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세상> / 김재명 지음 / 문신기 그림 / 나무야 펴냄 / 212쪽 / 1만 3,000원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며 더욱 '평화'란 단어가 그립다. 우리나라가 전쟁을 염려할 필요가 없고, 군대 또한 필요 없는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꿈처럼 생각되는 게 사실이다.

연일 '전쟁 띄우기'가 뜨겁다. 정부에서는 전쟁설이 '가짜 뉴스'라며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보도가 나오면, 이어 미군과 우리 군이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는 기사가 뜬다. 이렇게 악순환이 되면서 한반도는 늘 불안하다.

전쟁은 가장 실패한 정치
평화를 위한 전쟁은 없다

북한은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열병식을 거행했다. 신무기를 자랑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6차 핵실험 준비가 끝났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은 이에 질세라 시리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도 '폭탄의 어머니'라는 강력한 폭탄을 투하하며 가장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미국은 북한을 의식해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다시 한반도 주변으로 이동시키고, 선제공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7일, 북한을 겨냥해 '레드 라인(대북 정책에 설정된 정책 전환 한계선)'은 없다며, 필요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한편 일본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12일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해 자국민을 우리나라에서 철수시킬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17일에는 한반도에서 난민이 발생하면 선별해 받겠다는 '피난민 보호 대책'까지 들고나왔다.

무기 경쟁이나 무력시위, 군비 확장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아이러니가 사실일까.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막으려고 핵폭탄을 비롯해 신무기를 개발한다고 말한다. 미국 또한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해 무력시위를 한다고 한다. 양측 모두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는 말인데, 그렇다면 평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다른 수단을 쓰는 정치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쟁을 하는 목적은 군사력으로 적을 몰아붙여 우리가 바라는 것을 적이 받아들이도록 만들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전쟁은 인류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최악의 정치라 할 수 있다.

막대한 피해를 내는 전쟁은 미화될 수 없다. 제1차 세계대전 때 1,500만 명이, 제2차 세계대전 때 5,000만 명이 죽었다. 1900년~1995년, 전쟁으로 1억 970만 명이 죽었다. 한국전쟁의 피해는 또 어떤가. 이 시간에도 이라크,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혹은 무력시위)으로 평화는 불가능하다.

군대 없는 코스타리카,
'하나님나라'에 가까운 나라

클라우제비츠 말처럼 전쟁도 정치라면 '전쟁을 위한 정치' 말고 '평화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무력시위나 전쟁으로는 평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사는 이미 보여 줬다. 이런 '전쟁의 정치'는 끊임없는 무기 증강만 낳을 뿐이다. 악의 악순환, 무력의 악순환만 있다.

김재명은 <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세상>(나무야)에서 이런 악순환을 끊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무력으로 평화를"이라는 전쟁론자들 주장을 부인한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26개국이 군대가 없지만 평화롭게 살고 있다. '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세상'은 한갓 꿈이 아니다. 저자는 26개국 중 추천 모델로 코스타리카를 자세히 소개한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군대가 있으니까 도리어 전쟁 위험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군대를 먼저 없애는 것이 전쟁을 막고 나라를 지키는 지름길이랍니다." (167쪽)

코스타리카는 군대를 없애고 가장 큰 병영인 벨라비스타요새를 1948년부터 국립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호세 피게레스 페레르 대통령이 주도해 군대를 없앴고, 병영은 모두 학교로 만들었다. 박물관 벽에는 "온 나라의 병영은 학교로 바뀌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군대를 없앤 코스타리카는 독재국가에서 민주국가로 탈바꿈했고, 국방비는 교육비와 복지비가 되었다. 보험 제도가 잘되어 있고 중남미 평균연령 75세보다 5살이나 더 사는 행복한 나라가 되었다. 학교에는 "트랙터는 탱크보다 도움이 된다", "소총을 버리고 책을 갖자" 등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고 한다. 성경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이사야 2장 4절)

평화가 있는 나라, 그래서 무기가 필요 없는 나라, 이것이 진정한 '하나님나라'다. 가끔 핵무장 운운하는 교회 지도자들이 있는데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말하지, 악을 위해 더 악한 것을 가지라고 하지 않는다.

"어느 성당의 신부님은 군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를 가리켜 '하나님나라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나라'라고 말씀하셨어요.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면 그 모습은 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평화로운 나라이겠지요." (178쪽)

한반도 긴장 완화
불가능할까

한반도 긴장 완화는 가능하다. '전쟁의 정치'가 아니라 '평화의 정치'를 하면 된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2014년 12월 9일 자 <한겨레> '인권 오디세이'에 기고한 글에서 군대 없는 코스타리카는 군대만 없는 게 아니라, 군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며, "방위·군수산업, 군산 연구 개발, 무기 체계의 끊임없는 업그레이드와 투자, 국민 동원 시스템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차이가 대안적 안보 개념의 상상을 원천적으로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군에 의존한 안보를 줄이면서 인권·평화의 소프트 파워와 외교력으로 그것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 책 또한 '군대 없는 나라, 전쟁 없는 평화'가 가능하다고 제언한다. 책은 전쟁을 정의히고, 어떤 지역에서 어떤 전쟁이 일어나는지,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무기 경쟁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전쟁의 참화 속에 고통받는 이들의 소원이 무엇인지 잘 가르쳐 주고 있다. 특히 코스타리카 모델을 제시하며 우리의 평화를 염원한다. '평화 교과서'를 찾는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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