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대광고 사건'. 학내 종교의자유를 주장하며 학교와 기나긴 싸움을 했던 강의석 씨 뒤에는 대광고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가 있었다. 학교종교의자유를위한시민연합(학자연)을 조직해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종교교육에 반발한 학생을 보호하고 함께 싸웠다. 학교 입장에 설 법한 교목실장이 오히려 강의석 씨를 대변하고 나서자 많은 사람이 놀랐다.

목사면서도 개신교 비판에 앞장서고 종교의자유 확대를 주장해 많은 보수 개신교인이 그를 달갑게 보지 않았다.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사상 조사를 받기도 했다.

류 목사는 이후 소속 교단이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 목사직을 자진 반납하고, 작가가 됐다.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삼인), <당신들의 예수>, <소설 콘스탄티누스> 등을 집필했다. 올해 1월에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 종교>(이상 인물과사상사)를 써냈다.

그는 최근 다시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은 3월 24일 류 목사를 새 대표로 추대했다. 한동안 외부 활동 없이 글을 쓰고 책을 내던 그가 다시 외부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3월 30일 일산에서 만났다.

'목사'라고 호칭해야 할지 난감했다. 교회에 많은 상처를 받아 목사직을 반납하고, 기독교 비판, 해체도 서슴없이 주장하던 사람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요즘은 목사라고 불러 주니 고맙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부업으로 아내와 사무실 청소를 하지만, 여전히 자의식은 글쟁이라며 웃었다.

류상태 목사는 대광고 사태 당시 대광고등학교 교목이었다. 교회와 학교에 반기를 드는 학생의 편에 선 교목으로 많은 화제가 되었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 그는 종자연 대표로 다시 종교의자유를 위한 운동에 뛰어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아래는 류 목사와의 일문일답.

종자연, '종교 약자'와 함께할 것
"우리는 불교와도 사이 안 좋아"

- 3월 24일 종자연 새 대표가 됐다. 계획했던 일인가.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한 달 전 얘기를 들었다. 사실 나는 준비도 안 했고, 성향상 운동 단체를 끌어갈 수 있지도 않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직업이 가장 맞았던 것 같다.

대광고 사태 때 학자연을 만들어서 시민단체를 해 본 경험이 있긴 하다. 그러나 학자연은 강의석 군의 단식을 중단시키려고 만든 단체다. "네가 단식 중단하면 다음 일은 어른들이 하겠다"고 말할 명분이 필요했다. 막상 강 군이 단식을 푸니 힘을 잃어버리게 되더라. 그러니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른다.

- 그런데도 대표직을 맡게 된 이유는 뭔가.

종자연이 불교 단체로 알려져 있다. 창립 때 불교인이 주축이 된 건 맞다. 참여불교재가연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창립 당시, 불교 단체가 아니라 범종교 단체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불교계 박광서 대표를 비롯해 길희성 교수(서강대), 나까지 여러 종교인으로 구성했다. 당시 계속 그대로 갔으면 불교 단체라는 말이 안 나왔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종교가 적극적으로 참여 못 하면서 그런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불교 단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종자연에서도 범종교 단체라는 것을 확실히 하려면 류상태 목사가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부분은 나도 공감했다. 사실 대표가 되면 재정적으로 단체에 후원도 해야 하고, 내 글 쓰는 일도 집중력 있게 못 해서 부담이 많았지만. 어쨌든 대표가 개신교인이니 이제 불교 단체라 못 할 것 같다.(웃음)

- 종자연은 특히 개신교와 갈등을 많이 빚는다. 개신교인 중에서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사실 종자연은 불교와도 갈등이 많다. 지난해에는 동국대 사람들이 사무실에 쳐들어오기도 했다. 운영위원장은 고소당했다. 동국대가 건학 이념 때문에 기독교 선교 단체 동아리를 불허했다. 그래서 종자연이 '종교의자유 침해'라는 의견을 표명했는데 동국대가 받아들이지 않더라. 공개 성명서을 냈더니 난리가 났다. 조계종 총무원장에게도 선거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 내는 등 과거부터 사이가 안 좋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종교에 미움받아) 사면초가다.

사실은 이런 것들이 종자연의 활동 이유다. 종교의자유를 침해받는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마치 갈등을 유발하는 단체처럼 됐다. 그게 맞는 것 아닌가. 예수님도 그러셨고. 종자연은 그런 활동을 한다. 기독교인들은 자기들 신앙을 훼파한다고 생각하겠지.(웃음)

개신교가 우리 사회 일으키는 갈등이 월등히 많으니 종자연이 개신교만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비율로 보면 같다. 개신교인들이 시각을 바꾸어서, 왜 종자연이라는 곳이 특히 개신교인들에게 문제 제기하는지 생각해 보고 이를 부끄럽게 여기면 좋겠다.

개신교에 제기하는 문제 중 교리적인 것은 없다. 종자연은 종교 단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때만 문제 제기하는 거다. 사랑의교회(공공 도로 점유)처럼 법적 문제라든지, 정치 참여하는 문제들을 말한다.

