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달밤', '더께더께', '오스칼네고양이'(오스칼)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세 여성은 각각 기독교 단체 활동가, 교회 청년, 전도사다. 세 사람 모두 모태신앙이다. 교회 생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사회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올라올 때, 기독교 판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해 12월 '믿는페미' 모임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만나서 자기 경험담을 풀어놨다. 무궁무진했다. 분명 자신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교회 곳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떨어져 있지만 숨어 있는 '믿는 페미(믿는 페미니스트)'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그 시작으로 오는 4월 18일, 첫 오프라인 책 모임을 한다.

4월 6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에서 모임을 시작하는 세 사람을 만났다. 세 사람은 세 시간 가까이 페미니즘에 얽힌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 냈다. 할 이야기가 많았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일,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 '믿는페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설명했다. 한 사람이 말을 끝내면, 다른 사람이 호응하며 또 다른 경험담을 꺼냈다. "맞다, 맞아"라고 반응하며 서로를 응원해 주는 모습에서 자매애를 느낄 수 있었다. 세 사람의 요구로 이름 대신 별명을 사용한다.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했던 세 사람. 지난해 12월 '믿는페미'를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믿는페미' 모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달밤 / 세 명 모두 기독교 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현장이 좁다 보니 여성 실무자들과 자주 마주친다. 사회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각자 생각을 묻기도 하고. 그러면서 더께더께, 오스칼이 나와 비슷한 의식이 있다고 느꼈다. 더께더께는 8년쯤, 오스칼은 10년 넘게 봐 온 사이다. 신앙 색깔도 비슷해 함께 페미니즘 운동을 해 보면 좋겠다 싶어, 두 사람에게 먼저 제안했다.

오스칼 / 나는 달밤과 같은 신학교를 다녔고, 전도사로도 활동했다. 목사 안수를 고려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교회 내 여성 목회자 처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에 여성 목사가 낄 자리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 왔다. 부당하다고 느낀 것을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달밤의 제안을 듣고 솔깃했다. 교회 문제를 다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더께더께 / 우리 목소리를 담는 장이 필요했다. 기독교계에도 여성 운동하는 단체가 많다. 뿌리 깊은 곳도 많고. 그런데 지금 우리 목소리를 표출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만 봐도 그렇다. 여성 단체가 줄곧 있었지만,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지면서 젊은이들이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오늘을 사는 내 목소리가 반영될 곳이 필요했다.

- 신학교, 교회, 기독교 단체에서 여성 혐오를 많이 겪었나.

오스칼 / <뉴스앤조이>가 설문 조사한 결과와 비슷한 경험이 많았다. 일단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반 신학생일 때가 다르고, 전도사일 때가 다르다. 신학생일 때는 주변 사람들이 엄마한테 "딸이 신학생이면 결혼하기 힘든데"라고 말했다. 전도사 때부터는 더 많은 걸림돌을 경험했다. 목사 안수 대상자에서 자연스럽게 제외하거나, 여성이기 때문에 "중고등부, 청년부보다는 아동부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학생 때는 받지 않던 외모 지적도 받았다. 교인들이 "전도사님 치마 너무 짧은 거 아니에요?"라고 와서 한마디씩 하기도 하고. 이런 경험과 말들이 타격은 크지 않지만 내 무의식 중에 '여성이라면 어때야 한다'는 관념으로 스며들었던 거 같다.

달밤 / 맞다. 신학을 공부한 남성은 여성 신학생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똑똑해서 참견한다는 이유다. 오스칼과도 여러 번 나눈 이야기지만, 기독교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여성이 목소리를 내면 고까워하는 게 있다. 사회나 교회에서는 가부장적인 문화를 보아도 그러려니 넘어갈 때가 많았다. 그런데 기독교계에서 새로운 운동을 해 보겠다고 만들어진 단체도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관심사는 교회 문화다. 내가 다닌 교회는 가족 중심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교회가 작은 편이었는데,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오면 담임목사가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했다. 내가 소개하면 목사가 꼭 뒷말에 "몇 살이고 결혼 안 했다"는 말을 하더라. 나중에 그러지 마시라고 해도, 그래야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혼기가 찬 청년을 가만두지 않는 분위기가 불편했다. 과연 비혼 청년이 교회에서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더께더께 / 나는 교회 청년이다. 지금까지 나는 교회에서 '목소리 큰 여자애'로 분류됐다. 궁금증이 많아 목사에게 질문하면 "청년부 시간이 네 과외 시간이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조금 줄이라고도 했다. 교회 안에서 성차별적인 일을 문제 제기하면 청년들이 나를 유난 떠는 사람 취급했다. 다른 사람은 다들 괜찮아 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런 교회 분위기가 싫었다. 다행히도 지금 다니는 교회는 의견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 교회에 직접 제안해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청년들 반응이 좋았고, 교회 안에서 이런 작업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사람은 4월 첫 오프라인 모임을 한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이야기할 공간, 지지해 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4월에 첫 오프라인 모임을 한다. 여성만 참여하도록 했는데 이유가 있나.

