교회(신경희 목사) 장애인 사역 사례가 소개됐다. 염광교회는 주간 보호소를 운영하며 지역 장애인들에게 교회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피어라협동조합도 운영하여 장애인에게 직업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둥지교회는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교회다. 개척 초기부터 장애인들과 통합 예배를 하고 있다. 리프팅 버스를 도입해 장애인들이 편하게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교인들 중 65%가 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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