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 공약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기본 소득'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생애 주기별 배당 △특수 배당 △토지 배당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중 1인당 연 30만 원을 주는 토지 배당은 '국토 보유세'라는 항목을 신설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토 보유세는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땅을 소유하고 있는 모든 국민에게 세금을 걷는 방식이다. 이재명 시장은 경선에서 떨어졌지만, 국토 보유세를 재원으로 한 기본 소득 논의는 계속됐다. 토지+자유연구소·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헨리조지연구회는 4월 14일 '국토 보유세, 기본 소득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포럼을 열었다.

이재명 시장의 기본 소득 공약 토대를 만든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남기업 소장(토지+자유연구소)이 발표했다. 강남훈 교수(한신대 경제학과), 백승호 교수(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는 토론을 진행했다.

국토 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 소득에 대해 이야기하는 포럼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총인구 10%, 토지 97.6% 점유
토지 불로소득 환수하면
경제 활성화, 토지 편중도 완화

한국 사회는 노동 소득이 같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소유 유무로 경제력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진다. 남기업 소장은 '토지 불로소득'의 문제점을 짚었다. 토지 불로소득은 매매 차익과 순임대 소득을 합친, 개인 또는 기업이 소유하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뜻한다.

남 소장은 "한국의 토지 불로소득은 과소 추정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한국 내 토지 불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도소득세 통계에는 비과세 대상이 많이 누락돼 있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과세·감면 부분이 포함돼 있는 취득세 통계를 기반으로 토지 불로소득을 추산했다. 2007년 293조 원이었던 토지 불로소득이 2015년 356조 원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소득 점유율을 보면, 2012년 기준으로 세대 중 40.1%는 무토지 소유 세대다. 반면 총인구 10%가 개인 토지 97.6%를 소유하고 있어 토지 불평등을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08년~2015년, 토지 불로소득이 가구 소득 불평등에 29.7~42.8% 영향을 미쳤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토지 소유 편중도도 완화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토지 특권 이익은 기본 소득의 가장 우수한 재원이다."

남기업 소장은 국토 보유세가 기본 소득의 재원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부동산 세제 대책 미비
국토 보유세 도입하면
국토에 대한 주인의식 고양될 것

전강수 교수도 남 소장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초래하는 소득 불평등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매년 300조 원 이상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고 있지만, 부동산 세제 대책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양도소득세 비율이 낮고, 토지 관련 부담금 불로소득 환수 비율이 낮은 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보유세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보유세, 거래세, 양도소득세를 완화하며 불평등 격차를 더욱 넓혔다.

"기존 국세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 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소유자들만 대상으로 하지만, 국토 보유세는 전체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부과한다. 종합부동산세는 비과세 감면이 있지만, 국토 보유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토지에 과세한다. 종합부동산세 폐지로 세수가 2조 원 감소하지만, 국토 보유세 도입으로는 15.5조 원이 생긴다."

전강수 교수는 국토 보유세가 도입되면 모든 국민이 국토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고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라는 헌법 122조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광수 교수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소득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기본 소득 시행해도
나태해지지 않아
"중산층도 기본 소득 필요"

흔히 기본 소득이 시행되면, 사람들이 나태해져서 일하지 않을 거라고 우려한다. 재원을 굳이 중산층에게 줘야 할까 의문을 갖는다. 그 돈을 차라리 가난한 계층에게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강남훈 교수는 이런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가난한 사람에게 집중할수록 역설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어려워진다. 복지 규모가 작아진다. 종합부동산세 경우 상위 몇 %에게 과세하여 3조원을 걷었는데,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만약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토지 배당을 실시하면 재원 확보에 대한 반발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이제는 중산층 중에서도 불안전한 노동자가 많다.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을 나눠서 생각할 수 없다. 중산층에게도 기본 소득은 필요하다."

그는 기본 소득에 복지 함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 함정은 수혜자가 일하지 않고 복지에만 의존해 사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핀란드를 예로 들었다.

핀란드는 실업 부조를 받는 실업자의 노동 유인을 높이기 위해 자격 심사를 점점 엄격하게 만들고 있다. 실업 부조를 받으면서 일 안 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가 기본 소득 정책이 시행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일 안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이런 현실에서도 복지 함정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핀란드에서는 기본 소득을 받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으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설문 조사도 진행했는데 24.9%가 창업하겠다고 답했다. 강 교수는 "창업하겠다는 것은 젊은이들이 모험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쳐 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백승호 교수 역시 이재명 시장의 기본 소득 안에 동의했다. 그는 한국에 도입해야 할 정책으로 '청년 기본 소득'을 설명했다. 백 교수는 19~24세 청년들에게 월 30만 원의 기본 소득을 제안했다. 대부분 복지 시스템에서 청년들은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남성은 신체가 건강하다는 이유로 노인·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가 우선이라며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청년에게 기본 소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8만 원 세대, 7포 세대'로 대표되는 청년의 불안정한 삶은 노후로까지 이어지고 이것이 곧 한국 복지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신체 건강한 남성에게 기본 소득을 주는 것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기본 소득 철학과 부합하다. 청년 기본 소득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노동시장 정책, 교육 정책, 조세 정책 직업 훈련 정책 등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