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교단 내 대표적 대형 교회 중 하나인 세한성결교회가 후임자로 주남석 목사 아들 주진 목사를 내정했다. 교회는 세습이라는 비판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여성삼 총회장) 소속 수원 세한교회가 세습을 준비하고 있다. 세한교회는 매주 출석 인원이 2,500명이 넘는, 지역이나 교단에서 대표적인 대형 교회로 꼽힌다. 설립자 주남석 목사는 2011년 기성 총회장을 역임한 원로이기도 하다.

세한교회 교인들은 <뉴스앤조이>에, 주남석 담임목사가 2주 전 설교 시간 갑자기 교인들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후임 목사 선정을 위한 교인 사무총회를 4월 23일 열겠다고 공고했다고 말했다. 주 목사가 4월 9일 주일, 자신의 둘째 아들 주진 목사가 후임으로 올 것이라고 직접 말했다고 전했다. 교회는 주보에 23일 사무총회를 열겠다고 공지했으나 안건은 게시하지 않았다.

주남석 목사 둘째 아들 주진 목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전도사로 세한교회에서 사역했고, 이 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아 부목사로 있다가 2015년 사임 후 캐나다로 출국했다. 한 교인은 주진 목사가 2015년 사임할 때부터 교회 세습 의혹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대다수 사람들은 주진 목사가 후임 담임자로 돌아오겠거니 생각했다. 부목사는 바로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는 교단 규정 때문이다"라고 했다.

주남석 목사 큰아들은 미국세한교회를 개척해 목회하고 있다. 큰아들은 후임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는 세한교회 관계자들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복수의 교회 장로는 주진 목사가 후임으로 내정된 사실을 인정했다. 당회에서 통과했고, 지방회에도 보고해 교인 총회(사무총회) 투표만 앞두고 있다고 했다.

교회 장로들은, 주진 목사가 어린 시절부터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왔다고 했다. 음대를 나온 주진 목사는 세한교회 청년부를 부흥시킨 전력이 있고, 교회 성가대 지휘도 빼먹지 않는 등, 실력과 인성 모두 검증된 사람이라고 했다.

한 장로는 "물론 '세습한다'는 비난에 대한 염려가 있었다. 당회에서도 많은 논의를 했다. 그러나 주남석 목사님 은퇴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 목회자를 검증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다. 목사를 제비뽑기식으로 고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교단 헌법에 세습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으니 법적으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 나도 명성교회 등을 보면서 세습에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교회마다 전후 사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남석 목사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염려 많이 했지만, 교인들이 원해서 어쩔 수 없었다. 아들이 설교를 잘하고 청년부도 부흥시켰다. 나는 교인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당회원들과 교인들이 다 원한다"고 말했다. 세간의 비판도 있고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교인들 의사 때문에 세습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 주진 목사는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 경기서지방회장 손제운 목사는 1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절차대로 하고 있다. 거기까지만 얘기하겠다. 이런 것을 왜 전화로 물어보느냐"고 짧게 말했다. 세한교회가 속한 기성 교단에는 세습 방지 규정이 없다. 담임목사 자리를 아들이 이어받아도 위법은 아니다.

한 교인은 주진 목사가 목사 안수를 받고 나서 1~2년 후, 주남석 목사가 부흥회 강사로 '세습' 목사들을 수차례 초빙했다고 말했다. "교회에 세습한 이용규 목사(성남성결교회)와 김홍도 목사(금란교회)가 연달아 부흥 집회 강사로 왔다. 한 목사는 '세습하니 좋더라'고 설교했다. 후임 목사가 원로보다 잘하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지만, 아들이 후임인데 잘하면 아버지도 칭찬받고 아들도 칭찬받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오랜 기간 부자(父子) 목사를 봐 왔다는 이 교인은 "주남석 목사는 세한교회를 천막 교회에서부터 개척하고 교회를 성장시켜 왔고, 평소 교회 청소도 손수 하는 등 나무랄 데 없었다. 노년에 잘못된 결정으로 오점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들 주진 목사는 인물도 좋고, 말도 잘하고, 음악적 재능도 있다. 청년부를 부흥시킨 경력도 있다. 어딜 가도 목회를 잘할 수 있을 거고, 세한교회 교인들이 도와주려 할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세습한 목사라는 타이틀을 왜 쓰려 하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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