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은 환경에 눈을 떠야 한다. 눈을 크게 떠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눈을 감고, 이게 신앙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 자연·생태계는 하나님이 사랑으로 지으신 아름다운 '창조 세계'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환경은 하나님의 창조물이기에 기독교인은 신앙의 눈으로 환경을 바라보고 지켜야 한다는 장윤재 교수(이화여대)는 단호했다. 장 교수 말처럼, 생태계는 하나님이 지으신 후 "아름답다"고 7번이나 말씀하신 창조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사는 기독교인에게 환경문제는 늘 후순위다. 돈 되는 일이라면 산을 깎거나 강물을 막는 일을 서슴지 않고, A4 한 장 크기의 우리에서 닭 4마리를 키우는 공장식 사육을 감행하고, 조류 독감에 걸리면 닭을 산 채로 땅속에 묻고, 구제역에 걸린 돼지 역시 살처분한다. 10년간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지만, 정부나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 4대 소장이자 앤드류 린지가 쓴 <동물 신학의 탐구>(대장간)를 번역한 장윤재 교수. 그는 2010년 구제역 파동 현장, 핵발전소 사고가 터진 후쿠시마를 방문하며 생태신학에 눈을 떴다. 지난 1월에는 △4대강 △핵발전소 △동물신학 △기후변화 문제를 담은 <포스트휴먼 신학>(신앙과지성사)을 발간했다.

장윤재 교수는 4월 10일 <포스트휴먼 신학>을 교재로, 한국YMCA전국연맹에 소속돼 있는 청년 인문학 공동체 '웰컴 청년 로고스'에서 생태신학의 타당성을 강의했다.

장윤재 교수는 '인류세' 시대에서 생태신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인류세'에 살고 있는 우리
영혼에 관심 있던 영지주의
통전적 구원 말한 정통 기독교

장윤재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며,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인류세는 일반인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는 인간이 자행한 자연 파괴가 지구 지질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인류세를 주장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방사성 낙진, 플라스틱, 화력발전소가 내뿜은 미세먼지와 매연을 인류세 근거로 든다. 

장 교수는 "인류세라는 말은 인류가 지구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크고 깊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만 2,000년 전 시작된 지금의 홀로세(Holocene)가 끝나고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무절제한 소비가 새로운 지질시대까지 영향을 미친 현대사회. 장 교수는 현재를 사는 기독교인에게 환경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태도로 환경을 대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창세기 1장에서 7번 반복되는 구절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가 뜻하는 바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교회학교에서는 하나님이 무엇을 창조했는지 가르치지만, 사실은 창조 후 "너무 좋다"를 반복해 말하는 하나님 감정을 느끼는 게 먼저라고 했다.

"창세기 1장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결코 악하고 추한 세계가 아니라 하나님이 사랑으로 친히 짓고 경탄하신, 선하고 아름다운 세계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세계를 긍정하셨다."

장 교수는 기독교인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려면, 최초 이단이었던 '영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주후 1~4세기에 번성한 영지주의자들은 플라톤 사상에 심취해 '영은 선하고 육은 악하다'는 영육이원론을 신봉했다. 이들은 하나님 아들 예수가 인간의 몸을 입고 땅으로 내려왔다는 사실, 제자들이 부활한 예수를 보았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들에게 몸은 불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정통 기독교는 영지주의와 맞서 싸우며 "육은 악하지 않다"고 가르쳤다. 장윤재 교수는 정통 기독교가 이단과 맞서 싸우며 교리를 정립했지만,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이 영지주의자들과 닮아 있다고 성토했다. 영혼 구원과 죽어서 가는 천국 개념만 강조하다 보니, 해수면이 상승하든 생물이 멸종하든 핵발전소 사고가 나든 관심이 없다고 했다. 현재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전혀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통 기독교에 몸담고 있던 신학자들은 영지주의처럼 영혼 구원만 강조하지 않았다. 신학자 이레니우스, 오리게네스, 아시시 프란체스코, 장 칼뱅이 그렇다. 통전적 구원을 말한 이들은 하나님의 구원이 창조 세계까지 미친다고 설명했다. 장로교의 근간이 되는 칼뱅은 자연을 신의 작품이라 설명했고 세상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고 했다. 장 교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영육이원론 대신 정통 기독교가 갖고 있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장윤재 교수는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인간과 자연이 한 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하나님 자리에 앉은 기독교인
신본주의 아닌 인간중심주의
자연을 형제자매 삼은 성 프란체스코

장윤재 교수는 스스로를 신본주의라고 말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뿌리 깊은 인간중심주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동물 세계에서 호랑이가 빠지니 여우가 호랑이 흉내내는 것처럼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다. 하나님은 저 멀리 세상 밖에 계신 분이 아닌데, 우리는 하나님이 그렇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하나님 자리를 인간이 차지하고 창조 세계를 함부로 대한다. 성서는 언제나 창조 세계의 일부분으로서 인간을 이야기한다. 하나님이 지으신 다른 피조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이해한다."

강의를 마치면서 장 교수는 아시시 프란체스코의 시 '형제 태양과 자매 달의 찬양시'를 소개했다. 중세시대에 살았던 성 프란체스코는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태양, 달, 별, 바람, 물, 불, 대지에 형님·누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그는 만물 평등주의를 주장하며 모든 만물을 '형제자매'라고 불렀다.

"성 프란체스코의 시에서 보이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 만물의 폭군도 아니다. 다른 피조물의 동생이고 막내이다. 만약 길에 있는 나무가 내 형이고, 거리에 있는 고양이가 내 누이라면, 우리가 피조물을 어떻게 대하겠는가. 한국 기독교인에게 만물 평등주의가 낯설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범신론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가운데에 두고 인간과 다른 피조물들이 하나의 원을 만들고 사는 게 올바른 기독교 신앙이다."

이번 강의는 4월 17일과 24일 등 두 차례 더 진행된다. 장윤재 교수는 남은 강의에서 '4대강과 핵발전소 문제', '동물신학'에 대해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강의는 오후 6시 30분 한국YMCA전국연맹(마포구 서교동 376-11) 5층 강당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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