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3월 2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회의실에서 '평등의 날개를 펴자!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상을 향한 시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를 주제로 기자회견과 재출범식을 했다. 

이들은 2010년부터 발의된 차별금지법안 내역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을 보고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보수 개신교 세력과 이들 눈치를 보는 정치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종인 부위원장,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김찬영 대표, 한국여성민우회 권박미숙 활동가,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자캐오 신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정연순 회장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발언을 했다.

"지금 대선 주자들이 여러 이유들을 들면서 차별금지법은 '나중에'라고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보수 기독교 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대선을 누가 만들었는가. 보수 기독교가 만들었는가. 

오늘 아침 3년 만에 정말 보고 싶었던 침몰한 세월호를 봤다. 이번 대선은 이들(세월호 가족)처럼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어 했던 국민이 만들어 낸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기반으로 하고자 하는 정치 세력은 누구인가. 누구의 마음을 정책에 담고 싶어 하는가.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편에 서야만 이번 대선 주자로서 떳떳할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권박미숙 활동가

"성소수자와 이주 노동자, 이슬람 신자 등, 외부에 허수아비 적을 만들어 놓고, 이 시대의 '십자군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일부 보수 그리스도교 교회와 신자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이 믿고 따르는 신은 더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신인가.

나의 길벗들은 이 땅에서 여러 가지 차별과 혐오, 배제와 소외를 겪고 있다. 이 사회 주류로 자처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다양한 정체성 때문에, 너무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느 누구도 출신 지역, 장애, 병력, 노동 형태, 종교, 경제적 상황, 생애 주기, 가족 형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배제와 혐오에 시달리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를 경험했다. 

그런 차별과 혐오는 신이 우리에게 약속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길, 그 정의에 기반한 사랑의 길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다양한 정체성 때문에 일어나는 복합적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다는 데 동의하는 것이다.

이 시대의 십자군이 되려고 하는 이 땅의 교회와 신자들은 신의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 '불안과 공포'라는 맘몬의 속삭임에 사로잡혀, 역사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다양성이 공존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부정한 십자군 전쟁은, 지난 역사에도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선택임을 기억해야 한다.

동의할 수 없는 신학과 왜곡된 신앙고백에 근거해 정복주의적이고 유사 기업화한 교회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탈법적인 부정과 세습은 물론, 일그러진 집단 규범 안에서 기계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일부 그리스도교 지도자와 신자들에게 간곡히 경고하며 요청한다.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여러 가지 구조적이고 도덕적인 범죄와 문제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 이상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나 상대적 약자들을 이용하지 말라.

허수아비 적을 향한 십자군 전쟁으로 달려가는 이 땅의 수많은 그리스도교 교회와 신자들에게 호소한다. 그 길에 우리가 만났던 예수 그리스도는 계시지 않다. 그 길에서는 그분이 나눠 주셨던 사랑의 식사를 더 이상 맛볼 수 없다. 공포와 불안, 몰이해에 기반한 왜곡된 판단과 증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아니다.

기억하라! 우리들의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과 나를 피비린내 나는 십자군으로 부르지 않았다. 이 시대와 사회의 지극히 작은 사람, 사회적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섬기라고 부르셨다. 그러므로 예수의 길을 좇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시대와 사회의 배제와 혐오, 차별에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해야 한다. 

물질적 가난과 소외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의 가난과 소외를 경험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허수아비 적을 만들어 십자군 전쟁을 선포하는 어리석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길, 그 정의에 기반한 사랑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자캐오 신부(길찾는교회)

사진. 뉴스앤조이 현선

다음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재출범 선언문.

