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차웅아. 별, 바람, 햇살. 무엇으로든 다시 오렴."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차웅 엄마 김연실 씨가 3년 전 세월호 참사로 떠난 아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다른 엄마들도 천사 같이 이 땅에 와서 하늘의 별이 된 아들, 딸에게 보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영만 엄마 이미경 씨(사진 가운데)가 아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딸, 슈퍼스타 정예진. 우리 딸 한 번만 안아 봤으면 좋겠다. 넌 엄마의 심장이야. 사랑한다." (예진 엄마 박유신 씨)

"내 사랑스러웠던 시찬아. 넌 언제나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들이었어." (시찬 엄마 오순이 씨)

"창현아, 엄마 보고 있지? 엄마도 많이 보고 싶다. 엄마가 창현이한테 할 얘기가 참 많은데. 오늘 우리, 엄마 꿈속에서 못한 얘기 하자." (창현 엄마 최순화 씨)

"동영아, 네가 떠나오는 날 안아 주지 못해 정말로 너무나 미안해. 미안한 만큼 많이 보고 싶고 미안한 만큼 너무 사랑한다 아들." (동영 엄마 이선자 씨)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으로도, 제훈아 너인 줄 알겠다. 제훈아…, 사랑해." (제훈 엄마 이지연 씨)

"주현아, 열일곱 해 동안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 줘서 그리고 살아 줘서 너무나 고마워. 그리고 엄마는 너무 행복했단다. 보고 싶다 아들. 우리 주현이, 많이 많이 사랑해." (주현 엄마 김정해 씨)

"주님의 아들 영만아.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혼자 외롭게 해서 미안해. 그 외로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서 부르면 엄마가 언제든지 갈게. 그리고 그때 만나면 따뜻하게 꼭 안아 줄게." (영만 엄마 이미경 씨)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세 번째 맞는 봄, '고난주간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음악회'가 4월 11일 삼일교회에서 열렸다. 목회멘토링사역원(김종희 대표), 문화행동바람(김재욱 감독),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416합창단(최순화 단장)이 준비한 행사다.

3년 전 참사가 일어났을 때, 한국교회는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유가족 말처럼, 세월호 참사는 이제 고난주간·부활절과 따로 기억될 수 없다. 김종희 대표는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맞아 새로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이번 음악회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416합창단.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며 노래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은 이날 아이들을 기억하며 노래했다.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그 웃음, 어두운 바다 깊은 하늘에 지울 수 없는 눈망울. 어느 별이 되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져 가기를,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여." 이들이 입은 노란 유니폼에는 '그리움, 별이 되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객석에 앉은 기독교인들은 416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엄마들이 자녀에게 메시지를 전할 때에는 곳곳에서 울음 섞인 탄식이 쏟아졌다. 한 중년 여성은 고개를 떨구고는 한참을 들지 못했다.

사회자는 유가족들을 무대 아래로 안내했다. 객석에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어머니와 아버지를 껴안았다. 서로 손을 붙잡고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공연은 순간 정지됐다. 음악이 끝난 후에도 유가족과 기독교인들은 한참을 서서 서로 위로하고 기도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음악회에 참석한 기독교인들은 서로 부퉁켜안고 위로를 전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박근혜 7시간 여전히 베일 속
"국민 지속적 관심 없으면
또 다른 참사 부를 것"

세월호 참사 3주기와 고난주간-부활절을 맞아 진행된 음악회는 단지 위로만 전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시찬 아빠 박요섭 씨는 유가족 대표로 참석자에게 감사와 다짐의 말을 전했다. 박 씨는 박근혜가 파면되고 선체가 올라와 세월호 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국민의 관심이 없다면, 진상 규명은 흐지부지될 것이며, 이는 얼굴만 바뀐 또 다른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합니다. 오늘은 1,092일째 4월 16일입니다. 그리고 세월호를 목포신항 부두에 안착한 첫날이고, 개인적으로는 잃어버린 시찬이의 사진 세 장을 찾은 날이기도 합니다.

박근혜는 구속됐지만 아직 어떤 이유로 국민 생명 보호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아이들과 승객들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지 여전히 비밀에 쌓여 있습니다. 구조 책임자들이 승객을 충분히 구하고도 남을 시간인 1시간 30분 골든 타임에 왜 승객을 구조하지 않고 방치했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를 목포신항에 겨우 거치했지만 선체가 뒤틀리면서 원하던 제자리에 위치하지 못했고 하루하루 더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시찬 아빠 박요섭 씨는 참석자들에게 아직 밝혀진 진실은 없다며 끝까지 함께해 줄 것을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만약에, 만약에요. 여러분의 관심이 없어진다면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지 않는다면요. 또다시 세월호의 모든 것이 묻혀지고 잊혀져서 또 다른 처참한 참사로 얼굴만 달라진 세월호가 여러분들 앞에 서 있을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예수님께서 세월호 안에서 돌아오지 못한 9명을 품에 꼭 안고 계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간절히 원하는 유가족이 될 수 있고, 뼛조각이라도 찾아야 축하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미수습자 가족들은 뼈라도 찾지 못할까 간절한 마음으로 애타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관심이 간절할 때입니다."

참사 이후 하나님께 등 돌리며 살고 싶었던 최순화 씨. 그는 팽목항, 국회, 광화문, 청운동사무소, 목포신항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세월호 가족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와 동행해 준 시민들이었다. 대표 기도자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전능자시며 창조주라고 불리는 당신께 기도 드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기도를 시작했다.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세월호 가족을 찾아와 함께해 줘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당신께 등 돌리고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도 당신이 계시더군요. 더 이상 울 힘조차 없을 때 망연자실 바라보던 팽목항에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하늘을 보며 잠을 청해야 했던 국회에도, 내리 쬐리는 땡볕을 피할 그늘 하나 찾기 어려웠던 광화문에도, 하수구 냄새에 시달려야 했던 청운동사무소에도, 침몰 지점이 바로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동거차도에도, 그리고 병든 몸을 이끌고 세월호가 누워 있는 목포신항에도, 당신은 계셨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몰랐던 분들이 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와서 안아 주시며 같이 울어 주시던 따뜻함 속에서 당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가장 잘 섬긴다는 큰 교회는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기보다는 애써 외면하거나 오히려 비난했습니다. 자신을 위해 쌓아 올린 바벨탑이 너무 높고 견고해 밖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저들을 불쌍히 여기실 분은 하나님 당신밖에 없습니다. 저들을 불쌍히 여겨 주세요.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예수님이 짊어지셔야 했던 그 십자가의 고난과 용서가, 저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세요."

416합창단 외에도 홍순관, 송정미, 이길승, 어노인팅, 열일곱꽃다운친구들, 최용석, CMJ, 삼일교회P.O.P가 공연을 선보였다. 음악회는 고난주간을 맞이해 십자가에서 예수가 말한 가상 칠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음악가들은 각 가상 칠언 성구에 맞는 주제의 곡을 노래했다.

가수 홍순관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열일곱꽃다운친구들 고경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가수 이길승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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