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열 100만 원', '김중연 150만 원', '백인혁 230만 원', '이관택 400만 원', '이재길 400만 원', '김재욱 500만 원', '최건희 500만 원', '이정한 600만 원', '이종건 600만 원'.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생 9명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시위에 참여했다 3,000만 원가량 벌금형을 받았다.

이들은 △신고 없이 광화문 세종대왕상 위에 올랐다가 △세월호 1주기 추모 기도회에 참가했다가 △백남기 농민이 숨진 민중총궐기에 동참했다가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와 연대했다가 '벌금 폭탄'을 받았다. 아직까지 재판을 받는 신학생들도 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교도소에서 노역을 살아야 한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이들은 외롭지 않다. 많은 사람이 젊은 신학생들의 고통에 함께한다. 신학생들 벌금을 모금하는 콘서트 '우리는 오늘도 실패에 동참한다'가 4월 3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진광수 목사(고난함께 사무총장), 이정배 박사(감신대 전 교수),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박은희 전도사(세월호 유가족 예은 엄마) 등 신학생들을 응원하는 학생, 목회자 등이 참석했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집회에 나갔다가 벌금형을 받은 신학생들. 이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현선

신학생 6명이 무대에 올랐다.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벌금형을 받은 신학생을 대표해 이종건 씨가 발언했다. 발언을 듣던 사람들은 박수로 격려했다.

"해고된 노동자들과 도시 빈민, 세월호와 함께했다. 적어도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그 죄목이 도로 교통 방해, 집회 신고 위반이다. 그 값이 모이다 보니 어느새 3,000만 원이나 됐다. 죄송하다. 우리는 그간 박근혜 아닌 세상을 위해 싸우지는 않았다. 부당한 해고가 없는 세상, 가난한 이가 거리로 쫓겨나지 않는 세상, 세월호의 진상이 규명되고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는 세상, 다시는 생명이 이윤보다 못한 가치로 취급받지 않는 정의로운 세상을 바라며 싸워 왔다.

이 싸움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여러분께 감사하다. 아직 (세월호) 미수습자가 돌아오지 않았다. 진상 규명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도 여전하다. 2,000년 전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우리 또한 실패에 동참하겠다. 그 끝은 승리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싸우겠다. 끝까지 실패에 동참하겠다."

뮤지션들은 재능 기부로 신학생들과 함께했다. 황푸하(위), 김이슬기(아래). 뉴스앤조이 최유리

뮤지션 황푸하·길가는밴드·김이슬기와, 현장에서 노래하는 더하모니·청년외침·평화산책이 연대의 공연을 했다. 이들은 재능 기부로 신학생들의 고통에 함께했다. 4.16합창단도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목포신항에 가 있어 무대에 서지 못했다.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는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그게 내 기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초 이상 좋아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은 내려갔어도 여전히 거리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기억나서다. 반올림 농성장, 세월호 가족, 벌금 때문에 재판을 받아야 하는 신학생들이 생각났다. 실패하고 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가장 두려운 것은 실패했을 때 혼자 남는 것인데 지금 우리는 함께하기에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신학생들을 격려했다. 유 위원장은 "벌금으로 마음고생 많이 하고 있을 거다. 주변에서 뜻하지 않게 오해의 눈길을 받는 경우도 있을 거다. 그러나 여러분은 하나님이 주신 양심에 따라 앞장섰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님에도 앞장서서 행동하고 외쳤고,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했다. 잠시 겪는 어려움이 오히려 여러분에게 영광스런 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정배 교수는 신학생들을 축복하며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콘서트는 이정배 박사의 축복 기도로 끝마쳤다.

"하나님, 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들을 통해 죽었던 당신 얼이 솟구쳤고, 세상을 향해 기독교인의 면을 세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너무 좋고, 사랑스럽고 이들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하나님도 기쁘셨을 줄 믿습니다. 이들이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마음 졸이고, 미안해하고 아파했는지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하나님이 이들의 마음을 품어 주시고, 어루만져 주시옵소서.

이 정권이 돈이 없어 학기를 중단하고 알바하며 공부하는 이 젊은이들에게 돈으로 보복하는 현실 앞에서, 하나님이 이들을 홀로 두지 않으셨고 친구 된 저희들을 만들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이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이정배 박사는 기도 후 학생들을 한 명씩 껴안아 주며 위로했다. 콘서트 '우리는 오늘도 실패에 동참한다'는 끝났지만, 모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총 3,500만 원 중 2,200만 원이 모금돼 1,300만 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모금 계좌는 국민은행 011202-04-257558(이은재)이다. 모금액과 관련된 내역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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