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가 사라진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가 총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8년 조용기 목사가 은퇴한 직후 서울·인천·경기 일대 지성전 20곳을 '제자 교회'로 독립시켰다. 가장 먼저 독립한 서울 방이동 여의도순복음송파교회(송파교회)는 조용기 목사 처남 김성수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했다. 재적 교인 수만 1만 명에 달했다.

송파교회는 '오중 복음'과 '삼중 축복'을 앞세워 지역과 세계 복음화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지만, 독립한 지 8년 만에 분란에 휘말리게 됐다. 그동안 송파교회를 이끌어 온 김성수 목사가 올해 3월 돌연 사임한 데 이어 교인들은 소속 교단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 총회(이영훈 총회장)와 갈등을 빚고 있다.

김성수 목사 돌연 사임
교인들 "청빙 마무리해 달라"
총회 "원점에서 다시 하라"

4월 2일 일요일, 송파교회는 오전부터 소란스러웠다. 교인 100여 명은 교회 입구에서 '우리가 뽑은 목사님을 인정하라', '이영훈 목사는 진상 규명하라', '끝까지 교회를 지킨다', '송파교회는 독립 교회다', '청빙 진행 절차를 진행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부분 여성 교인이었고, 흰색 양복을 입은 남성 교인들이 곁을 지켰다.

한 교인은 '송파교회 담임목사 청빙 관련, 팩트는 이렇습니다'고 적힌 A4용지 한 장을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 담임목사를 청빙했는데 총회가 법적인 근거도 없이 청빙을 무효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교인 대 교인 갈등이 아닌 '교회 대 총회' 싸움인 셈이다.

송파교회는 지난해 10월, 일흔이 넘은 김성수 목사 후임을 청빙하기 위해 청빙위원회를 만들었다. 청빙위는 절차를 밟아 올해 1월 김 아무개, 임 아무개, 변 아무개 목사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김 목사와 임 목사는 송파교회 부교역자다. 기하성 총회 헌법에는, 부목사는 담임목사가 될 수 없다고 나온다. 그러나 담임목사가 은퇴하거나 원로가 될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후보자 세 명은 2월 한 달간 번갈아 가며 설교했다. 교인들은 투표로 후임 목사를 선정했다. 그 결과 김 목사가 88.6%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교단법에 따라 당회와 공동의회를 열어 인준만 하면 후임 목사 청빙은 완료된다. 그런데 3월 19일 임시당회를 열겠다던 김성수 목사가 갑자기 15일 사임서를 제출한 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당장 임시당회와 공동의회를 주재할 담임목사가 사라지면서 교회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담임목사 사임을 놓고 교회 안에서는 말만 무성했다. 교인들은 "김성수 목사가 원로목사가 되려고 특정 목사를 밀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앙갚음하려고 무책임하게 떠났다", "총회를 끌어들여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교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교회 공금 수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교인들과 주고받은 민형사 소송은 3년간 8건에 달했다. 이 중 3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담임목사가 없어지자 총회는 조정위원장 고충진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다. 교인들은 당회와 공동의회를 열어 청빙을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총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빙 절차가 잘못됐다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통보했다.

청빙 절차를 무효로 한 총회 조치에 교인들은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교구장 7년 못 채워 자격 없어"
vs. "청빙위서 다 끝난 사안"

총회가 청빙 인준 작업에 제동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총회는 교인들이 뽑은 김 아무개 목사가 청빙 조건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여의도순복음연합 재단법에, '제자 교회' 담임이 되기 위해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대교구장을 7년 이상 해야 한다고 나오는데, 김 목사가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목사뿐만 아니라 경쟁을 펼친 임 목사 역시 나이(60) 문제로 자격이 없다고 봤다.

임시당회장 고충진 목사는 "교회 내에서 두 후보를 검증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와서 조사한 것이다. 누구 편을 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 애당초 청빙 절차가 잘못된 것이니 새로 시작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총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정 아무개 부목사를 임시목사로 파송했다. 그러나 송파교회 교인들은 정 목사를 반대하고 있다. 4월 2일, 교인 수십 명은 담임목사실을 봉쇄하고 정 목사가 강단에 오르지 못하게 막았다.

교인들은 총회가 개교회 문제에 직접 관여하는 데 반발심을 드러냈다. A 장로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총회가 이런 식으로 간섭하면 안 된다. 투표까지 끝난 마당에 (후임 목사를) 받아들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가 청빙 무효 근거로 제시한 '대교구장 7년' 조건은 부당하다고 했다.

B 장로는 "청빙위에서 이미 다 검토하고 합의가 끝난 사안이다. 김 목사는 대교구장 조건 7년 중 딱 3개월이 모자라더라. 대교구장 말고도 '총무목사'도 역임했는데, 이걸 대신 인정하기로 했다. 나중에 문제 삼지 않기로 당회에서 합의했다. 총회가 다 끝난 이야기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 목사 포함 11명 제명
분쟁 장기화 전망

송파교회는 2009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독립했다. 조용기 목사 처남 김성수 목사가 담임으로 청빙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인들은 떠난 김성수 목사에 대한 미련이 없다. 일부 교인은 김성수 목사가 총회를 이용해 교회 문제에 간섭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충진 목사는 "우리도 김 목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총회는 원칙에 따라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로를 포함한 교인 대다수가 '자치권'을 주장하지만, 총회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총회 한 관계자는 "송파교회 재산은 (재)여의도순복음연합에 있다. 우리가 나설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원칙을 강조한 총회는 교인들이 세운 김 목사와 장로 등 11명을 제명했다. 3월 26일 11시 예배는 위성 예배(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방송 - 기자 주)로 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다. 당시 교인들은 김 목사를 강단에 세우고 따로 예배했다. '제자 교회'와 총회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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