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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믿음 위해 타인의 자유 박탈할 권리 없다"

[인터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대변인 정혜실 이주민방송 공동대표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4.08  21: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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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3월 23일 재출범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10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출범한 후 2015년까지 활동했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더 나은 평등 사회 건설을 꿈꾸는 시민·사회·종교 단체가 다시 출범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참여했다. 2010년에는 40여 단체가 함께했지만 2017년에는 현재까지 102개 단체가 연대하고 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한다. '포괄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정 그룹, 즉 성소수자만을 위한 차별금지법이 아니라는 점을 더 널리 알리는 데 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종교의자유를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여러 종교 단체 산하 기관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이름을 올린 이주민방송 MWTV 정혜실 공동대표를 4월 5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한국에 정착하러 온 파키스탄 남성과 1994년 결혼해 1남 1녀를 키우며 지금까지 한국에서 지내 왔다. 비서구권 이주민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1세대답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주민방송 MWTV 정혜실 대표와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나 차별금지법을 왜 제정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이주민방송은 어떻게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가입하게 됐나.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법 제정 자체를 막으려고 '무슬림·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는 프레임으로 활동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이름을 올린 곳은 홈리스,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한부모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각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들이다.

개인 경험을 기반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결국은 차별이라는 틀 안에서 보면 여기도 저기도 함께해야 할 일이 늘어난 거다. 각기 다 다른 의제를 갖고 현장에서 뛰었는데 결국 '차별'로 만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문제, 대중 인식·시선 문제, 과세 문제 등 온갖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차별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다 어떻게든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여성이면서 비정규직일 수 있고,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에 다니는지에 따라 시급이 다르며, 비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일하다 장애를 얻을 수도 있다. 한 가지 정체성으로 자신을 규정하기보다 비장애인이지만 이주민, 엄마이면서 비정규직 등 복합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똑 떼어서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 이주민이 직접 겪는 차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이주 노동계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지켜지지 않는다. 이는 이주 노동자뿐만 아니라 여성, 비정규직 다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문제다. 노동 현장에서 똑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하고도 급여에서는 차이가 나는 게 이주 노동자의 현실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도 보장되지 않는다. △일당 차별 △의료 보험 제외 △허술한 기숙사 이용비 수십만 원 징수 △성폭력·성희롱 같은 차별은 늘상 있는 일이다. 특히 근로감독관이 지방까지 내려가서 감독하기 어려운 농사·어업 현장은 인권 사각지대다.
여기서는 이주 노동자를 노예 부리듯이 쓰는 경우가 많다. (노예 부리듯) 쓰다가 친구한테 빌려 주고, 다시 지인 집에 보내 일 시키고. 막말과 폭력이 점철된 일상이 다반사다.

물론 그동안 좋아진 점도 분명 있다. 이주 노동자 노동조합이 2015년 합법화됐다. 그럼에도 아직 제도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고용허가제 즉 EPS 비자로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는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세 번밖에 없는데, 그것도 고용주가 허락해 줘야 옮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노예다. 좋은 고용주 만나면 운이 좋은 것이고, 못된 고용주 만나면 계속 불이익당하면서 살아야 한다.

사업장을 변경해 달라고 신청하면 고용주가 자기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가 무단으로 사업장을 이탈했다고 신고한다. 비자가 없어진 당사자는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소명하고, 부당 대우 증명하고, 고용안정센터 가서 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도 못 받거나 반만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쨌든 이주 노동자가 손실을 봐야 끝나는 지난한 싸움이 계속된다. 말이 안 된다.

정혜실 대표는 이주민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활동가다. 사진 제공 정혜실

결혼 이주민과 관련해서는, 사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다문화 가족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그 다양성을 간과한다. 청소년 시기에 한국으로 입국한 다문화 가정 청소년과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분명 성장 양상이 다르다. 이 두 그룹을 합쳐 '다문화'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 그런데 언론·방송에서는 다문화 가족을 획일화한 틀에 박아 놓고, 다문화 가족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끌고 간다. 외국인 엄마랑 살면서 한국말도 제대로 못 배워서 공부 못하고 왕따 되고 진학률 떨어진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사회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두 나라 정체성을 가진 아이들이 당당하지 못하고 한 나라 정체성을 숨기게 된다. 이들이 자신이 가진 다름과 차이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한국 사회의 풍성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한국 사회는 피부색, 어느 나라 출신에 너무 집착한다.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런 이주민 차별이 즉각 해소될 수 있다고 보는지.

