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세월호 3주기 전날 4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3년, 416의 약속, 함께 여는 봄'이라는 주제로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3년 전 이날 세월호는 사람들을 싣고 출발했다. 세월호는 돌아왔지만 미수습자 9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시민 수만 명이 모여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고, 촛불 정신을 망각한 채 득표에 매몰되어 적폐를 이어 가려는 정치권에 대해 규탄했다.

"현철아, 영인아, 다윤아, 은화야,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어머니 영숙 씨, 아빠 재근 씨, 그리고 혁규야! 제발 이제 우리 곁으로 돌아와다오! 너희들을, 당신들을, 이제는 다시 잃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미궁에 빠져 있는 그날의 진실을 우리가 밝히겠습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아, 사람들아, 이제 그만 긴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 함께 집으로 돌아갑시다."  - 박원순 서울시장 

"한동안은 내 일 하면서 내 삶을 찾아가기 위해 욕심 내며 거의 약으로 버텼습니다. 그날의 악몽과 고통이 끝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약을 독하게 먹으면서 버텼습니다. 그런데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한 채 숨어 지냈습니다. 

3년 전 오늘, 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세월호에 승선하였고 헐벗은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그날의 생중계 속에 생명의 존귀함은 처참히 무너졌으며, 더럽고 추악한 정부와 권력자들에 의해 국민들은 거리에 눕히고 짓밟혔습니다. 그렇게 3년을, 아니 10년을 버티고 견디며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과 분노로 천만 민주 촛불이 거리에 나와 광화문을 밝히며 외쳤고, 우리는 민주적인 탄핵을 이루어 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정 농단 관련자들과 권력과 자본을 유지하려는 기득권들의 만행은 청산되지 않고 있으며, 세월호의 그 어떤 진상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불안함이 더해 가는 세월호의 선체 조사 또한 온전히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이며, 그 세월호를 바라보고만 있는 가족들과 국민들의 아픔은 나날이 더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탄핵만을 외친 것이 아닙니다. 안전한 대한민국, 죽임을 당하지 않는 대한민국, 죽음을 선택당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실 앞에 평등한 국민의 법, 그 밑에 그들을 세우고자 하는 겁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 미수습자 수습. 적폐 청산. 그러지 않겠다면 그러지 못할 거라면 감히 국민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당신들에겐 없습니다! 부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먼저인지를 국민들 앞에서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대선 후보의 모습을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 -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 씨

"너를 못 본 지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어. 1학년이던 너의 후배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막내는 이제 열여덟 살이 됐어. 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스물한 살이 된 너는 얼마나 더 멋있어졌을까.

사실 누나는 길을 걸으면서도 차를 타고 가다가도 너를 봐. 머리를 염색한 너를, 멋진 옷을 차려입은 너를, 여자친구 손을 잡고 걸어가는 너를 봐. 네가 너무 그리워서, 너무 보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나는 너를 봐. 네 얼굴 네 목소리가 흐릿해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너에 대한 기억마저 잃게 되면 너를 정말 영영 잃을 것 같아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

성호야, 네가 없는 3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무엇을 해도 무너지지 않는 벽을 마주하듯 힘들었는데, 너희를 기억하며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그 촛불이 기적을 만들었어. 그리고 얼마 전에는 네가 타고 갔던 배가 3년 만에 뭍으로 올라왔어. 그 배에서 너와 친구들, 선생님이 잘 다녀왔다고 웃으며 인사해 주면 좋았을텐데…. 

배 안에는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그분들이 가족들을 꼭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끝까지 기다릴게. 그분들이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늘에서 도와줘.

진실을 밝혀 주겠다는 약속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아직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하늘에서 너와 많은 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이만큼 해낼 수 있었으니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힘낼게. 네게 했던 약속들 꼭 지킬 수 있게 노력할게.

짧은 순간이었지만 네가 내 동생이어서 너무 고마웠고 행복했어. 우리 다시 만나면 영원히 함께하자.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단원고 고 박성호 군 누나 박보나 씨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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