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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수습자 수습 끝까지 책임져야"

[인터뷰] 아라 아빠 김응대 씨와 예은 할머니 이세자 씨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4.08  15: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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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3월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서자 유가족들은 목포로 모였다. 항구 입구에서 노숙하면서 선체 인양 작업과 수색·조사 작업을 끝까지 지켜볼 계획이다. 이들은 안산과 목포를 오가며, 서로 돌아가면서 항구를 지킨다.

유가족들은 항구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씻는 문제는 목포시가 마련한 이동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해결한다. 가족들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한 유가족은 "비바람 막을 수 있는 컨테이너 있고 화장실만 있으면 호텔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전, 오후 각각 한 번씩 선체를 보러 항구 안으로 들어간다. 이후에는 주로 컨테이너 바깥에 설치되어 있는 유가족 쉼터에 앉아 있다. 노란 리본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온 방문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

4월 7일, 유가족 쉼터에서 아라 아빠 김응대 씨, 예은이 할머니 이세자 씨와 대화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날 오전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세월호 선체를 육안으로 보는 것도 처음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세월호 참사가 유가족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이들과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목포신항 입구 옆에 마련된 유가족 쉼터. 가족들은 이곳에서 일상을 보낸다. 뉴스앤조이 현선

세월호로 국가의 총체적 부실 드러나

아라 아빠 김응대 씨 / 지난 3월 31일, 세월호가 목포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작 달려오려 했어요. 하지만 회사 일 때문에 뉴스로 대신해야 했죠.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종일 뉴스만 틀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생각하면 모든 걸 버리고 왔어야 했는데. 저만 회사에 매여 있는 거 같아서, 열심히 활동하는 다른 가족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에요. 여기 오기 전, 아이가 꿈에 나왔어요. 어릴 때 모습 그대로요. 이런 큰 사건이 있을 때면 종종 그러는 거 같아요.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좋은 것, 맛있는 것, 보기 좋은 것 다 멀리하며 지내요. 자식 그렇게 보내 놓고 즐거움 느끼는 걸 죄의식으로 느끼는 거죠. 저도 시장에서 장을 봐 요리를 해 먹은 지 한참 됐어요.

어떤 분들은 사고 이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갔지만, 아이들의 체취를 잊지 않기 위해 계속 그대로 사는 분도 있어요. 저도 딸과 함께 살던 집에서, 딸의 소지품·이불·옷가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무엇 하나 버리지 않았어요. 아이를 계속 기억하기 위해서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단순히 육신만 죽은 것이지 그 존재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계속 생각하고 기억하면서 딸의 존재를 마음속으로 품고 사는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은 깨끗이 잊고 새로 시작하는 게 마음 건강에 좋다고 충고해요. 저는 아니에요. 오히려 여기 나와 가족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며 울부짖는 게, 건강에 더 이로운 거 같아요.

아라 아빠 김응대 씨는 정부과 유가족들이 미수습자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저는 미수습자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자식 그렇게 잃은 것도 마음 아픈데…. 그분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우리 유가족들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 기관들도 그분들에게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어요. 국가의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어요. 정부가 부실 대응을 했으니, 모든 사고 원인을 국가나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책임은 안 지고 우리는 해 줄만큼 했으니 손 떼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끝까지 책임지고 미수습자 가족들 슬픔을 줄여 주는 게 국가 기관의 할일이라고 생각해요.

참사 당시, 저희 가족들은 이 나라가 정말 부실했다고 통감했어요. 정부가 부실했기 때문에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났다고요. 그래서 가족들이 거리에 나오는 거예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선체 인양과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알리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당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이대로 아무 변화 없이 지나가면 또 다시 대형 사고가 일어난다고,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당한다고 호소하고 있는 거예요.

몇몇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자신들과 무관하게 여기며 인양에 반대해요. 여기에 동조하는 국회의원들도 있죠. "비용이 많이 든다", "사람만 또 다친다"면서요. 우리가 사는 시대가 물질 만능주의 시대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든 것을 돈으로만 계산하고, 상품 가치를 따지는 거라고 봐요. 그들은 세월호를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어요. 폐철 건져서 뭐할 거냐고 하는 거죠. 죄 없는 아이들이 국가의 부실로 희생된 사고를, 어떻게 아무런 공감도 하지 못한 채 그런 맡을 내뱉는 지 모르겠어요. 그러고도 어떻게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3년이 지나면서 사회가 달라진 거 같아요. 정치하는 분들도 시민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한 나라를, 한 개인과 한 정당에게만 맡기면 나라가 엉망이 되고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요. 많은 시민이 세월호 참사를 자기 일로 여기며 촛불 집회에 나오고 가족들과 함께해 줬어요.

아직까지 일부 단체는 유신 정권의 환상에 사로잡혀 강력한 지도자 아래 똘똘 뭉쳐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생각해요. 모든 권한을 국가 기관에게만 맡기고, 그 명령에 복종하며 살던 시대는 끝났어요. 시민들이 앞장서서 깨어 있을 때 나라가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시민들도 그 사실을 깨우친 것 같아요.

예은이 할머니 이세자 씨는 무감각하게 살았던 지난 삶을 후회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참사 없었다면 태극기 집회 나갔을 것"

예은이 할머니 이세자 씨 / 집에서 TV로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걸 봤어요. 그때부터 오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 내 생일이기도 해서 잊지 말고 가서 보고 오자 생각했어요.

전날 밤, 안산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혹시나 인양 작업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다행히 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좋아지더라고요.

배를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고통 속에 갔던 배니까…,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온다고 했을 때도 착잡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3월 31일이었잖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이고요. 두 사건이 한날에 이뤄진 건 하나님의 역사예요. 하나님이 다 때를 맞춰서 일하신 것 같아요. 겉에서 볼 때에는 사람이 한 것 같지만, 사실 하나님이 다 하신 거예요.

감사하면서도 지금까지 무감각하게 살았던 모습이 후회됐어요. 옛날부터 저는 주변 일에 무감각하게 살았어요. 잘못한 일 저지르지 않고, 나 혼자, 내 자녀하고 잘살고 신앙생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고를 당하고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조금이라도 세상을 둘러보게 됐어요.

그래서 예은이하고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그래요. 사고가 없었더라면 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과연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되었을까, 지금 저렇게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고 말이에요.

늙은 사람들은 바뀌기 쉽지 않아요. 정말 변하지 않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자식들이 그렇게 말해도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사고 이후로, 달라졌어요. 다른 시각으로 사회를 보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라고 하려 해요. 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챙기며 살고 싶어요.

우리는 정말 욕심과 자기 생각으로만 살았던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이웃을 돌보고 챙기는 방향으로 사회가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세월호 가족들이 이렇게 3년 동안 밖으로 나와 앞장서는 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이세자 씨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그려진 현수막을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이 씨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밖에서 유가족들이 모이는 소리가 들렸다. 선체를 보기 위해 항구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이 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펜스에 붙어 있는 세월호 희생자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가까이 다가가 몇 사람의 사진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혼잣말을 조용히 내뱉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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