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주말을 맞은 광화문광장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광장에서 광화문역으로 들어가는 해치마당에는 향냄새가 번졌다. 시멘트 바닥에는 누군가를 기리는 영정 309개가 놓였다. 영정에는 원래 있어야 할 사람 사진은 없고, 얼굴 형상을 한 그림자가 대신 그려져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의날(4월 20일)을 맞아, 15일 추모관을 설치했다. 309명은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한 사람 숫자다. 지난 7년간 대구시립희망원 수용인 309명은 원인을 모른 채 사망에 이르렀고, 대구시립희망원은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7년간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수용인 309명이 원인도 모른 채 사망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420공동투쟁단은 추모관 설치와 함께 3대 악법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날 열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3대 악법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수용 시설 정책. 420공동투쟁단은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악법이 모두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애린 활동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우리들이 광화문역에서 농성한 지 1,679일이 지났다. 5년 넘도록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장애인 수용 시설 폐지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가 만든 잘못된 제도, 나쁜 시스템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끓고 있다. 장애인이 더 이상 시설이나 집구석으로 쫓겨나지 않고, 지역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애숙 활동가(빈곤사회연대)는 부양의무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의 생명을 빼앗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비인간적인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둔 한 아버지는 뒷산에서 목을 맸다. 유서에는 '아들이 나 때문에 수급비를 받지 못한다. 내가 죽으면 구청 직원분들은 아들을 잘 챙겨 주시기 바란다'고 쓰여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죽고, 죽여야 이 제도가 사라지겠는가. 이런 비인간적인 제도는 당장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숙 공동대표(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는 다음 정부가 3대 악법을 폐지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농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제 곧 있으면 대선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모든 후보들에게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수용 시설 정책을 모두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겠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광화문역에서 농성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는 3대 악법 폐지를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활동가. 뉴스앤조이 박요셉
빈곤사회연대 윤애숙 활동가.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이형숙 공동대표. 뉴스앤조이 박요셉

420공동투쟁단은 3월 25일 출범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2002년부터 매년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420공동투쟁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장애인을 향한 동정과 시혜를 넘어, 장애인에게 존엄한 삶과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수용 시설 정책 폐지와 함께, 탈시설 정책 확대와 자립 생활 지원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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