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화합후보단일화추진위원회 원로회의 100인'이라는 단체는 3월 20일 "친박계 정계 은퇴, 중도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요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안병직 전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등 보수 성향 원로들이 이름을 올렸다.

주요 언론이 보도한 원로들 이름 가운데는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도 있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을 주도한 손 교수가 뉴라이트 계열 원로 학자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자 많은 사람이 실망했다. "손봉호 교수도 나이가 들어 변한 것이다", "손봉호 교수는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말 손 교수님이 그런 활동에 동참하신 게 맞느냐"는 문의도 있었다.

손봉호 교수는 22일 TV조선에 출연해 "개헌 지지 성명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자신은 특정 당파나 후보를 지지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실제 문재인 후보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도 손 교수는 거리를 뒀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사는 과하다"는 입장, "역대 대통령이 다 훌륭한 사람이었는데 헌법 때문에 말년이 불행해졌다"는 발언은 또 다른 의문을 던졌다.

'복음주의권의 대부'로 불리고, 윤리와 도덕성을 무엇보다 강조한 손 교수가 어떤 뜻으로 이런 말을 한 걸까. 논란 직후 손봉호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3월 27일 서울 중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손봉호 교수는,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봉호 교수와의 일문일답.

손봉호 교수는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념 대신 정의의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논란' 성명, 개헌 모임인 줄"
"대통령, 탄핵으로 이미 처벌
구속 수사는 너무 과해"
모든 지도자, 시작할 때는 선의
대통령제 한계로 말로 비참해져

- 성명에 이름 올린 게 문제가 됐다. 그런 내용을 전혀 몰랐나.

별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성명을 내자고 했다. 오늘에서야 정확한 얘기를 들었다. 개헌을 지지하는 후보자들이 (대통령이) 되어야 개헌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다. 그런데 언론에는 개헌 얘기들이 쑥 들어가고 후보 단일화 얘기만 나왔다. 그건 부차적이었고, 목적은 개헌이었다. 그런데 외부에는 후보 단일화가 중요한 걸로 알려졌다. 그런 줄 알았으면 동참 안 했다.

- 주체가 원로 100인이라고 되어 있다.

오늘 얘기를 들어 보니 원래 고 박세일 교수가 추진했던 선진화재단이 주축이었다. 이름도 모르고 누가 서명하는지 전혀 몰랐다. 당파적인 것도 전혀 몰랐다. 더군다나 나는 평소에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단체는 참석하지 않으려고 한다. 워낙 여러 단체와 관계하는데, 누구 편 든다는 인상 주면 좋지 않아서다. 또 여태까지 정치 감각이 전혀 없어서 항상 잘못된 선택을 했다.(웃음) 원론적 얘기만 하지, 구체적 얘기는 절대 안 하려고 한다. 몸을 사리는 게 아니고,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중에 보니 순 엉터리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 안병직 교수는 성향이 전혀 다른데.

그러게 말이다. 더군다나 그 양반하고는 거리가 멀고, (그 사람은) 너무 극단적이야. 뉴라이트? 하하 참나. 아마 그 (사람들과 이름을 같이 올렸기) 때문에 TV조선이 나를 부른 거 같다. 나는 기회를 잘 만났다 싶어서 오해라고 얘기했다.

- 원로 100인 성명서에는 햇볕정책 폐기를 주장하는 내용도 있다.

나는 햇볕정책을 지지했고, 북한에 식량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용서할 수 없다. 인권유린은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금도 견지하고 있다. 북한 정권 사라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는 통일도 어느 정도 준비된 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에 보니 그 주장이 너무 이기적이다. 북한 주민은 너무 고통 속에 있다. 하루라도 빨리 통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햇볕정책 지지와 같은 건데, 폐쇄 안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 진보 측은 보수처럼 듣고, 보수 측은 진보처럼 들을 수 있겠다.

- 개헌 주장은 특정 당파를 염두에 둔 해석으로 보일 수 있다.

최순실 문제 터졌을 때, 내가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탄핵을 제일 먼저 거론한 사람일 거다. 공교롭게 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결정되자마자 KBS에 출연했다. 방송에서 탄핵될 사안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런 입장을 지녀 왔다. 당파적이라고 하면 곤란하다. 누구 지지하는 거 아니다.

- 박 전 대통령 탄핵은 동의했으나 구속은 안 된다고 말했다.

무조건 구속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유죄판결이 나면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 그러나 구속 수사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도주 우려가 있거나 증거인멸 가능성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구속이라는 건 그 자체가 이미 심판이다. 

-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구속 수사 자체가 안 된다는 것인가.

(구속 수사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평소 검찰이 처벌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판결이 처벌을 결정해야지 검사가 미리 하는가. 그래도 도망가면 어쩌나, 그런 경우에는 할 수 없다. 그런 경우에만 구속 수사해야 한다. 유죄판결 나오면 구속해야겠지만, 동정론도 펴 줘야 한다. 탄핵 자체가 엄청난 처벌인데 유죄판결 전에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는 생각도 있다는 것이다.

