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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제2의 후쿠시마 될지도"

[인터뷰]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

최유리 기자   기사승인 2017.03.26  11: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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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5개. 한국에서 가동 중인 핵발전소 숫자다.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핵발전소는 부산·경주·울산·울진·영광, 다섯 지역에 분포돼 있다. 여기서 생산한 전기는 지방 곳곳에 있는 송전탑을 타고 수도권으로 배달된다.

수도권 사람들은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전기가 편리하다고 느끼지만 지방 사람들은 아니다. 핵발전소가 건설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불안함을 토로한다. 핵발전소 근처에 살면 자연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된다. 지진이 발생하면 핵발전소가 터지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한다. 핵발전소 건설 지역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밀양처럼, 수도권에 전기를 전달해야 한다는 이유로 집 앞에 거대한 송전탑이 세워지기도 하니까.

대전은 또 다르다. 핵발전소가 있지는 않지만 핵 발전을 연구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구원)이 있다. 지난 2월 연구원들이 방사능에 노출된 작업복과 장갑을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렸고, 작업복을 세탁한 물을 하수도에 방류한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을 목적으로 26년간 고준위 핵폐기물 3.3톤을 몰래 들여오기도 했다. 오는 7월부터는 고준위 핵폐기물에서 우라늄 등 유용한 핵 물질을 분리해 제4세대 원자로라는 '소듐 냉각 고속로'에서 재순환을 소멸하는 '핵 재처리 실험'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아는 대전·충남 지역 시민들은 핵 재처리 실험에 반대하며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라는 단체를 올해 초 결성했다. 이들은 핵 재처리 실험 반대와 궁극적으로 탈핵을 위해 원자력연구원의 문제점과 사고 현황을 알리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을 3월 21일 영등포시장역 근처에서 만났다. 이 위원장은 평소 대전에서 생활하지만, 매주 화요일은 탈핵을 위한 1인 시위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다. 이 위원장에게 원자력연구원의 핵 재처리 실험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들어 보았다.

대전에 사는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 이경자 집행위원장은 매주 화요일 서울에 올라와 1인 시위를 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올해 7월부터 원자력연구원이 핵 재처리 실험을 시행한다는데.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가 나온다. 사용 후 핵연료라고 하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이 말은 방사능 지수가 높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뜻한다. 최고 10만 년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맹독성 물질일 뿐이다. 핵발전소가 있는 나라는 모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방법을 두고 고민한다. 아직까지 해결 방법이 없다. 유일하게 핀란드가 지하 50m 이하 천연 암반 속에 최소 10만 년 이상 처분하겠다는 결정을 했고, 다른 나라들은 사막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컨테이너 박스 그 안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넣어 밀봉하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 컨테이너 박스가 부식되면 다시 보수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핵발전소 안에 있는 임시 저장소에 보관한다. 문제는 이제 이 임시 저장소가 점차 포화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원자력연구원이 핵 재처리 실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고준위 핵폐기물에서 우라늄 등을 분리하는 방식을 사용해 재활용하겠다는 거다. 이들은 핵 재처리 실험이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분을 위한 획기적 기술이라고 말한다.

- 실험에 성공하면 고준위 핵폐기물도 줄고 좋은 것 아닌가.

핵 재처리 실험은 이미 많은 나라가 실패해서 더 이상 하지 않는 방식이다. 효용성·경제성 측면에서도 모두 폐기된 방안이다. 심지어 핵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이야기한다.

핵 재처리 실험은 거대한 프로젝트인데, 논란이 있는데도 연구원들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은 생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이미 핵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중국·인도를 제외하면 핵발전소를 짓는 나라는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핵 마피아 집단의 생존을 위한 돌파구로서 핵 재처리 실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효용성이나 경제성 외에 핵 재처리 실험을 반대하는 이유가 또 있다. 핵 재처리를 강행하는 사람들은, 핵 재처리 실험이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을 추출하지만 플루토늄의 단독 회수가 어렵고 말한다. 이 때문에 핵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핵무장'에 대한 적지 않은 여론이 있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핵 발전과 핵무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일본에서 평화 운동하시는 분들은 이런 이유로 핵 재처리를 반대하기도 한다.