오스칼 / 전에 남성들과 책 모임을 했는데, 그때 발생한 일을 우려해 참가자를 여성으로만 제한했다. 내가 만난 남성들은 나눔을 하다가 갑자기 자기변명을 늘어놨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혹시 나도 여기 해당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런 행동 자체가 여성들이 주고받는 공감대의 맥을 끊어 버렸다. 남성을 이해시키는 데 에너지가 오히려 더 들기도 하고. 배려한답시고 눈치를 보거나 싸워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믿는페미는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모이는 이 공간이 나에게 안전한 공간인지 참가자들은 본능적으로 살피게 될 거다. 보통 여성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가면을 쓰거나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그런 여성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때문에 남성은 참가자로 받지 않았다.

- 한국 사회에서 활발하게 이야기되는 페미니즘 담론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남녀 성별을 떠나 "남성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달밤 / 남성이 불편해하기도 있지만, 페미니스트를 적대하는 여성도 많을 거다. 흔히 '명예 남성'이라고 부르는 부류다. 여성 간에 일어나는 분열은 '가부장제 자본주의'의 본성이다. 가부장제 자본주의는 남성이 사람 또는 주체로 인정받는 사회에서, 여성 역시 꼭 남성을 통해서만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이런 구조는 여성끼리 연대하지 못하게 하고 분열을 조장한다. 사회에서 탈락하지 않고 인정받고 안정되고 싶은 욕구가 발현돼, 여성은 남성에게 공격받는 모난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 한다. 이러한 상황을 뚫고 운동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오스칼 / 페미니즘 운동을 한다고 하면, 다들 '남성'이 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싸우고자 하는 건 남성이 아니다. 하나님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지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하는 기제와 가부장제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성들은 곧 자기를 공격한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제 혜택을 받는 게 남성일 때가 많으니까 헷갈려 하는 거 같다. 가부장제 안에서 인정받아 온 것이 남성이니까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면, 여성이 가부장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신학교 다닐 때, 남성들이 "오스칼은 다른 여성들과 달리 이런 점이 참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른 여성을 은연중에 나보다 낮게 여겼다. 그런 스스로를 발견하고 괴로워한 적이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국 사람에게는 모두 가부장성이나 인정 욕구가 내재돼 있다.

더께더께 / 결국 '성별 이분법'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여성은 어떠해야 하고 남성은 어떠해야 한다는 시선과 틀이 있다. 페미니즘을 오독하는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과 같아지기를 원하거나 훨씬 높은 지위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를 바꾸자고 말하는 것인데, 그런 메시지가 곡해된다. 지배층이나 지배층에 편승한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페미니즘 오해를 걷어 내고 실제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면 좋겠다.

- 여성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여성에게 의리나 자매애가 없다는 거다. 이런 편견도 가부장제 틀 안에서 작동한 것이라 볼 수 있나.

달밤 / 맞다. 내 경험만 봐도 그렇다. 친하게 지내는 남성 그룹이 있다. 다음 해에 한 살 어린 여성 후배가 들어왔다. 당시 남성들은 우리 둘을 꼭 경쟁 관계로 만들었다. "이제 달밤은 끝났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 구조를 만드는 남자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하는데, 오히려 새로 들어온 여성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한 명이고 후배 두 사람이 있다고 해 보자. 둘 중 한 사람만 승진시켜 준다고 하면 두 사람이 서로 연대할 수 있을까. 남성이어도 연대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적인 설명 없이, 여자는 의리가 없다든지 질투가 심하다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 남성이 없으면 우리끼리 잘 지낼 수 있다. 여고를 다녔는데, 그 경험이 나에게는 꽤 즐거웠다. 여성을 대상화하고 줄을 세우는 주체가 없어지면 여성은 서로 잘 지낸다. 의리 유무는 개인차일 뿐이다.

오스칼 /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건, 여성에게 의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규정하는 게 남성이기 때문이다. 나를 인정해 주고 알아봐 주는 주체가 남성이다. 남성 무리에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나와 비슷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남성들이 만든 구도에서 여성들은 저들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보다 '내가 좋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일단 저 여성이 없어야 하는 건가'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더께더께 / 나는 원래 자매애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거대 적이 있으면 서로 뭉치고 협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거대 적이 있지 않나.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자기 고민을 올리는데, 그때 댓글을 다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매애를 느낀다. 고부 갈등이나 직장 내 문제를 토로하면,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자기 일도 아닌데 "이렇게 대처하세요. 이건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 직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세요"라고 댓글을 단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여성들은 서로 연대할 수 있고 자매애는 실로 놀랍다고 느낀다.