기독교 역사 공부하다 보니
'인류애' 실천한 예수 모습 깨달아
'안티'까지 갔던 신앙 다시 회복

- 과거에 "나는 지금, 기독교 신앙을 모두 잃었다. 그러므로 기독교를 떠난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나는 지금 분명 기독교인이 아니다. 나는 이제 비로소 기독교로부터 자유롭다. 기독교에는 아무런 미련도 애정도 희망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절망과 분노는 남아 있다"고 썼다. 다시 기독교로 돌아왔다고 해야 하나. 계기가 있었나.

지금은 달라졌다. 그 글을 썼을 때는 (기독교를) 완전 떠났을 때다. 아예 안티 기독교인이 됐다고 봐도 좋다. 기독교가 없어지면 좋겠다는 극단적 분노가 있었다. 2007년이 정점이다. 2008년까지… 마음으로 정말 떠났다. 예수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미안하지만 당신 역할 끝났으니 역사에서 떠나 달라. 당신이 죽어야 기독교도 죽는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소설 콘스탄티누스>를 쓰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2008년 출고했다. 한국교회를 떠났지만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에 대한 애정이 회복되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보수 정통 조직 교회는 아니다. 그들은 예수를 배반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콘스탄티누스>는 나에게 제일 소중한 책이고 가장 훌륭한 책이다. 비록 독자 호응은 낮았지만 이제 그 이상은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그 소설이 당신을 왜 그렇게 추동했다고 생각하나.

기독교에 대해 쓸 수밖에 없다 보니 원래 기독교의 현실이 어떻고 진짜 모습이 어떤지를 알게 됐다. 기독교 역사를 정리하고 쓰면서 내 마음을 울린 거다.

-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인류애다.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었다. 본회퍼도 "예수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가르치러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예수가 자신의 가르침이 이런 기독교를 탄생시켰다는 것을 본다면, 깜짝 놀랄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어떤 어려운 일 생기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지 먼저 생각한다.

개신교인이 '인류의 스승' 석가의 탄생을 축하하는 108배를 하고, 불자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 예배를 했으면 한다는 게 류 목사의 꿈이다. 장벽이 높다는 건 그도 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종교 단체 한자리 모이는 '화합' 계획
"절에 가서 108배 하고,
성탄 예배 참여하는 모습 기대"

-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종자연이 과거에는 세미나와 토론회 같은 걸 많이 열고,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는 일도 많이 했다. 이제는 그것뿐 아니라 종교적 갈등을 막는 예방이 필요하다. 갈등의 소지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종자연 사람들과 의논해 본 건 아닌데, 구상하는 건 있다. 올해가 마침 개신교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뜻이 맞아 함께할 수 있는 단체들, 열려 있는 교회들과 불교 사찰, 가톨릭까지 모여 500주년 화합 기념 연합 행사를 해 보면 어떨까. 종교개혁이라는 건 개신교에만 의미 있는 게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요소가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개신교가 교리적 독선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 같기도 같다.

또 하나는, 너무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일전에 화계사에서 108배 한 적 있다. 사실은 난 108배에 아무런 신앙적 갈등이 없다. 오히려 하나님이 기뻐할 것이라 생각한다. 석가가 인류의 큰 스승이지 않나. 내년 즈음에 석가의 탄생을 축하하는 108배 하면 어떨까 싶다. 개신교와 불교, 가톨릭이 다 함께하는 것이다. 성탄 축하 예배도, 불자들이 직접 와서 예배하는 것 보고 참여해도 좋겠다. 종교 화합, 실제 화합을 실천해 보는 거다. 세미나 여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한국교회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계획 같다. 보수 개신교인들은 WCC에도 우호적이지 않다. 108배 같은 건 십계명에 어긋나는 문제라고 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생각만 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개신교도 열린 쪽은 한없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사람들이긴 하겠지만.

사실 콘스탄티누스 이전에는 기독교라는 게, 현대 학문처럼 다양했다. 콘스탄티누스 때 교리 정립을 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게 미국과 한국교회다. 그게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신학들이 몇 백 년 동안 이어져 나오고 있다. 학문적 연구가 수백 년 지속돼 오면서, 신 죽음의 신학(사신신학)이나 과정신학 등이 나왔다. 이런 신학들은 모두 기독교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것들이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학문들을 도외시할 수 있을까. 그건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물론 내 생각에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한국교회가 다양한 생각들을 외면하면 할수록 입지가 줄어들 것이다.

불자들도, 이제는 개신교가 가진 배타성과 예수의 가르침이 다르다는 거 안다. 나도 가끔 절에 가서 강의하다 펑펑 운다. 현실 기독교가 말하는 게 예수의 가르침과 다르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사실 개신교도 보수와 진보 떠나서 예수님이 신앙의 중심인 건 마찬가지 아닌가. 진보적인 사람들은 부활을 안 믿나? 천만의 말씀이다. 예수의 십자가 부활은 우리 신앙의 중심이고, 나에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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