- '구속 수사는 복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해서 그런 맥락이 더 부각됐다.

(구속 수사가) 마치 '복수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구속 수사=복수'라고 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처벌보다는 복수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외국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합리적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지 않다. (최순실 등 다른 사람과의) 형평성도 얘기하는데, 도주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으면 구속할 수 있지만, 이 사람(박 전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 단순히 미워하는 것 때문에 하는 거라고 본다.

-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사유가 부족하다 판단하는 건가?

그렇다. 사유 자체가 부족하다.

- 구속하면 다른 나라 보기에 좋지 않다고 했는데, 이게 외국 눈치를 볼 사안은 아니지 않나.

국격이라는 게 있다. 법률 가운데 상당 부분은 굉장히 비현실적인 게 있다. 어느 법 초안 만든 사람에게 "지키지도 못할 법 왜 만드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법률에도 국격이 있다"고 하더라.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가 어떤 이미지로 비치느냐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 눈치보다는, 외국에 손해볼까 두려워한다는 거다. 그래도 국가의 체면이라는 게 있다. 탄핵이 역사상 처음이고, 그 자체로 엄청난 처벌인데 구속 수사한다? 그건 좀 지나쳤다고 본다.

- 역대 대통령이 모두 훌륭한 사람이었는데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망가졌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인지 의문도 있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건 문민정부 이후만 염두에 뒀다.

- 김영삼 대통령 이후만 해당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11명을 말한 건 그들의 임기 말이 다 어려웠다는 뜻이다. 독재자는 처음부터 선의가 없다.

- 이명박 대통령도 문제가 많지 않나.

안희정 충남지사도 '대통령 할 사람이 처음부터 이런 짓 하겠다고 하는 사람 어디 있느냐'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시작할 때부터 선의가 없었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 입장은) 양보하지 않겠다.

모두 다 선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헌법으로는 또 임기 말이 불행하게 된다. 대통령 자신의 도덕성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주위 사람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었으니 보상을 받았지만 주변인은 무슨 보상을 받느냐. 이게 유명한 정치 이론이다. 독재자가 멸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위에 있는 사람을 독재자 만들고 나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고 (보상을 받으려 한다). 헌법을 바꿔야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다.

대학에 있을 때 출제위원으로 선정돼 시험 날까지 한곳에 갇혔다. 처음에는 '우리를 못 믿는 건가' 싶어 화가 났는데, 알고 보니 보호하기 위해 가둔 거였다. 만일 집으로 출퇴근했으면 주변인들이 전화해서 문제 알려 달라고 할 것 아니냐. 안 가르쳐 주면 서운해 하고…. 그게 우리나라 문화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권한이 있는데 안 해 주면 배신했다고 할 거 아닌가. 거절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현행 헌법을 고쳐야 한다. 반드시 바꿔야 한다. 안 바꾸면 한국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하지 않는다.

손봉호 교수는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탄핵 사태가 또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표현도 했다. 특정 당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개헌은 내각제로
"흑백 논리 지배하는 한국,
여러 정당 연합 정치해야"

- 개헌하면 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여러 국가와 일본 등이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다.

내각제가 되면 중요한 장점이 검찰이나 국정원, 경찰이 중립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할 때 정권에 유리하게 한다? 그럴 수 없다. 수장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 중립일 수밖에 없다. 편 들었다가 하루아침에 휙 날아갈 텐데.

일본도 내각제를 하지만, 국민이 국가에 대해서 가지는 태도가 다르다. 일본은 정부를 신성시한다. 일본 내각책임제는 천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은 좋은 예가 아니다. 정치학자들은 일본은 민주국가로 보지 않는다.

시민사회, Civil society라는 것은 민간인이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정도가 큰 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주 뛰어난 시민사회다. 촛불 집회를 보더라도 그렇다. 일본은 절대 못한다. 시민사회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이 시민사회인데, 어느 논문 보니까 시민사회에서 예외로 선정한 나라가 중국, 일본, 이슬람권 국가 이렇게 되어 있다.

- 내각제가 유지되면 일본처럼 한 당이 장기 집권하려 하지 않을까.

그런 일이 생기면, 유권자가 바보들이다. 선거를 통해 그런 것 못하게 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든지 촛불 집회를 해서 물리칠 수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한 당이) 절대로 권력 쥐지 못한다.

- 좋게 말하면 '협치'지만, 권력을 나눠먹기 위해 합종연횡할 우려도 있다.

좋게 보면 다양한 정치 이념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갈등이 너무 심한 것은 흑백논리라서 그렇다. 다자 대결이면 그렇게 될 수 없다. 정당이 여러 개 나오면 하는 수 없이 연정해야 하고,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처럼 흑백 갈등 심하면 다당제가 낫다. 지금 국회가 그렇지 않나. 타협 안 하면 대통령 임기 내내 싸우다 끝난다. 나라가 표류할 것이다.