교회 안에서 믿는 페미로 어떻게 활동할 수 있을까. 세 사람은 적은 인원이라도 모이면 이론서를 읽고 이야기 나눌 것을 권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교회 다니는 여성들이 '믿는 페미'로서 행동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달밤 / 일단 이론 공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여성이 여성 혐오를 견디지 못하고 교회를 떠났다. 떠나서도 물론 페미니즘 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왜 떠나야 해, 여기를 바꾸겠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곳에서 책 모임이라도, 또는 성토대회라도 시도해 보면 좋을 듯하다. 결국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그 교인만 알 수 있는 거니까. 경험들을 토대로 선배들이 먼저 고민하고 분석했던, 논쟁했던 결과물을 습득하면서 우리가 교회 안에서 실천해야 할 몫을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오스칼 / 달밤 말에 동의한다. 풀뿌리 운동이 중요하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바뀔 거라고 기대한다. 교회 안에서 이 운동을 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면, 리더십은 자기가 전부터 여성주의자였던 것처럼 활동하게 될 거다. 그게 세력화의 힘이고 풀뿌리 운동의 힘이다.

믿는페미는 각자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지지 공간이 돼 주고 싶다. 지지자 유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지지자가 운동의 역동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믿는페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힘을 받아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역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우리도 또 다른 믿는 페미를 보고 힘을 내고 싶고. 이렇게 곳곳에 믿는 페미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힘을 받으면 변화는 급속도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믿는 페미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더께더께 / 교회 안에서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면 좀 힘들 수 있겠다. 함께할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찾아도 운동은 시작할 수 있다. 나도 교회에서 성차별을 다룬 강의를 했지만, 나 혼자였다면 주저했을 거다. 옆에서 지지해 준 한 명이 있었기에 시도할 수 있었다.

- 각자에게 페미니즘은 어떤 의미인가.

더께더께 / 억압된 구조나 형식을 피억압자 시선에서 다시 정립하는 거다. 페미니즘을 접한 후 나를 계속 성찰하게 된다. 내 위치와 선입견, 편견은 어디서 오는지 발견하는 과정이 피곤해서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한편으로는 해방감을 느낀다. 나는 원래 없는 말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왔는데 사람들은 나를 예민한 사람 취급했다. 페미니즘은 아니었다. '잘못된 것에 대해 싸워도 된다', '싸우는 게 결코 나쁜 게 아니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달밤 / 나에게 페미니즘은 새로 배운 언어와 유사하다. 외국어라고 할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데, 언어를 배워서 사람들과 소통하니까 완전 새로운 장이 열렸다. 다른 방식으로 대화하고 이 언어가 익숙한 사람을 만나면 잘 통해서 좋다. 물론 페미니즘은 나에게 타고난 언어는 아니라 아직 불편하기도 하지만, 내가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이 된다. 조금 더 나다워지니까.

오스칼 / 나는 '당신이 꿈꿀 수 있는 권리'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싸워 왔던 여성 선배들이 있어서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게 됐다. 내가 누군가와 싸워서 얻은 결과물을 맛보고 있듯이,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꿈꿀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

그 책임감에는 여성신학이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마음도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역사에서 많은 사상이 발견됐고 그 틀을 토대로 성경을 해석했다. 그런데 여성 시각에서 성경을 해석한 여성신학은 여전히 비주류에 머물러 있다. 신학교에서조차 당연히 배워야 하는 신학이 아니고 조직신학에서 한 번 배우는 식이다.

한번은 여성 시각에서 성경을 읽고 싶었는데, 내 안에 여성의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미 어딘가에서 배운 시선, 학습된 시각뿐이었다. 내가 여성이지만 내 안에 죽어 있는 여성의 목소리를 일깨우는 게 너무 어렵다. 그게 우리 현실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페미니스트로서 이것이 우리 과제인 것 같다.

오스칼, 더께더께, 달밤은 믿는페미를 생각하면 신이 난다. 팟캐스트, 여성주의 예배,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여성들과 함께 연대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책 모임 이후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나.

달밤 / 팟캐스트를 하고 싶다. 팟캐스트로 많은 교회에 숨어 있는 믿는 페미와 접촉하고 싶다. "우리는 여기서 책 모임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여성들을 소개하고 싶고, 교회에서 들은 설교를 고발하기도 하고. 서로 지지하고 만나고 소통하는 창구를 어서 만들고 싶다.

더께더께 / 5월 17일이 '강남역 살인 사건' 희생자 1주기다. 그 시기에 맞춰서 여성주의를 지지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예배를 준비 중이다. 여성 혐오 설교로 힘들어하던 기독교인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면 좋을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로 공지할 생각이다. 또 부활절 시기에 맞춰 페미니즘 배지를 배포하려고 한다. 교회 안에서 세월호 배지 달고 있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용기를 얻는 것처럼, 페미니즘 배지도 함께 나눠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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