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회는 지금 기독교 진리가 거짓으로 바뀌는 상황에 있으며, 복음의 진리가 공격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침묵하는 영국 교회처럼 되지 않으려면 신앙의자유를 침해하는 사소한 법안이라도 일일이 대처해야 합니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영국 변호사 안드레아 윌리엄스(Andrea Williams)가 국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 진영에서는 한국교회 미래를 말할 때 윌리엄스 변호사 말을 주로 인용한다. 그가 운영하는 단체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은 미디어와 법, 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기독교 신앙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윌리엄스 변호사 이야기를 들으면 영국이 종교의자유를 전혀 보장하지 않는 나라처럼 느껴진다. 그는 한국교회가 영국 교회처럼 되지 않으려면 전적으로 나서서 차별금지법, 각종 인권조례 제정 등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길거리에서 동성애·무슬림 혐오 발언을 한 사람들이 경찰에 잡혀가는 사례를 들며 한국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의 말이 사실일까. 현재 영국에 거주 중인 한국인 변호사는 이 같은 견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세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4기 출신으로 2008년 3월부터 남편과 함께 영국에 거주 중이다. 2011년부터 영국 한 로펌에서 한국 기업의 영국 진출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전담하고 있다.

두 나라를 경험하고 10년 가까이 영국에 살고 있는 김 변호사에게 영국 평등법이 무엇인지, 평등법이 제정될 당시 분위기는 어땠는지, 평등법이 종교의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서면으로 물었다.

영국에 거주하는 김세정 변호사에게 '평등법'에 대해 물었다. 사진 제공 김세정

- 영국은 2010년 '평등법'을 제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법안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평등법(Equality Act 2010)에는 '보호가 필요한 특성(protected characteristics)'을 열거해 놓았다. 연령, 장애, 성별 정정, 결혼 및 법적 파트너십 여부, 종교나 신념, 성별, 성적 지향성(age, disability, gender reassignment, marriage and civil partnership, race, religion or belief, sex, and sexual orientation)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이유로, 직장·학교·교통수단, 공적 혹은 사적인 서비스 제공과 같은 사회 전반 영역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는 경우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차별,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 역시 금지하고 있다.

평등법을 제정하기 전이라고 해서 이 특성들을 이유로 한 차별을 허용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각각 사유에 따라서 개별법이 규정돼 있었다. 동일 보수에 관한 법률(Equal Pay Act 1970), 성차별금지법(Sex Discrimination Act 1975), 인종차별금지법(Race Relations Act 1976), 장애인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1995) 이 그 예다. 평등법은 이와 같이 흩어져 있던 차별 관련 법들을 하나로 묶어 이해하기 쉽도록 하고 보호를 강화한 것이다.

-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종교, 성적 지향, 장애,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받았다가 구제받은 사례가 있나.

평등법은 2010년 10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그 이후 발생한 사건에 한해 적용된다. 그 이전이라고 해서 발생한 차별이 구제받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차별 사유에 따라 개별법이 적용됐다.

차별 문제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만일 직장에서 위에 언급한 '보호가 필요한 특성'을 이유로 승진 혹은 해고 등으로 차별이 발생한 경우 평등법이 적용된다.

최근 언론이 보도한 스타벅스 장애인 고용 사례를 들 수 있다. 스타벅스는 2016년 12월 한 장애인에 대해 평등법이 규정한 합리적 조정 조치(reasonable adjustments)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스타벅스는 난독증을 앓고 있는 직원이 제대로 서류를 작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맡은 역할을 축소했다. 이에 법원은 기업이 평등 문제 이해가 부족하고 필요한 합리적 조정을 다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 경우 스타벅스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조정 조치로는 업무 매뉴얼을 큰 활자로 만든다든지, 업무 속도를 조절해 주는 것 등이다.

한국 보수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에 '동성애 허용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발표 중인 이용희 교수(가천대). 뉴스앤조이 이용필

- 평등법이 통과될 때 종교계 반대는 없었나.

이 법이 통과되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도 금지된다는 소문이 있었고, 종교 시설에서도 종교적 상징물을 걸 수 없게 된다거나, 개인이 자기 종교를 나타내는 상징물을 걸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가톨릭 일부에서는 '보호가 필요한 특성'에 해당하는 사람의 성직자 임용을 거부하는 경우, 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정부에서 이 같은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자료를 내놓았다. 종교 단체의 경우 목회자와 같이 신앙 관련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고 해서 차별로 보지는 않는다. 평등법 취지는 제반 종교를 평등하게 취급하자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특정 종교를 부당하거나 불리하게 처우하지 말자는 것이므로, 이 법이 기독교 혹은 특정 종교를 억압하는 상황은 가능하지 않다. 사실 그 이전에 개별법이 존재하던 시절과 비교해 종교 기관이나 단체가 새롭게 다른 영향을 받는 것은 없다.

- 동성애 자체를 비판하거나, 이슬람 혹은 무슬림을 모욕해 처벌받은 사례도 있나.

드러내 놓고 동성애를 비판하는 일은 이제 영국 사회에서 그렇게 흔하지 않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처벌 여부를 논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큰 비난에 처할 것이다. 동성애 부분은 더 이상 비난·모욕하거나 차별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이 영국 사회에는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무슬림의 경우에는 브렉시트 결정 및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이후, 분위기가 나빠진 느낌이 없지 않다. 최근 잉글랜드 켄트주 쪽에서 무슬림 택시 운전사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무슬림이 결국 이 나라를 차지하고 아이들을 죽일 것"이라는 등 욕설을 퍼붓고 승차를 거부한 승객이 6개월 구금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백인 남성 승객은 운전사 종교 때문에 승차를 거부하는 것은 자기 권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영국은 '혐오 발언'을 형사처벌하고 있나. 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혐오 발언으로 규정하는가.