- 평소에 사람이 도덕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가. 구조가 바뀌어도 정치하는 사람이 그대로면 어떡하나.

좋은 질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 그 문제를 계속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이 나를 개인 도덕만 강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문재인 전 대표 보니까 재밌다. "헌법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까지 진보는 구조를 강조해 오지 않았나. 나는 개인 도덕과 구조 변혁 둘 다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하나만 보면 너무 이념적이다. 개인 도덕성도 중요하고 구조도 중요하다. 구조를 잘 만들어 놨다고 개인을 믿는 건, 사람에 대한 과신이라고 본다.

다른 방법이 없다. 정권 교체가 자주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주 일어나면 전 정권의 부정이 자꾸 드러날 것이다. 자꾸 바뀌는 게 중요한 요소다. 일본은 정권 교체가 자주 안 일어나니 부패가 자꾸 쌓인다. 지금 일본은 부패인식지수(한국투명성기구 발표)가 세계 20위다. 물론 우리나라는 52위지만….

어느 정권이 민주적 정권이 되려면 계몽된 다수(enligtened majority)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안 그러면 포퓰리즘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됐지만 계몽된 다수의 지지는 못 받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 원론적으로만 입장을 말하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탄핵은 특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조언이 필요하지 않은가.

너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내 정치적 의견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걸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자신이 없다. 그러니 원칙만 이야기하는 거다. 내가 이제까지 구체적인 정치 식견을 이야기했다가 나중에 잘못됐다는 걸 자주 드러냈기 때문에, 영향을 주는 건 딱 질색이다.

우리 사회 가장 필요한 덕목 '도덕성'
'약자 중심의 윤리' 회복하는 게 정의
탄핵 집회 교인 동원은 '망신'

-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성, 그리고 화합이다. 다음 지도자에게 이 두 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걱정은 이념적 대립이다. 극보수도 지나치고, 극진보도 지나치다. 특별히 개신교는 이념이 우상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성경보다 이념이 더 중요해져 버릴 수 있다.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 교회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교인들을 강제로 동원하기도 했다.

기독교 망신시키는 것이다. 태극기 집회에 십자가 들고 나오고 이 짓을 하는데. 아휴…. 그건 정말 우리 기독교 망신시키는 것이다. 성경은 이념 위에 올라가 있어야 한다. 성경적 관점에서 옳으면 옳다고 말할 수 있어야지, 이념 관점에서 성경을 보면 우습게 된다.

- 교회는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가.

결국은 이념보다는 정의다. 성경적인 정의라는 것은, 법을 지키고 도덕적으로 사는 것 이상이다. 성경의 정의는 약한 사람 중심이다. 그래서 내 책 제목도 <약자 중심의 윤리>라고 썼다. 약자 중심의 윤리는 새로운 윤리가 아니다. 윤리 자체가 약자 중심이어야 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진보적이다. 나는 세금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진율을 아주 올려서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이 세금을 아주 많이 내도록 해서 소득 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런 것이 사회 갈등을 줄인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사람들이 혜택을 조금 더 많이 받도록 해야 한다.

교회들이 그런 성경적 정의에 앞장서야 사회 갈등을 줄이는 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지 않겠나. 교회는 사치를 줄여야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철저히 가난해져야 한다. 교인들에게도 그렇게 교육해야 한다.

- 최근 입장이 (보수적으로)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듣는다. 왜 그런 평가가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사람은 나보고 종북 좌파라고 하기도 하는데, 왜 그런 (입장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입장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속한 교회가 보수 교회라서 그런 건가 싶다. 난 신앙적으로 상당히 보수니까. 성경의 절대 권위를 믿고, 신앙적으로는 보수 신학이니까 그런 인상을 주는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보수나 진보로 분류하고 싶지 않다. 나는 환경문제에서는 굉장히 진보다. 부의 분배 문제에 대해서도 진보다. 그 대신 법을 지켜야 한다는 점은 상당히 보수다. 왜? 내 논리는 간단하다. 투표의 자유가 있는 한 법은 다수 의견이다. 민주주의라는 건 다수의 결정을 따르기로 약속한 것이다. 일단 자유롭게 투표했다면, 잘했든 못했든 그 자유로운 투표 위에서 뽑힌 사람들이 만든 법은 우리가 만든 법이다. 나는 법치를 강조한다. 그래서 보수라는 인상을 주는지 모르겠다.

진보 쪽에서 봤을 때는 좀 답답할 거다. 확 진보 편을 들지 않고 "너무 이념적으로 그러지 마라. 이념에 따라서 상황 판단하지 마라"고 얘기하니, 내가 진보 이념만 비판하는 줄 알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보수 이념에 더 많이 비판적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경이 무엇을 가르치는지를 생각하면 좋겠다. 될 수 있으면 보수나 진보적 관점 말고 성경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알고, 거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너무 이념에 휩싸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념도 우상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적 관점에서 이념을 봐야지, 이념적 관점에서 성경을 보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성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성경적 정의다.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개인과 제도 모두 그렇게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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