글쎄, 법은 항상 멀리 있으니까. 얼마든지 법망 사이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고 갑자기 모든 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불필요하게 손해를 보거나 아픔받는 것을 줄이려는 것이지, 완전무결한 평등 세상이 당장 오지는 않는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한국 사회가 평등하면 평등할수록 좋은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평등하면 사회가 안전해진다. 노동자가 기업주만큼 중요한 존재로 인식돼야 산업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주 노동자는 한국 사업주가 쓰고 버리는 도구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이주 노동자는 자기 임금 19%를 소득세로 낸다. 그것도 원천징수로. 원래는 17%였는데 국세청은 최근 이주 노동자 당사자와 상의도 없이 2% 올렸다.

가끔 이주 노동자를 묘사할 때 세금도 안 내는 존재처럼 묘사하는 언론이 있는데, 세금 안 내면서 사는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 커피 한 잔 마셔도 부가가치세가 붙고 간접세를 낸다. 이주 노동자는 세금에서 해방된 존재가 아닌데 꼭 그렇게 묘사한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이런 부분에서 이주 노동자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법이 명시하는 고용 차별 조항에 따라 고용법을 손봐야 하고, 사회 곳곳에 빈 구멍 같은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다. 물론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자기 파이를 뺏기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정혜실 대표는 차별금지법은 사회 인권 감수성을 올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무슬림을 비판만 해도 처벌받을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수차례 발의한 차별금지법을 살펴보면,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기보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에 가깝다. 하면 안 되는 행동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사회의식을 바꾸는 게 목적이다. 당장 어떤 사람이 나한테 잘못했다고 한 대 더 때리자는 것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은 선언적 의미가 더 크다. 오히려 한국에서 제정하려는 차별금지법은 구멍도 많고 오점이 많아 실효성 때문에 비판받을 여지가 더 많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우리 사회 민감하지 못한 인권 감수성을 조금 더 세밀하게 올리는 작업을 하려는 거다. 그동안 묵인해 온 여러 차별을 놓고 이제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13년 UN인권이사회는 한국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고 이 틀 안에서 법을 만들려는 것이다.

- 차별금지법은 실생활에서 받는 차별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 이름 붙이고 이 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라 주장한다.

기독교계가 동성애 반대하는 것도 좀 그런 게, 기독교가 그렇게 윤리적인가 묻고 싶다. 대형 교회, 유명 목사들에게 문제 되는 게 얼마나 많은가. 이런 분들 성적 일탈에는 침묵하고 내부 비판하지 않으면서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3대째 모태신앙 기독교인이다. 오래되고 보수적인 기성 교회에서 자랐다. 남편을 만났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열린 사고가 가능했던 것 같다. 나도 보수 기독교인에 지나지 않았지만, 결혼한 뒤 좀 거리를 두고 종교를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신을 찾는다는 것, 신을 해석하고 자신의 종교로 삼는 일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기독교는 진리를 추구한다며 획일화한 모습만 옳다고 한다.

현대 한국 기독교는 예수님이 가난한 자와 함께했던 것보다, 바울이 여자는 머리에 뭘 쓰고 시끄럽게 떠들지 말라고 한 가부장적 이야기를 더 떠받들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교회법으로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다고 정한 교단도 있지 않나. 예수님은 코이노니아를 중요하게 보셨지 콕 집어서 어느 교회 가라고 하지는 않으셨다. 그런데 교회는 교회 내부 문제를 밖으로 돌리고, 교인을 결집하는 도구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교회 안에 과연 평화가 있는지 묻고 싶다.

정혜실 대표가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주요 대선 후보 캠프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정혜실

- 무슬림 남편을 둔 사람으로서 '무슬림 아웃'을 외치는 한국교회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어느 종교든 근본주의·율법주의로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 본다. 무슬림 원리주의자도 여성들에게 왜 히잡을 좀 더 얌전하게 쓰지 못하느냐고 말한다. 율법은 남을 비판하고 판단하라고 주신 게 아니다. 나를 성찰하고 내가 정직한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기 위한 기준으로 삼으라고 주신 것 같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이후, 남편과 아이들에게 종교 교육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종교가 사람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주지 못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 뒤로 아이들은 파키스탄 가면 모스크에도 가고, 한국에서는 함께 교회에 간다. 어렸을 때 나와 함께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은 강요하지 않는다. 종교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독교 그룹 안에서 진리를 이야기할 때 성경 말씀을 내 믿음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합당하지만, 대한민국은 세속 사회 아닌가. 기독교인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는 건 좋지만 남의 자유를 박탈할 권리는 없다. 종교의자유를 보장받고 싶으면 남의 종교를 보장해 주는 건 당연한 말이다.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세속법 틀 안에서 차별금지법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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