혐오 발언(Hate speech)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인종, 국적, 성별, 성적 지향, 피부색,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못살게 굴거나 고통을 주기 위해 행하는 협박적, 폭력적 또는 모욕적 언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말이 가장 흔하지만 글로 할 수도 있고 실제적 괴롭힘 같은 행동이 나타나는 것도 혐오 발언으로 본다. 위에서 든 무슬림 운전사에 대한 승객의 발언을 혐오 발언의 일례로 볼 수 있다.

영국에는 혐오 발언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단일 법은 없고, 공공질서에 관한 법률(Public Order Act 1986), 형사 사법 및 공공질서에 관한 법률(Criminal Justice and Public Order Act 1994), 종교 및 인종적 혐오에 관한 법률(Racial and Religious Hatred Act 2006), 형사 사법 및 이민에 관한 법률(Criminal Justice and Immigration Act 2008) 등을 적용할 수 있는데, 구금하거나 벌금을 선고하거나 둘을 병행할 수도 있다.

할랄 식품 공장이 들어오면 무슬림 테러리스트가 들어온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평등법이 언론의자유, 종교의자유를 위협한다고 보는가.

평등법은 차별이나 괴롭힘(harassment), 희생자로 만들기(victimisation) 같은 불법적 처우(unlawful treatment)를 막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이 없다 하더라도 차별이나 괴롭힘, 희생자 만들기 같은 행위를 자유로이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적인 행위를 할 자유는 없는 거니까.

종교의자유란 자유롭게 믿고 자기 믿음을 여러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이를 행할 수 없다는 것은 평등법 제정과 관련 없이 당연한 사실이다. 평등법 제정 이후와 그 이전을 비교할 때 종교와 관련해 어떠한 변화도 없다. 게다가 언론의자유는 이 법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인들은, 이 법을 제정하면 동성애가 합법화되며 나아가 수간, 소아성애까지 용인될 것이라 주장한다.

일단 동성애는 합법화 내지 불법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동성애는 당연히 불법이 아니다. 동성 간의 법적인 결혼도 2014년 3월부터 허용되었다. 동성 결혼을 허용하기 이전에는 '법적 파트너십'이라는 형태로 동성 커플도 결혼한 이성 커플과 같은 권리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평등법의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소아성애는 불법이고 살아 있는 동물을 상대로 '수간' 역시 불법이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그걸 통해서 동성애가 합법화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 동성애를 '찬성' 혹은 '반대' 시각으로 보는 게 타당할까.

'그 연애 찬성일세' 또는 '반댈세' 라고 말하는 경우 그건 가벼운 농담 이상이 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진지하게 의사를 표현하면, 누군가의 연애는 제3자인 당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둘 사이 문제이지 애초에 찬성 내지 반대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성애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걸 찬성하고 반대한다는 건 왼손잡이를 반대한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 법률가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취급받을 권리를 갖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왜 중요한가.

'동등하다'는 말은 물론 기계적으로 다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동등하지 않게 취급받으면 안 되는 부분에서, 다시 말하면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하는 부분에서는 꼭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동일 노동을 하면 동일 임금을 준다는 것처럼. 이것이 평등법에서 말하는 '차별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 점을 전제로, 현대사회 구성원은 여러 면에서 동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동등하게 취급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본질적으로는 다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같은 사람으로 동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예를 들어 영국 학교의 경우 백인이 다수인 경우가 많지만 이제 흑인, 아시아인도 다닌다. 남자아이·여자아이가 섞여 있고 특정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학교가 아닌 경우 아이들 종교도 다 다르다. 심지어 성전환 수술한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백인이 아니고 남자가 아니고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점심을 못 먹게 한다거나 덜 가르친다거나 놀이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나. 다 같은 학생으로 대해야 한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동등하게 취급받고, 부당하게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야만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무리 없이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특정 구성원 그룹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고 지속적으로 느낀다면 이는 결국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보수 기독교계는 혐오와 차별을 유지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뉴스앤조이 이은혜

- 한국 일부 보수 개신교계는 지방자치단체 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등을 제정하지 못하도록 정치권에 압력을 넣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은 종교가 세력까지 형성해 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인권이란 인간이기 때문에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종교와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차별금지법', '종교 차별금지법'이라 부르며 반대에 앞장서는 보수 개신교계에 한마디한다면.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이유로 한 차별 혹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취지인 건 맞다. 그런데 동성애 차별금지법이고 종교 차별금지법이기 때문에 이 법이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뒤집어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라거나 특정 종교 신도라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것을 용인하자는 말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니, 헌법이 정하는 권리를 행사했다고 해서 차별받는 것은 헌법 질서에 어긋나는 일이다. 동성애의 경우, 그를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좋은데 그걸 어쩌겠나. 누구를 사랑하든 어떤 형태의 연애를 하든 이것이야말로 개인의 사사로운 영역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서, '동성애 차별금지법', '종교 차별금지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제정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영국인들과 대화하다 보면 '기독교 정신(Christian mind)'이라는 것이 꽤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매주 열심히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런 행동은 기독교 정신에 어긋난다거나, 기독교인으로서 이런저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때 말하는 '기독교 정신'의 중심에는 사랑 혹은 포용이 있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도 대부분 소수자, 약자를 포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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