평등의 날개를 펴자!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상을 향한 시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우리는 분노한다. 
2007년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차별금지법은 반인권세력에 의해 수차례 제정이 무산되길 반복했다. 차별금지법 없는 10년 한국 사회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인권의 가치는 오염됐다. 차별금지법을 왜곡하고 반대하는 세력은 조직적으로 혐오를 선동하고, 노골적으로 차별을 조장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하고 존엄할 권리를 말하는 간절함이 모욕과 혐오로 얼룩지기도 했고,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제정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했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으며, 퀴어퍼레이드는 저지당했다. 여성혐오 범죄인 강남역 10번출구 사건은 정신장애인을 낙인찍는 범죄 종합 대책으로 이어졌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 유성기업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으로 노동 차별의 위험한 현실이 다시금 알려졌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은 신분증이 없어 의료보험 등 사회적 지원을 받기 어렵고,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교육부 국가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20대 총선에선 성소수자와 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내건 정당이 출마했다. 불평등과 차별을 향한 분노는 정권 퇴진을 외치며 광장에 모인 촛불들이 공유하는 정서였다.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인권은 없다. 
사회적 합의보다 인권의 가치와 기본권이 우선이다. 시민사회의 요구와 국제인권기구들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17,18,19대 국회, 소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차별금지법은 연이은 발의에도 제정되지 못했다. 반대세력의 눈치를 보며 법안을 철회하고 외면하는 정치인들은 소수자의 인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시켰고, 반인권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소수자들은 혐오 범죄와 괴롭힘으로 일상과 생존을 위협받는다. 기본적 권리마저 침해받는 상황 앞에서 합의가 우선이라는 것은 폭력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차별받는 사람의 경험과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할 이유다. 삶이 이야기되지 못하고 법과 제도 안에서 승인받지 못했지만, 우리는 살아가며 싸우고 있다.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인권은 없다.

혐오와 차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이 해결하고자 하는 불평등의 문제는 특정한 소수자 집단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의 문제다. 무엇보다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등 심각한 차별을 직면하는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과 배치되지 않는다. 차별받는 한 사람이 있는 한, 차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다. 나아가 사람은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 장애여성, 성소수자남성 등 다양하고 중첩되는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출신 지역, 장애, 병력, 노동 형태, 종교, 경제적 상황, 생애주기, 가족 형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이 교차하며 복합적 차별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차별금지법,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원한다. 

서로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것이 나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10년 동안 국회 및 정부의 차별금지법안 발의 대응, 대중 캠페인과 1인 시위, 지역 순회 간담회와 이슈 토론회, 차별의 경험을 드러내는 평등 예감 ‘을’들의 이어말하기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는 2017년 봄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인권시민사회, 소수자 운동, 종교계 등이 연대해 차별금지법제정과 반차별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것을 알린다.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수자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과정이다. 국민의 이름 앞에서, 더 많은 경우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지워졌던 사람들이 존재를 드러내며 불평등에 저항하는 싸움이다. 서로의 차이를 소통하고,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 질문하며 서로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연대이다. 

탄핵의 봄, 차별금지법 제정과 반차별 연대로 평등의 날개를 펼치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다가올 대선과 새로운 정부, 20대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책임과 의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압박하는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또 정치, 종교, 경제적 이해에 따라 법안 내용과 발의를 타협하는 것도 좌시하지 않겠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든 인권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법 제정은 차별의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시작이며, 기본적인 규제 장치이다. 간담회와 교육, 토론, 1인 시위와 같은 대중 캠페인을 통해 시민을 만나고, 다양한 삶의 조건 속에서 발생하는 모욕, 괴롭힘, 혐오 등의 차별을 검토하여 한국 사회 반차별 담론과 문화가 확산되는 운동이 필요하다. 나의 존엄과 인권, 우리의 삶과 투쟁, 반차별 행동의 연대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차별 없는 평등세상,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상으로 향해 가자! 

2017년 3월 23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SOGI법정책연구회, 강남역 10번출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교육공동체 나다,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노동당, 노동자연대, 녹색당, 다산인권센터,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 대학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대한불교청년회,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무:대(ACETAGE), 무지개 예수(로뎀나무그늘교회, 섬돌향린교회, 성공회 길찾는교회,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평등과 정의 분과,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혁명기도원),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연합당, 믿는페미,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법인권사회연구소,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불교생태컨텐츠연구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환경연대,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새사회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섬돌향린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소수자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신대승네트워크, 알바노조, 언니네트워크,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인권위원회, 원불교환경연대, 유엔인권정책센터, 이주공동행동, 이주민방송 MWTV, 인권교육 온다,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연구소 창, 인권연극제,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해해방열사_단, 장해해방운동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불교네트워크,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조계종종교평화위원회, 종교와젠더연구소,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좋은벗,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불교재가연대, 참여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페미넷, 페미당당, 평화의 친구들, 학술단체협의회, 한국HIV/AIDS 감염인연합회 KNP+,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 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동하는의사회, 홈리스행동(현재 102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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