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시민들 생각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삼성 반도체 피해자 등 위험 사회를 상징하는 여러 피해자들의 염원과도 같다. 뉴스앤조이 유영

[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우리 사회 안전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비극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4월 16일 3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10년 넘게 투쟁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삼성 반도체 피해자 등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국민 모두가 위험 사회에 방치되었다는 의미다.

위험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바꾸기 위해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나섰다. 416가족협의회·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반올림·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참여연대 등이 참여한 '안전사회시민네트워크(준)'가 2017 대선 캠프 초청 국민 생명·안전 토론회를 4월 13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었다. '위험 사회에서 생명·안전이 존중되는 일터와 사회로'가 주제였다.

강문대 변호사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10대 과제를 발제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토론회 첫 발제자 민변 사무총장 강문대 변호사는 국민 생명권과 안전권을 헌법에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려면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관련 법 제정 근거가 되고, 정부와 기업, 생활 등이 변하도록 국민안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헌법 명시'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해 강 변호사가 밝힌 10대 과제 중 하나다. 그는 △시민·노동자의 생명·안전 기본권 보장 △생명·안전 관리 국가조직 체계 개혁 및 시민·노동자 참여 구조 마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안전 규제 완화 중단 △위험의 외주화 금지 및 원청 책임 강화 △탈핵 에너지 전환 △화학물질 알 권리 보장 및 독성 평가 없는 물질 사용·유통 금지 △대중교통 안전성 강화 △안전사고 피해자 구제 권리 강화 등 기본 과제를 차례로 발표했다.

생명·안전권 보장 없는 현실
"1년 2,400명 노동자 사망"
"원전 고수하면 미래 없어"

강 변호사 발제 후 노동·화학물질·탈핵·공공운수 등 8개 분야 시민단체 관계자 발제가 이어졌다. 안전한 사회와 일터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설명한 몇 개 발제만 간추렸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뉴스앤조이 유영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 산업재해 안전 발제

1년간 일터에서 죽는 노동자가 2,400명이다. 지난 1년 동안만 이러한 수치를 보인 게 아니다. 15년 이상 비슷한 수의 노동자가 산업 현장에서 사망했다. 매년 전쟁으로 사망하는 수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수가 비슷하다. 과거부터 개선되지 않아, 현재도 대형 사고가 이어진다. 결국 미래 노동자들도 죽어 나갈 것이라는 의미다.

2012년 구미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다. 하지만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대피하지 못했다. 노동부에 작업 중지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노동부가 이를 거부해 노동자들은 끝끝내 노동을 멈출 수 없었다. 노동자 5명이 죽었다.

노동자 죽음에 대한 대선 공약이 나온 적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산재 50% 감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체적 실행 방안도 없었고, 지켜지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가 강화되었을 뿐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노동자 죽음에 대책과 공약이 없다. 자연 재난에 맞춰진 것 같다. 반성해야 하고, 정확한 대책이 필요하다.

안재훈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무국장. 뉴스앤조이 유영

안재훈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사무국장 탈핵 안전 발제

탈핵이 이뤄지지 않으면 발제된 무엇도 지킬 수 없다. 후쿠시마만 보면 알 수 있다. 노동 안전 지켜질 수 없다. 현장 노동자 피폭을 관리한 기록이 전혀 없다. 주민 대상으로 한 건강 조사도 축소했다. 먹거리 안전 역시 불가능하다. 방사능 없는 먹거리 이야기하지만, 일본은 모든 국토에 방사능이 퍼질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덜 오염된 먹거리를 먹어야 할 뿐이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역시 불가능하다.

피해자 권리도 문제다. 후쿠시마 주변 주민은 여전히 피난 중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된 표피 토지만 제거하고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요구한다. 이후 지원금도 끊을 예정이다. 대책이 없다. 일본은 지금까지 215조 원을 복구 비용으로 사용했다. 일본 정부가 고스란히 껴안았고, 세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과연 한국수력원자력공사가 책임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 원전 보험은 500~1,000억 원 정도 밖에 안 된다.

노후 원전을 조속히 폐쇄하고, 추가 원정 계획을 접어야 한다. 사용 연료 재처리를 위한 신규 사업도 포기해야 한다. 주민 동의 없이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려는 시도도 접어야 한다. 대책을 공론화해서 논의해야 한다. 90%까지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우리 단체가 보고했다. 대선 후보들이 이를 채택하고, 정책으로 이어 주기 바란다.

대선 후보들 광화문 서약식
"생명·안전 공약 최우선 약속"

토론회 후에는 각 대선 캠프 안전 분야 관계자가 참석해 정당의 공약을 설명했다. 참여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민중연합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중대사고처벌법만 아니라 그동안 소외되었던 노동을 위해서도 법을 제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감정노동자들을 위해 긴급 피난을 인정하고 산업재해를 강화하겠다. 내년 개헌 논의 때, 국민안전권을 기본 권리로 넣겠다고 공약집에 명시했다.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은 규제 완화로 안정성을 해치는 현재 상황을 철폐하겠다는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설명했다. 더불어 노후 원전을 폐로하고, 재생 에너지를 확충해 갈 계획도 밝혔다. 권 의원은 "현재 경영·경제 인사로 채워진 규제완화위원회를 탈바꿈해야 한다.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국민의당이 제자리로 돌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들이 속한 정당의 안전 분야 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해 후보들의 안전 공약과 기본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 국민의당 권은희 국회의원, 사회자 박종운 변호사, 민중연합당 이상규 전 국회의원,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좌에서 우로). 뉴스앤조이 유영

민중연합당 이상규 전 국회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규제개혁위원회 철폐를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게 주어진 큰 힘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규제개혁위원회는 시행령이나 정부 지침도 고칠 권한이 있다. 법을 새로 만들 괴력이 있다. 정부 관료와 기업이 손잡고 장난질하는 근원이다. 일단 없애야 한다"고 했다.

윤소하 의원은 "안전 업무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는 한편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 지하철·철도·여객선 등 공공교통 안전운행 규제를 강화하고 2040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선 후보들이 직접 참여해 생명·안전을 위해 정책을 펴겠다는 약속식으로 마쳤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진행한 약속식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등이 참석했다. 후보들은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한 사회의 염원을 담은 조형물 '생명·안전의 눈'에 다짐하는 문구를 적고, 공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토론회를 마친 참여 단체들은 위험 사회에서 안전 사회로 전환해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유영
안전 공약 서약식에 참석한 대선 후보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참석한 순서). 뉴스앤조이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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