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교수가 3월 22일 TV조선에 출연해, 극우 인사들과 함께 보수 후보 단일화 지지 성명을 냈다는 데 대해 해명했다. 손 교수는 개헌 지지 성명인 줄로 알았다고 했다. TV조선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가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 안병직 전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등 극우 성향 인사들과 '보수 대선 후보 단일화'를 지지했다는 데 대해 해명했다.

손봉호 교수는 3월 22일, TV조선에 출연해 "최근 원로 100인이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까지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하셨고, 거기에 이름을 올리신 걸로 알고 있다"고 묻는 앵커 질문에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손 교수는 단순히 개헌 지지 성명인 줄 알고 이름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어떤 분이 저한테 이런 성명서를 내는 데 동의하겠느냐고 하는데, 그때 저한테 하는 말씀은 헌법 개정을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그래서 나는 그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한 거지, 그 내용(보수 후보 단일화)은 저는 전혀 몰랐다. 저는 보수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또 보수·진보로 분류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다."

손봉호 교수는 개헌을 하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탄핵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대통령 권한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제왕적 대통령제가 훌륭했던 역대 대통령들을 다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원래는 모두 훌륭한 사람이고 애국자였다고 말했다.

"이 헌법 따라 취임하고 재임하면 지금 있는 헌법으로는 틀림없이 탄핵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권한을 너무 많이 줬기 때문에, 청렴하게 있으려 해도 주위 사람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분 대통령 만들려 많은 희생을 치뤘는데,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서 보상받았지만 그분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사람은 아무 보상이 없다. 그러니까 돈이라든가 권력으로 보상받고 싶어 한다. 대통령 권한이 너무 크면 그 주위 있는 사람도 유혹을 받는다. 만일 헌법을 바꾸지 않으면 거의 확실하게 또 탄핵 사건이 일어난다. 저는 그 정도로 비관적으로 본다.

역대 대통령 11명 중 한 분도 명예롭게, 우리 국민이 모두 칭찬하고 퇴임을 아쉬워한 사람이 없다. 그분들은 다 훌륭한 분들이고, 나쁜 분들이 아니고 다 애국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이걸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의 국민성이라든가 정치 문화를 고려하면, 대통령 권한을 많이 축소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손봉호 교수가 생각하는 개헌 방향은 '내각책임제'였다. 그는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은 대부분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제도를 채택하면 정당끼리 협치하지 않을 수 없고, 연립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연립정부가 몇 번 구성되면 사회가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내년 있을 지방선거에서 결정하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구속 수사 "불필요"
"'친박', 사람 중심 정치 후진국"
대통령 최우선 자질은 '도덕성'

손봉호 교수는 탄핵이 질서 있게, 비폭력적으로 이뤄진 것은 민주주의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탄핵으로 충분하고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탄핵은 정당했지만 구속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탄핵이라는 엄청난 벌을 이미 받았다. 그리고 그분이 도주할 우려도 없고, (증거를) 숨길 수 있는 가능성도 없고. 구속 수사까지 하면 외국이 봤을 때 처벌하는 게 아니고 복수하는 거라는 인상을 주지 않겠나. 우리나라 국가 품위도 지켜야 한다. 아무리 잘못했어도 일단 탄핵했으면 구속 정도까지는 안 해야 외국이 봤을 때 '점잖다' 그러지, 구속까지 해 놓으면 '이 나라가 아직까지 수준이 낮은 나라가 아닌가'라는 인상을 줄 거라 생각한다."

홍준표 경남지사 등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에 관한 질문에는 "별로 관심 쓰지 않고 잘 모른다. 자신 있게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 세력'은 사라져야 한다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아주 잘못됐다 생각한다. 세상에 정치 그룹이 개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 후진국에서나 있을 일이다.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아주 부끄러운 표현이다. 어떻게 정치하는데 사람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는가. 정치 이념이 뭔지 정강이 뭔지 이런 걸 가지고 그룹을 만들어야지, 사람을 중심으로 만든다는 건 아주 후진국에나 있을 일이다. (어떻게) 친박이라는 말을 감히 입에 넣는지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런 분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 교수는 다음 대통령으로 도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경제나 교육, 문화 부분은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투명성과 사회 갈등은 낮은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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