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가 세습 문을 열어젖혔다. 명성교회는 3월 19일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74%),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72%) 안건을 통과시켰다. 김 목사와 새노래명성교회가 동의할 경우 '합병 세습'이 이뤄진다. 교회 안팎에서는 편법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세습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개혁연대·기윤실 피켓 시위
교인들 "남의 교회 신경 꺼라"
김삼환 목사, 투표 독려

세습 안건이 통과된 날 명성교회 일대는 포근한 날씨와 다르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득훈·박종운·방인성·백종국·윤경아)는 교회 맞은편에서 오전 8시 50분부터 세습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했다. 오후에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백종국 이사장)도 가세했다. 몇몇 교회 관계자는 멀리서 사진을 찍거나 피켓을 내리라고 고함을 질렀다. 경찰은 교회 주변에 병력을 배치하고, 만일에 있을 충돌에 대비했다.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은 피켓 시위를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대부분 한 번 쳐다보고 예배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예배를 마친 뒤 교인들은 날카로워졌다. "시간 아까우니 다른 동네 가서 (시위)하라", "왜 자기들이 난리야, 교인들은 아무 소리도 없는데", "(명성)교회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왜들 저래"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한 시위 참가자가 세습을 철회해 달라고 외치자 한 교인은 "야 이 XX야. 까불지 마라, 죽으려고 환장했느냐"고 소리쳤다.

개혁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교인들의 심경 변화 이유를 예배에서 찾았다. 김삼환 목사가 예배 광고 시간에 교인들에게 공동의회 참석과 투표를 독려한다고 했다. 이날 김 목사는 "이단이 이번에 기회를 잡고 있다", "교인은 하나님·교회·담임목사 중심이다", "교회가 내린 결정은 하나님의 뜻이다", "공동의회에 참석해 달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김 목사가 예배 시간마다 찬성표를 던지라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교인이 공동의회에서 세습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 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나가는 한 시민이 세습 반대 피켓 시위를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명성교회 주일예배는 5부까지 있다. 셀 수 없는 교인이 예배당에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피켓 시위는 해가 예배당 뒤편으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이어졌다. 조용하던 교회 일대는 저녁 6시 무렵 소란스러워졌다. 김삼환 목사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교회 앞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개혁연대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가 면담을 요청하며 접근하자, 교회 장로들이 이를 막아섰다.

논의 끝에 방인성 목사는 김 목사와 잠시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교회 관계자들은 기자를 막아섰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방 목사에게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었다. 방 목사는 "세습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더니, 내 손을 꼭 잡으면서 '목사님만큼 고민하고 있다'고 하더라. 세습을 밀어붙이는 건 옳지 않다고 거듭 말씀드렸다"고 했다. 방 목사가 말할 때 명성교회 한 교인이 끼어들었다.

그는 "세습이 아닌데 왜 세습이라고 하는가. 합병이라는 말 모르는가. 행정적으로 새노래(명성교회)와 명성(교회)은 분리돼 있다. 우리는 나름대로 법을 지키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하는데 이게 왜 세습인가. 목사면 자기 교회나 책임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방 목사는 "지나가는 시민에게 붙잡고 물어보라. 상식적으로 세습이 맞다.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게 어디 있는가. 이건 악이자 탐욕이다. 세상 모든 교회는 주님의 교회다. 목사를 맹종하지 말라"며 맞섰다.

명성교회 교인들과 승강이를 벌이던 방인성 목사는 교회 입구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했다. 그는 "교회는 목사의 재산이 아니다. 세습은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일이다. 교회 세습은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교회 세습을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저녁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이 방 목사를 스쳐 지나갔다.

"세습 안 한다는 뜻
장로들이 왜곡"
교회 합병과 목사 청빙,
토론 없이 바로 '표결'

교회 안팎에서 세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세습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는 저녁 예배를 마친 다음 바로 공동의회를 진행했다. 한 장로는 마이크를 잡고 교구장들에게 교구 자리에 앉은 사람들 신원 확인을 요청했다. 등록 교인이 아니거나, 공동의회 참석 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즉시 퇴장해 달라고 했다. 수백 명이 예배당을 빠져나갈 동안 같은 멘트가 반복됐다.

청빙위원회 경과보고 후 김하나 목사 이력이 소개됐다. 이어 임시당회장 유경종 목사가 바로 투표를 진행하려 하자 김병호 장로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김 장로는 교회 세습을 우려한다고 발언했다.

"명성교회에서 주님을 영접하고, 김삼환 목사님에게 세례를 받은 제가 반대 의견을 피력하게 되어 몹시 마음이 아프다. (중략) 원로목사님은 은퇴 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말씀해 왔다. 수차례에 걸쳐 당회원, 교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한 원로목사님 뜻을 왜곡해서 몇 분의 장로들이…"

김병호 장로가 반대 이유를 본격적으로 말하려 하자 몇몇 교인이 의사 진행 발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경종 목사는 김 장로 말을 제지하며 바로 표결을 진행했다. "한 명이라도 발언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유 목사는 "반대 의견은 투표로 표시하라"며 표결을 강행했다.

