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부활절이자 세월호 참사 3주기인 2017년 4월 16일. 세월호가 누워 있는 목포신항을 찾은 사람들 중에 어린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저 멀리 세월호가 보이는 펜스 앞 도로에 앉아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던 은화 엄마는 지나가는 꼬맹이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은화의 어릴 적 모습이라도 떠올렸던 걸까. 그러기를 잠깐, 은화 엄마는 다시 예배 순서지로 눈길을 돌렸다.

부활절이자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은 목포신항에는 유독 가족 단위 추모객이 눈에 띄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교회 곳곳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는 부활절 예배가 열렸을 것이다. 목포신항에서는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하는 부활절 예배가 열렸다. 광주·목포·순천·장성 등 전남 지역 기독교인 70여 명이 미수습자를 기억하기 위해 모였다. 예배는 오후 5시 28분에 시작했다. 물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녹슨 선체를 마침내 육지에 누인 시간이었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는 "마네킹이 된 것 같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목포신항이 힘들어 보였다. 각종 세월호 3주기 행사를 감당하기 버거워 보였다. 목포신항으로 향하는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 하루였다. 관광버스가 추모객을 실어 날랐고, 인근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많은 사람이 현장을 찾아 세월호를 추모했지만, 아직 세월호 안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에게는 이것 또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우리는 마네킹이 된 것 같아요. 그냥 구경꾼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딸을) 찾아 가야 하는 엄마라…. 여기에 분향소 차린다고 했을때, 3월 31일 팽목 분향소에서 영정 사진 빼 오는 엄마 마음이 어땠는지 아세요. 배 안에 사람 두고 추모하는 거, 분향소 세우는 거, 행사하는 거, 기념하는 거. 이걸 바라보는 엄마 아빠가 얼마나 아픈지 아시면 그거 못 하실 겁니다."

다윤 엄마 박은미 씨(왼쪽)는 "단 한 명도 실종자로 남지 않게 함께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다윤 엄마도 배 속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달라는 호소를 멈추지 않았다. 혹시라도 세월호 인양으로 다 끝났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여기 세월호 속에 사람 아홉 명이 꺼내 주기를, 찾아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함께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세월호가 기적적으로 올라왔는데요. 또 한 번 기적이 필요합니다. 아홉 명 다 찾을 수 있게, 이 중에 혹시라도 남겨지는 가족이 있으면 어쩌지요. 단 한 명도 실종자로 남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 많이 해 주세요."

듣고 있던 부활절 예배 참석자들 모두 고개를 떨궜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 다윤 엄마 박은미 씨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가만히 눈물을 흘렸다.

설교를 맡은 오현선 교수(호남신학대학교). 오 교수 뒤 펜스 너머로 누워 있는 세월호가 보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날 설교를 맡은 오현선 교수(호남신학대학교)는 마태복음 25장을 본문 삼아 '그곳, 그들에게 다시 오신 예수님'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기 전에도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을 챙기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오 교수는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미수습자 가족의 마음을 담아 설교했다.

"하나님나라는 여기에 있고 저기 있는 게 아닙니다. 작은 자에게 무엇이든 행한 사람에게는 하나님나라가 있지만, 작은 자에게 아무것도 행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님나라에 속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셔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당하는 사람에게 오실 분이라는 것을 성서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중략)

하나님과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음 중 어떤 이야기를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나라를 꿈꿀 것인지 물어보고 계십니다. 현대사회처럼 탐욕을 현실로 받아들이라는 말씀을 따라 살 것인지, 아니면 주변에 연약한 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과 함께 눈물 흘리며 밥을 먹고 빵을 나누는 삶을 살 것인지 말이죠.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더불어 예수님이 간절히 원하신 삶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중략)

예수님은 지금 우리 시대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사람들, 미수습자 여덟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원하고 계실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인간의 욕심, 무책임, 탐욕, 생명 경시 등 인간의 죄가 부른 참사입니다. 아직 아홉 명을 찾지 못한 그 시간을 가족들은 고통 가운데 보내 왔습니다. 2017년 부활은 우리의 탐욕으로부터 돌아서라는 해방의 증언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세 번의 성탄절과 세 번의 부활절이 왔지만 이 가족에게는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부활의 주님은 미수습자와 함께하심을 고백합니다."

부활절 예배 참석자들은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 인도로 성찬식에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 집례로 성찬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할 때 성령을 부어 주셔서 그리스도 안에서 가족들과 한 몸, 한 마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빵과 포도주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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