- 그렇다면 고준위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핵 발전을 하는 이상 고준위핵폐기물은 피할 수 없는 난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느 나라도 명쾌한 처분 방식을 찾지 못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탈핵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대만은 2025년까지 핵발전소를 폐기하겠다며 탈핵을 선언했다. 한국도 구체적으로 탈핵 연도를 결정하고 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확한 사실을 모른다. 정부가 제대로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그런 전제 없이 검증되지 않은 핵 재처리 실험을 대전 한복판에서 한다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무모한 일이다. 우리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한다. 김익중 교수(동국대)가 든 비유처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행태는 수도꼭지는 잠그지 않고 구멍 뚫린 바가지로 넘치는 물을 퍼내는 꼴이다.

- 원자력연구원의 문제점은 언제 알았나.

대략 3년 전부터 알았다. 막연하게 핵 마피아의 본산이고 한국 핵 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제대로 알게 된 건 작년부터였다. 주민들과 정기적인 간담회 과정,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을 대응하는 자세를 보면서 연구원들의 기본 태도를 경험했다.

이들은 원자력이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믿는 것 같다. 연구원들은 지역 주민이 반대 의견을 내면, 여전히 안전하고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정보 요청을 해도 기밀이라며 잘 공개하지 않는다. 아니면 일반인이 잘 이해할 수 없는 전문 용어와 수치들이 적힌 자료를 내민다.

그러면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은 핵폐기물을 무단으로 매립, 불법 유출, 소각, 하수구 방류하고, 가스 감시기를 조작하는 등 범죄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러니 안전하다는 말도 신뢰할 수 없다.

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는 무단으로 방사성 폐기물을 버린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고발했다. 사진 제공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국장

-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2월, 핵폐기물을 야산에 묻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문제는 안전성 여부를 떠나 명백한 범죄행위다. 이들이 버린 폐기물은 일반폐기물과는 다르다. 방사능에 오염된 핵폐기물이다. 인체와 자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엄격하고 특별하게 다뤄져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원자력연구원에 정보 공개, 소통,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보인 태도만 보아도 전면적인 혁신, 법적인 강제 없이는 개선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준위 핵폐기물을 방출해도 법적으로 최대 벌금 3,000만 원만 받을 뿐, 형사처벌은 없다. 이번 기회에 관행처럼 해 온 실험과 폐기물 관리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진행하고 관련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 원자력연구원이 있는 대전광역시 입장은 어떤가.

대전시는 국가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개입이 어렵다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근래 고준위 핵폐기물 반입과 불법행위가 드러나면서 몇 가지 대책을 준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공무원들이 상황 인식이 부족하다. 또 이 문제와 함께 다른 현안도 다루고 있어서 대응이 느린 편이다.

핵 문제는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기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한다. 현재 대전에는 원자력연구원과 핵연료 생산 공장 한전원자력연료가 있다. 여기서 핵연료를 만들어 지방에 있는 핵발전소에 보낸다. 이 핵 시설이 있는 반경 1.5km 안에 거주하는 주민 수만 3만 8,000명이다. 대전시가 핵 시설 인접 지역에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건축 허가를 내 준 것 자체도 문제다. 대전시도 몰랐다고 하니 답답한 상황이다.

- 대전 시민이 많이 반대하겠다.

아니다. 시민 대부분은 핵 관련 산업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유성구에 사는 주민들 중에도 원자력연구원 가까이에 사는 사람 외에는 관심이 없다. 대전시와 원자력연구원이 핵 시설의 업무, 위험성, 안전 대책을 시민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최근 원자력연구원이 핵 사고 시 대피 훈련을 했다. 아파트에 광고를 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에 현수막을 걸지도 않았다. 결국 원자력연구원과 친한 동네 반장, 통장 일부가 모여서 했다. 이건 지역사회에 도움되지 않는 일이다.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 위원장은 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올해 7월부터 진행하려는 핵 재처리 실험의 허점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3월 11일은 후쿠시마 사고 6주기였다. 큰 사고가 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탈핵에 무관심하다.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7살부터 살아온 대전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대전이 후쿠시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탈핵 운동은 핵발전소 주변 지역민과 송전탑이 있는 농촌 거주자만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양상이지만, 변해야 한다.

밀양 할매들이 10년 넘게 왜 그렇게 처절하고 끈질기게 싸우고 있을까. 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없는 것이 아니다. 외면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핵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모든 핵은 사라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려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시민의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 수도권 시민들이 탈핵이 곧 자기, 후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함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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