투표 결과 합병 안건은 8,104명 중 5,860명(72.32%) 찬성으로, 김하나 목사 위임목사 청빙 안건도 8,104명 중 6,003명(74.07%) 찬성으로 통과됐다. 결과가 발표되자 교인 대다수는 함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다.

"김하나 목사는 검증된 자
행정목사로 경영 수업
'전임자-후임자' 문제 줄여"

공동의회 후 기자회견에 임하는 장로들 표정은 무척 밝아 보였다. 청빙위원장 김성태 장로는 "1년 4개월 동안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기도한 끝에 명성교회 신앙 공동체의 장기적인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결과에 이르렀다. 이에 교인들에게 동의를 물어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결정하게 된 것을 알린다"고 짧게 발표했다.

기자들에게 나눠 준 유인물에는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이유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교단의 법을 고려하여 선택한 불가피한 방편이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여러 차례 아들이 후임자가 되는 것에 부정적 표현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했지만, 교회의 설교 및 교회의 안정과 건강성 지속 등 여러 면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보아 김하나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한 것이다.

대다수 당회원은 교회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과 지속적인 안정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김하나 목사로 귀결한 것이다. 명성교회가 속한 교단, 노회 여러 교회가 후임자 선임 후유증으로 소송과 분쟁으로 파국을 맞은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봐 왔다.

김하나 목사는 목회 철학과 사역을 배우고 생활화했고, 원로목사에 대한 신뢰와 정직함이 더없이 굳건하여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 명성교회 행정목사로 경영 수업을 받았고, 새노래명성교회 담임목사로서 교회를 성장시키고 발전시켰다. 검증된 적임자다. 세계화 시대에 풍성한 영성신학과 설교로 새로운 세대 비전을 젊은 세대에게 줄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면을 살필 때 집안에 순수한 정금이 있는데, 그것을 버리고 광산에 가서 순도도 모르는 새로운 금을 찾아야 하는가. (중략) 저희 교인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교인들은 김하나 목사가 와야 교회에 분란이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리하면, 김하나 목사가 김삼환 목사의 37년 목회 사역을 이어 갈 준비된 적임자이며, 교회를 안정감 있게 끌어갈 인물이라는 말이다. 이날 기자가 인터뷰한 몇몇 교인도 청빙위와 같은 입장이었다.

A 안수집사 / 김하나 목사님은 경험해 봐서 안다. 영성이 충만하다. 남들이 금수저라고 손가락질하는데 이 일(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명성교회가 하는 수많은 사역을 어느 누가 와서 감당할 수 있겠는가. 김하나 목사님이야말로 김삼환 목사님 뜻을 그대로 이어 갈 수 있는 분이다.

합병 세습이라고 비판하면 할 말 없지만, 적어도 성경적으로 봤을 때 세습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밖에서 세습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은 우리 교회를 몰라서 그렇게 하는 거다. 누가 이 교회를 끌어갈 수 있겠는가. 이 달란트를 감당하실 수 있는 분은 김하나 목사님뿐이다. <뉴스앤조이>가 우리 교회를 비판할 때마다 안타깝다. 교인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각자 감내해 가며 나가고 있는 것이다.

B 안수집사 / 금란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등을 보면 원로목사가 가진 은혜의 바통을 이어받은 교회가 없다. (목사가) 바뀐 순간 끝난다. 교인들끼리 파벌이 생기고, 교회가 찢어졌다. 상당히 안타까운데, 우리 교회도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됐다. 청빙위원뿐만 아니라 성도들도 어마어마하게 기도했다. 신앙생활하면서 오늘처럼 떨리는 일은 없다.

(김하나 목사는) 젊은 목사님이지만, 이 시대에 알맞게 설교하고, 영성이 남다르다. (김삼환) 목사님이 안 계시면 허전한데, 김하나 목사님이 와서 예배하면 꽉 차 있음을 느낀다. 은혜와 영성 그리고 제2·제3의 은혜의 파도가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김 목사님이 와야 한다. 밖에서 세습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김하나 목사님 말씀은 다르다.

C 장로 / 교회 세습을 북한 김일성 일가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 일은 그런 식으로 보면 안 된다. 사람이 하는 일과 하나님이 하는 일을 어떻게 같이 보는가. 복 받은 자손이 대를 이어서 하는 것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게 같은가. (교회 세습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사람이 택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택하는 것이다. (김삼환) 목사님은 한마디도 하시지 않았다.

대를 이어서 해야 교회 내부가 안정된다. 세계적인 일들도 계속 할 수 있다. 아들이 이어받을 때 당회장의 모든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오면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오면 분란이 일어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