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명성교회가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안을 가결한 3월 19일. '김하나 목사'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그만큼 사람들은 합병 세습에 대한 김하나 목사의 의지를 궁금해했다.

김하나 목사는 같은 날 새노래명성교회에서 자기 입장을 간단히 밝혔다. 자신은 그동안 명성교회 장로들의 요청에 반대 의사를 밝혀 왔고, 새노래명성교회는 합병이 준비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공동의회도 열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하나 목사는 교인들에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하나 목사의 발언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 과정에서 몇몇 교계 언론은 오보를 내기도 했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와 합병하거나 명성교회 후임 목사가 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하나 목사가 합병 세습을 반대했다"고 썼다. 그러나 김하나 목사는 공동의회를 열지 않겠다고 했지, 합병이나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김하나 목사를 비판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옛날 왕들이 왕위에 오르기 전 관례로 세 번 거절하는 것과 똑같다"며 김 목사의 거절을 진심으로 보지 않았다. 세습을 기정사실화하고, 김하나 목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김삼환·김하나 목사는 정말 짜고 치는 걸까.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말 그럴까. 사람들 비난처럼 김하나 목사가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 장로들과 미리 입을 맞추고 각본대로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외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기는 무관하다며 명성교회 장로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걸까. 그는 결국 끌려가듯 세습을 받아들이게 될까.

기자는 2주 전,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바로 김하나 목사에게 사실관계를 물었다. 그는 이번 일을 명성교회 측에서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후 몇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완곡하게 거절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명성교회 장로들도 기자에게 "김하나 목사와 사전에 논의된 게 없다", "김하나 목사가 난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명성교회 한 장로는 김삼환 목사가 예정보다 일찍 귀국했을 때 부자가 귀갓길에 말다툼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기자에게 당시 공항에서 김하나 목사가 세습에 대해 밝힌 바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새노래명성교회 상황을 보면, 지금 시점에 합병 세습을 노렸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하나 목사는 사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지역 어르신을 초청해 요리 강좌, 요가 수업 등을 진행하는 '그린 대학'이 3월 16일 개강했고, 26일에는 1기 안수집사 및 권사 임직식을 앞두고 있다. 올해로 3주년을 맞는 새노래명성교회가 새 일꾼을 뽑고 지역 사역을 펼치려 하는데, 갑자기 명성교회와의 합병 및 청빙 제안을 받은 것이다.

김하나 목사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도 그의 고민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하나 목사와 함께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이사를 역임한 김진수 장로는 페이스북에 "김하나 목사가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랬다면 구태여 광고까지 했겠는가. 엄청난 고민을 할 것이다. 자기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직 이것을 믿지 못하는 것도 나는 이해한다. 그럼에도 믿으려고 하는 노력을 하자"고 올렸다.

김요한 대표(새물결플러스)는 김하나 목사와 이번 청빙 건을 놓고 40여 분간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김하나 목사가 이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하다. 자신과 새노래명성교회는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며 언론과 여론이 너무 앞서 나가 괴롭다고 했다. 그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공동의회가 열리는 3월 19일 명성교회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물론 비판 여론의 1차 책임은 김하나 목사에게 있다. 그는 한 번도 '합병하지 않겠다', '세습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선언한 적 없다. "공동의회는 하지 않는다. 모든 과정을 숨김없이 말하겠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고민이 많을 것이라 짐작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시점이 길어질수록 그만큼 더 비난받을 것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배종석·정병오·정현구)은 3월 20일, 김하나 목사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끝까지 (세습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지켜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비롯하여 많은 교인과 시민이 목사님의 합병 및 청빙 거절을 응원합니다. 하나님을 생각하고 옳은 길을 끝까지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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