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거주인 309명의 목숨을 앗아 간 대구시립희망원(희망원) 사태. 장애인 단체들이 후속 처리를 놓고 대구시와 희망원 운영 단체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8일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희망원의 인권유린, 노동 착취, 재정 비리 등을 고발했다. 희망원은 10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원장과 팀장급 간부 24명이 사표를 제출하고, 잘못이 사실로 밝혀지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도 11월 7일 대구시에 희망원 운영권을 반납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지금까지 희망원 전 원장 배 아무개 신부를 포함한 간부 7명이 구속 기소되고 간부 16명이 불구속 기소됐지만,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이들의 사표를 단 한 건도 수리하지 않고 있다. 약속한 대로 시설 운영권도 반납하지 않았다.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대책위)'는 반발했다. 올해 3월 28일과 30일 각각 대구시청과 대구 계산성당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책임자 처벌 △희망원 민간 위탁 폐기와 시설 폐쇄 △탈시설 정책 강화 등을 대구시에 요구했다.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4월 4일 국회에서 '대구광역시립희망원 인권 침해와 비리 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4월 4일 국회에서 '대구광역시립희망원 인권 침해와 비리 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한국장애인자활생활센터협의회·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새벽지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주관하고, 정의당 국민건강복지본부(본부장 윤소하 의원)가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조영선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가 좌장을, 조민제 공동집행위원장(대책위)이 주제 발제를 맡았다. 패널로 스마트 씨(별명·홈리스행동), 천노엘 신부(무지개공동회), 서종균 처장(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기획처), 강인철 과장(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명연 교수(상지대 법학과)가 참석했다.토론회 주제는 희망원 사태 책임자 처벌과 문제 해결이지만, 논점은 수용 시설 존폐로 이어졌다. 패널들은 희망원과 같은 수용 시설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며, 탈시설 혹은 자립 생활 정책이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겉으로만 사과
실질적인 책임 안져
대구시, 희망원 수용 시설 폐쇄하고
거주인 탈시설 추진하라

희망원 사태는 희망원을 위탁 운영하는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과 위탁 업체를 관리·감독해야 할 대구시에 책임이 있다. 조민제 위원장은 이번 문제에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제 위원장은 "천주교 측이 겉으로는 사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안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권을 포기하겠다던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지금까지도 희망원을 운영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천주교 측에 운영권 반납 시기와 현 사태에 책임을 묻는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다. 돌아오는 건 2017년 3월 31일부로 희망원 관리, 운영, 위·수탁 협약을 해지하겠다고 대구시에 전달했으니 자세한 사항은 대구시에 문의하라는 답뿐이었다"고 했다.

3월 24일 천주교 주교회의 총회 폐막식에서 김희중 의장이 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조 위원장은 "당시 김희중 의장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희망원 사태가 갖는 심각성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민제 위원장은 대구시가 3월 13일 내놓은 특별 감사 결과와 혁신 대책도 '부실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 검찰,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권유린, 재정 비리와 관련이 깊은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어떠한 처벌이나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대구시는 혁신 대책에서 희망원을 민간 업체에 위탁하고, 중장기로 희망원 거주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민간 업체가 위탁 경영하면서 생긴 문제인데, 또 다시 위탁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대구시가 직접 희망원을 경영하며 산하 수용 시설을 폐쇄하고, 거주인의 탈시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조민제 공동집행위원장은 희망원 사태에 관련 있공는 기관들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토론자로 나선 김명언 교수(상지대 법학과)는 피해자들이 대구시와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위탁 운영한다고 해서 관련 기관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다. 시설 안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이라고 해서 가해자의 일탈 행위로 여기고 개개인을 처벌하는 수준에 그치면 안 된다. 시와 재단에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스마트 씨는 수용 시설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했다. 어릴 때 보육원를 비롯해 장애인·노숙인 시설을 전전했던 스마트 씨는 시설 안에서 경험한 구타, 가혹 행위, 부당 노동 강요 등을 털어놓았다. 그는 예방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관리 기구가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나와도, 수용인들이 직원들의 보복이 두려워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설 생활이 힘들어 도망 나와도, 갈 곳이 없는 거주인들은 다시 시설로 들어간다. 정부나 지자체는 일자리·주거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과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천노엘 신부는 "예수님은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소외하거나 수용 시설에 보내지 않았다. 사회 안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게 하셨다. 초기 교회는 노인·장애인·병자·빈자를 지역사회 안에서 돌보았다. 그런데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출현 이후, 대형 수용 시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천 신부는 한국에 방문했을 때 교회가 희망원과 같은 대규모 시설을 운용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격리된 수용 시설보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자체가 이 같은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수립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주최 측은 휠체어를 타고 온 이들을 위해 의자를 치우고 공간을 마련했다. 동시 수화 통역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장애인 주거 시설은 임시 거처
지역사회 안에서 동거동락해야 
정부, 주거 서비스 가능한가?

한 사람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독립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갖춰 줘야 한다. 앞으로 살 지역과 집을 알아봐야 하고, 부동산 계약도 할 줄 알고, 임대료나 공과금도 제때 납부해야 한다. 서종균 처장은 탈시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시설 안팎에서 주거 지원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당초 시설의 목적은 위기에 처한 사람이 임시적으로 머물면서 지역사회 정착을 준비하는 것이다. 지자체도 주택과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강인철 과장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탈시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을 2만 7,000여 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정착할 수 있는 주거와 지원 서비스를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과장은 수용 시설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관리, 감독을 보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설 안에서 인권유린, 가혹 행위 등 문제가 발생하는 건, 인력이 부족하거나 감독이 부족한 이유도 있다. 적합한 인력을 배치하고, 정기적인 예방 활동으로 사각지대를 줄이면 된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해 시설을 해체하고 거주인들 자립 생활을 지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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